11화. 수련 2
7개의 검 (The Seven Swords)
11화. <수련 2>
라이샤는 지금 목이 말라 죽기직전이다. 마이샤가 들어선길이 아닌 다른, 그러니까 같은 방향이지만 들어서는
방향이 달라서 라이샤는 또 다른 위험에 처해있다. 마이샤는 굶어 죽을 뻔 했지만 라이샤는 목말라 죽게 생겼
다.
그렇다고 라이샤가 가는 길이 초원인것은 아니다. 가이샤는 자신의 이 멍청한 아들이 굶어죽을까봐 마이샤와
는 달리 먹을 것을 넉넉하게 챙겨주었기에 다행히 마이샤처럼 굶지는 않았던 것이다.
만약 라이샤가 마이샤처럼 굶었었다면 아마 그자리에 쓰러져버려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만큼 정신력이나 저력같은 것에 라이샤는 마이샤에 비해 한참 떨어졌던 것이다.
가이샤가 라이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물은 적당히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다. 역시
라이샤는 가이샤의 아들이 맞긴맞나보다. 하나만 생각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때까
지 버텨온 것도 다 민트 어머니와 나이라세 덕이겠지......
목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입에서는 하얀것이 계속해서 나왔다. 지금 눈앞에 구정물이라도 보인다면 먹고 싶어
질 정도의 심한 갈증을 느꼈다. 단지 있는 힘을 다해 한발한발 걸어나갈 뿐이었다.
라이샤의 눈에 푸른것이 보였다. 푸른것...... 그건 샘이었다. 라이샤는 정신이 번쩍 들며 그곳으로 향해 빨리
뛰어갔다.
라이샤가 그 샘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 샘은 헛것이었는지 사라지고 말았다. 라이샤는 이제 살아있을 이유
가 없다고 생각되어 그자리에 결국 무릎을 꿇고 쓰러지고 말았다.
"으휴~ 덥다."
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황량한 들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갈색의 머리에 그 머리에는 하나의 머리띠가
매어져 있었는데, 오래되었는지 색이 바래있었다. 색이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봐도 갈색이란것을 알아볼
정도로 아직은 선명했다.
그 사내는 작은 물병을 하나 꺼내더니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그 물병을 집어넣고 다시 길을 가기시작했다.
"음...... 이제 겨우 보이기 시작하는군."
그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저기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죽음의 숲을 바라보았다.
그 때!
"무, 물좀......"
희미하긴 하나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덩치의 사내는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귀신에 홀렸나 싶어 다시 한번 귀기울여 들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더 이상 나지않았다. 그 사내
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심을 한 사내의 귀에 다시 소리가 들렸다.
"물, 물을......"
"누, 누구냐!"
사내는 겁이나 얼른 소리부터 지르자는 식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사내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듯 했다.
"제발 물......"
"귀, 귀신이냐?"
"물부터 주고......"
그 사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듬성듬성 있는 바위와 다 말라비틀어가는 몇 그루의 나무밖
에 보이지 않았다.
그 사내는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바위와 나무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내가 있던 자리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 곳에 붉은색 머리띠를 가진 소년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봐요, 이봐요."
그 사내는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손바닥으로 그 소년의 볼을 탁탁 쳤다.
그 소년이 겨우 눈을 떴다. 그 소년은 눈을 뜨자마자 그 사내의 허리에 있던 물통을 빼앗아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벌판에선 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아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빼았겼기에 어쩔
수 없이 소년이 가져간 것이었다.
한동안 물을 마시던 소년이 물병을 다시 그사내에게 건내며 말했다.
"캬~. 이제야 좀 살것 같다."
그 소년은 바로 라이샤였다. 가다가 쓰러진 곳이 하필이면 바위 뒤여서 지나가던 이 사내에게 발견이 되지않
았던 것이다.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결국은 한마디를 뱉고 두마디를 뱉고 세마디를 뱉고나니 사내가 다가
온 것이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에 보이는 물병같은 것을 빼들고 마셨던 것이다. 만약 그 물병에 독약이
들어있었다해도 아마 그는 마셨을 것이다(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당신 여기서 뭐하고 있던 거죠? 이런곳에 쓰러져 있다니...... 상당히 위험한 행동인데요."
"그걸 누가 모릅니까? 단지 가다가 목이 말라서 쓰러지고 만거죠."
"전혀 감사하는 듯한 표정이 아니군요. 다른 사람같으면 벌써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할 텐데 당신은 오히려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려는 것 같군요."
그러자 라이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할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제가 왜 당신에게 감사해야 하죠?"
"......"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라이샤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자 사내는 할 말이 없어졌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라이샤는 질문의 답을 구하듯 그 사내를 째려보고(참고: 사내는 분명히 근육질의 사내였다!)
있었고 그 사내는 이런 라이샤를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침묵이 이어지다가 그 사내가 말했다.
"이러지 말고 통성명부터 하죠. 전 퉁?가?리 퉁?가?스라고 합니다."
퉁가리 퉁가스라는 자신의 이름에 강한 억양을 넣어서 말하는 사내였다. 그러자 라이샤도 질 수 없다는 듯
이......
"전 라?이?샤?우?샤 퍼?라?스라고 합니다. 대부분 라?이?샤라고 부르죠."
자신이 이겼다는 듯 자랑스런 미소까지 보이는 라이샤였다. 그런 라이샤의 모습을 보며 퉁가리는 참으로 한
심스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자신이 그렇게 힘을 줘서 말한 이유는 바로 자기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이름
말하는 법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라이샤는 따라했던 것이다.
"라이샤 씨는 어디로 가고 있던 거죠?"
"전 그걸 말해줘야 할 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데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말하는 라이샤였다. 하지만 그런 표정에도 다른 변화를 하지않고 말했다. 생각보다 빠
른 적응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괜한 짓을 했군요. 그럼 가던길을 계속해서 가시죠."
이렇게되자 당황스러운 것은 라이샤쪽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저쪽이 적응에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잘 가십시오."
퉁가리는 손을 흔들며 가던방향으로 계속 가기 시작했다. 라이샤는 말리려고 했지만 퉁가리의 행동이 더 빨
랐다.
"여긴 또 어디지?"
벌써 이 말만해도 라이샤의 입에서 수십번도 더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라이샤는 엉뚱하게 돌아다니고 있었
던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라이샤를 거슬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숲이었다. 그렇다고 그
숲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멀게 있긴 한데 지금 이 자리에서도 라이샤의 키정도로 크기를 자랑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라이샤는 분명히 저 숲의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도 계속
해서 가다보면 저 숲이 나온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 라이샤는 귀신의 존재조차 믿지 않았지만 지금
은 귀신에 홀렸는가 싶을 정도로 황당했다.
"휴~. 또 저 숲이군. 도대체 저 숲은 뭐야?"
"저 숲은 죽음의 숲이라고 하죠."
"우엑!"
갑자기 라이샤의 뒤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다름아닌 전에 헤어졌던 퉁가리였다. 라이
샤는 놀라 퉁가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떠듬떠듬 말했다.
"뭐, 뭐야?"
"이거 생각보다 교육을 덜 받으신 분이군요. 사람에게다 손가락질을 다 하시구."
한심스럽다는 퉁가리의 목소리. 그 뒤를 이어 다시 퉁가리가 말했다.
"이거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군요. 죽음의 숲에 다시려던 길인가보죠? 그럼 그때부터 같이다닐껄 괜히 따로
다녔나 보군요."
"왜 날 따라 온거야?"
"무슨 소립니까. 제가 당신을 따라다니다뇨. 전 제 갈길을 갔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만난거구요. 이거 절 스토커로 오해하신거 아닙니까? 라이샤님은 그렇게 잘 생긴 것두 아니고
스토커가 따라다닌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요."
왠지 이 말에는 분노가 치밀어오는 라이샤였다. 라이샤는 늘 자신이 잘생겼다고 자부하던 차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무참하게 그것이 무너지자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좋다. 니가 죽나 내가 죽나 오늘 한번 해보잣!"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이샤는 검을 빼들어 휘둘렀다. 라이샤가 분노에 찬 탓일까 그의 붉은검 끝으로 작지
만 불이 솟아올라 길게 꼬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어, 어? 우리 말로 하죠. 말......"
퉁가리가 말을 잇기도 전에 라이샤의 검이 무식하게 퉁가리를 향해 돌진했다. 라이샤가 너무 무식하게 나오
자 퉁가리는 힘으로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했던지 자기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의 무기는 다름아닌 몽둥이. 그
의 등에는 도끼도 있었지만 그것을 꺼내들면 사태가 더 악화될까봐 그냥 몽둥이를 꺼낸것이었다. 하지만 흥분
한 라이샤에게는 그 어떤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무지막지하게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퉁가리는 빨리 움직였다. 가끔가다 몽둥이도 내려쳐 라이샤의 몸에는 이미 몇개의 멍이
생긴뒤였다. 힘도 무지막지하게 쎈 그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명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생각치도 않게 이런곳에서 강적을 만난것이다.
결국 라이샤가 쓰러졌다. 되도안한 오기를 부리다가 퉁가리의 몽둥이에 한대 맞고는 쓰러져버린 것이다(라이
샤는 이미 가이샤에게 맞을대로 맞아 엄청나게 맷집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 한방에 쓰러졌다는 것은 퉁
가리의 힘과 기술의 정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말로 하죠."
싱글싱글 웃으며 능글스럽게 이런말을 하는 퉁가리를 아마 라이샤는 죽도록 치고 싶었을것이다. 하지만 라이
샤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만나 실력을 겨뤄본것도 인연인데 서로 같이 다니지 않겠습니까?"
"......"
라이샤는 토라진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난처하다는 듯 퉁가리가 말했다.
"어? 이러실 겁니까? 이렇게 되면 제가 곤란한데요."
"......"
'니가 곤란하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야?'
"허...... 마치 '니가 곤란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란 표정이시군요. 그러시면 안됩니다. 제가 곤란해지거든요.
저랑 같이 가시겠습니까?"
수다쟁이를 연상시키는 그의 말들, 또한 그의 말투, 그리고 자신을 가지고 노는 저 태도. 라이샤는 정말 말만
곱게하는 나이라세를 만난것 같아 화가나 미칠뻔했다. 아마 나이라세가 말만 이렇게 고분고분 한다면 이런 모
습이 될것이었다. 또 어느새 퉁가리의 손에 의해 이미 퉁가리의 등에 업혀있었다...... 정말 어떻게든 이 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졌다.
잠깐, 여기서 지금 나이라세는?
우걱우걱
"너 이거 먹으면 죽는다"
우걱우걱
"그건 내가 할 소리!"
가이샤와 열심히 먹이쟁탈전에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들여 지는 대지위에 한 사나이가 무언가를 들고가고 있었다. 한 사나이는
다름아닌 퉁가리였고 들려진것은 라이샤였는데 무슨수를 썼는지 라이샤는 곤히 자고 있었다. 아마 라이샤가
일어난다면 퉁가리는 라이샤를 땅에 패대기를 치지 않고는 못배길거다.
"드디어 도착했군."
퉁가리의 키에 30배정도의 나무들이 빽빽히 있는곳에 퉁가리는 서 있었다.
마치 거인국에 온 소인국 같을 정도로 이 나무들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나 작았다.
"으샤."
짧은 말과 함께 쾅 거리는 소리가 났다. 퉁가리가 라이샤가 일어나기도 전에 패대기를 친 것이다. 하지만 라
이샤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 내가 약을 너무 많이 썼나? 다시 한번,으샤."
까강
쇠를 땅에 내려치는 듯한 느낌이 퉁가리의 손에 전해지면서 아주 긴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퉁가리가 힘조절과 기술조절을 잘못해 라이샤의 머리가 뽀족한 돌에 엄청난 속도로 찍히고 만 것이다. 내려
칠때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내리쳤으나 라이샤의 머리가 깨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바위가 부서지고 말았
다.
"우으으으....... 너무 아퍼......"
계속해서 뒷골을 만지며 라이샤가 말했다. 다른사람같았으면 이미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나 가이샤에게 단련
이 된 머리라 오히려 바위가 부서지고만 것이다. 하지만 그 충격은 가이샤가 준 어떠한 충격보다 컸다(가이샤
는 수련이라며 7살의 라이샤를 들판에 하룻동안 버려둔 적이 있었다. 어릴때 라이샤는 엄청난 정신적충격과
엄청난 아픔을 당해야했다).
하지만 패대기를 친 장본인인 퉁가리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많이 아프십니까? 이제 이곳으로 들어가죠."
"우으...... 너 죽었어."
막상 검을 빼들고 죽었다는 소릴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눈앞이 흔들거렸다.
"이야아아아아아!!!"
콰당
긴 고함소리와 라이샤는 땅바닥에 키스하고는 그대로 자버렸다.
"쿨......."
"이런...... 어쩔수 없이 여기서 밤을 보내야 겠군......"
한숨을 쉬며 야영준비를 하는 퉁가리에 비해 그냥 자고있는 라이샤의 팔자는 너무나 편안했다.
11화. <수련 2>
라이샤는 지금 목이 말라 죽기직전이다. 마이샤가 들어선길이 아닌 다른, 그러니까 같은 방향이지만 들어서는
방향이 달라서 라이샤는 또 다른 위험에 처해있다. 마이샤는 굶어 죽을 뻔 했지만 라이샤는 목말라 죽게 생겼
다.
그렇다고 라이샤가 가는 길이 초원인것은 아니다. 가이샤는 자신의 이 멍청한 아들이 굶어죽을까봐 마이샤와
는 달리 먹을 것을 넉넉하게 챙겨주었기에 다행히 마이샤처럼 굶지는 않았던 것이다.
만약 라이샤가 마이샤처럼 굶었었다면 아마 그자리에 쓰러져버려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만큼 정신력이나 저력같은 것에 라이샤는 마이샤에 비해 한참 떨어졌던 것이다.
가이샤가 라이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물은 적당히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다. 역시
라이샤는 가이샤의 아들이 맞긴맞나보다. 하나만 생각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때까
지 버텨온 것도 다 민트 어머니와 나이라세 덕이겠지......
목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입에서는 하얀것이 계속해서 나왔다. 지금 눈앞에 구정물이라도 보인다면 먹고 싶어
질 정도의 심한 갈증을 느꼈다. 단지 있는 힘을 다해 한발한발 걸어나갈 뿐이었다.
라이샤의 눈에 푸른것이 보였다. 푸른것...... 그건 샘이었다. 라이샤는 정신이 번쩍 들며 그곳으로 향해 빨리
뛰어갔다.
라이샤가 그 샘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 샘은 헛것이었는지 사라지고 말았다. 라이샤는 이제 살아있을 이유
가 없다고 생각되어 그자리에 결국 무릎을 꿇고 쓰러지고 말았다.
"으휴~ 덥다."
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황량한 들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갈색의 머리에 그 머리에는 하나의 머리띠가
매어져 있었는데, 오래되었는지 색이 바래있었다. 색이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봐도 갈색이란것을 알아볼
정도로 아직은 선명했다.
그 사내는 작은 물병을 하나 꺼내더니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그 물병을 집어넣고 다시 길을 가기시작했다.
"음...... 이제 겨우 보이기 시작하는군."
그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저기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죽음의 숲을 바라보았다.
그 때!
"무, 물좀......"
희미하긴 하나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덩치의 사내는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귀신에 홀렸나 싶어 다시 한번 귀기울여 들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더 이상 나지않았다. 그 사내
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심을 한 사내의 귀에 다시 소리가 들렸다.
"물, 물을......"
"누, 누구냐!"
사내는 겁이나 얼른 소리부터 지르자는 식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사내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듯 했다.
"제발 물......"
"귀, 귀신이냐?"
"물부터 주고......"
그 사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듬성듬성 있는 바위와 다 말라비틀어가는 몇 그루의 나무밖
에 보이지 않았다.
그 사내는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바위와 나무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내가 있던 자리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 곳에 붉은색 머리띠를 가진 소년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봐요, 이봐요."
그 사내는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손바닥으로 그 소년의 볼을 탁탁 쳤다.
그 소년이 겨우 눈을 떴다. 그 소년은 눈을 뜨자마자 그 사내의 허리에 있던 물통을 빼앗아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벌판에선 물을 구하기가 어려워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아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빼았겼기에 어쩔
수 없이 소년이 가져간 것이었다.
한동안 물을 마시던 소년이 물병을 다시 그사내에게 건내며 말했다.
"캬~. 이제야 좀 살것 같다."
그 소년은 바로 라이샤였다. 가다가 쓰러진 곳이 하필이면 바위 뒤여서 지나가던 이 사내에게 발견이 되지않
았던 것이다.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결국은 한마디를 뱉고 두마디를 뱉고 세마디를 뱉고나니 사내가 다가
온 것이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에 보이는 물병같은 것을 빼들고 마셨던 것이다. 만약 그 물병에 독약이
들어있었다해도 아마 그는 마셨을 것이다(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당신 여기서 뭐하고 있던 거죠? 이런곳에 쓰러져 있다니...... 상당히 위험한 행동인데요."
"그걸 누가 모릅니까? 단지 가다가 목이 말라서 쓰러지고 만거죠."
"전혀 감사하는 듯한 표정이 아니군요. 다른 사람같으면 벌써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할 텐데 당신은 오히려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려는 것 같군요."
그러자 라이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할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제가 왜 당신에게 감사해야 하죠?"
"......"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라이샤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자 사내는 할 말이 없어졌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라이샤는 질문의 답을 구하듯 그 사내를 째려보고(참고: 사내는 분명히 근육질의 사내였다!)
있었고 그 사내는 이런 라이샤를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침묵이 이어지다가 그 사내가 말했다.
"이러지 말고 통성명부터 하죠. 전 퉁?가?리 퉁?가?스라고 합니다."
퉁가리 퉁가스라는 자신의 이름에 강한 억양을 넣어서 말하는 사내였다. 그러자 라이샤도 질 수 없다는 듯
이......
"전 라?이?샤?우?샤 퍼?라?스라고 합니다. 대부분 라?이?샤라고 부르죠."
자신이 이겼다는 듯 자랑스런 미소까지 보이는 라이샤였다. 그런 라이샤의 모습을 보며 퉁가리는 참으로 한
심스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자신이 그렇게 힘을 줘서 말한 이유는 바로 자기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이름
말하는 법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라이샤는 따라했던 것이다.
"라이샤 씨는 어디로 가고 있던 거죠?"
"전 그걸 말해줘야 할 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데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말하는 라이샤였다. 하지만 그런 표정에도 다른 변화를 하지않고 말했다. 생각보다 빠
른 적응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괜한 짓을 했군요. 그럼 가던길을 계속해서 가시죠."
이렇게되자 당황스러운 것은 라이샤쪽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저쪽이 적응에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잘 가십시오."
퉁가리는 손을 흔들며 가던방향으로 계속 가기 시작했다. 라이샤는 말리려고 했지만 퉁가리의 행동이 더 빨
랐다.
"여긴 또 어디지?"
벌써 이 말만해도 라이샤의 입에서 수십번도 더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라이샤는 엉뚱하게 돌아다니고 있었
던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라이샤를 거슬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숲이었다. 그렇다고 그
숲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멀게 있긴 한데 지금 이 자리에서도 라이샤의 키정도로 크기를 자랑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라이샤는 분명히 저 숲의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도 계속
해서 가다보면 저 숲이 나온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 라이샤는 귀신의 존재조차 믿지 않았지만 지금
은 귀신에 홀렸는가 싶을 정도로 황당했다.
"휴~. 또 저 숲이군. 도대체 저 숲은 뭐야?"
"저 숲은 죽음의 숲이라고 하죠."
"우엑!"
갑자기 라이샤의 뒤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다름아닌 전에 헤어졌던 퉁가리였다. 라이
샤는 놀라 퉁가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떠듬떠듬 말했다.
"뭐, 뭐야?"
"이거 생각보다 교육을 덜 받으신 분이군요. 사람에게다 손가락질을 다 하시구."
한심스럽다는 퉁가리의 목소리. 그 뒤를 이어 다시 퉁가리가 말했다.
"이거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군요. 죽음의 숲에 다시려던 길인가보죠? 그럼 그때부터 같이다닐껄 괜히 따로
다녔나 보군요."
"왜 날 따라 온거야?"
"무슨 소립니까. 제가 당신을 따라다니다뇨. 전 제 갈길을 갔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만난거구요. 이거 절 스토커로 오해하신거 아닙니까? 라이샤님은 그렇게 잘 생긴 것두 아니고
스토커가 따라다닌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요."
왠지 이 말에는 분노가 치밀어오는 라이샤였다. 라이샤는 늘 자신이 잘생겼다고 자부하던 차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무참하게 그것이 무너지자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좋다. 니가 죽나 내가 죽나 오늘 한번 해보잣!"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이샤는 검을 빼들어 휘둘렀다. 라이샤가 분노에 찬 탓일까 그의 붉은검 끝으로 작지
만 불이 솟아올라 길게 꼬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어, 어? 우리 말로 하죠. 말......"
퉁가리가 말을 잇기도 전에 라이샤의 검이 무식하게 퉁가리를 향해 돌진했다. 라이샤가 너무 무식하게 나오
자 퉁가리는 힘으로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했던지 자기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의 무기는 다름아닌 몽둥이. 그
의 등에는 도끼도 있었지만 그것을 꺼내들면 사태가 더 악화될까봐 그냥 몽둥이를 꺼낸것이었다. 하지만 흥분
한 라이샤에게는 그 어떤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무지막지하게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퉁가리는 빨리 움직였다. 가끔가다 몽둥이도 내려쳐 라이샤의 몸에는 이미 몇개의 멍이
생긴뒤였다. 힘도 무지막지하게 쎈 그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명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생각치도 않게 이런곳에서 강적을 만난것이다.
결국 라이샤가 쓰러졌다. 되도안한 오기를 부리다가 퉁가리의 몽둥이에 한대 맞고는 쓰러져버린 것이다(라이
샤는 이미 가이샤에게 맞을대로 맞아 엄청나게 맷집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 한방에 쓰러졌다는 것은 퉁
가리의 힘과 기술의 정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말로 하죠."
싱글싱글 웃으며 능글스럽게 이런말을 하는 퉁가리를 아마 라이샤는 죽도록 치고 싶었을것이다. 하지만 라이
샤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만나 실력을 겨뤄본것도 인연인데 서로 같이 다니지 않겠습니까?"
"......"
라이샤는 토라진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난처하다는 듯 퉁가리가 말했다.
"어? 이러실 겁니까? 이렇게 되면 제가 곤란한데요."
"......"
'니가 곤란하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야?'
"허...... 마치 '니가 곤란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란 표정이시군요. 그러시면 안됩니다. 제가 곤란해지거든요.
저랑 같이 가시겠습니까?"
수다쟁이를 연상시키는 그의 말들, 또한 그의 말투, 그리고 자신을 가지고 노는 저 태도. 라이샤는 정말 말만
곱게하는 나이라세를 만난것 같아 화가나 미칠뻔했다. 아마 나이라세가 말만 이렇게 고분고분 한다면 이런 모
습이 될것이었다. 또 어느새 퉁가리의 손에 의해 이미 퉁가리의 등에 업혀있었다...... 정말 어떻게든 이 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졌다.
잠깐, 여기서 지금 나이라세는?
우걱우걱
"너 이거 먹으면 죽는다"
우걱우걱
"그건 내가 할 소리!"
가이샤와 열심히 먹이쟁탈전에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들여 지는 대지위에 한 사나이가 무언가를 들고가고 있었다. 한 사나이는
다름아닌 퉁가리였고 들려진것은 라이샤였는데 무슨수를 썼는지 라이샤는 곤히 자고 있었다. 아마 라이샤가
일어난다면 퉁가리는 라이샤를 땅에 패대기를 치지 않고는 못배길거다.
"드디어 도착했군."
퉁가리의 키에 30배정도의 나무들이 빽빽히 있는곳에 퉁가리는 서 있었다.
마치 거인국에 온 소인국 같을 정도로 이 나무들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나 작았다.
"으샤."
짧은 말과 함께 쾅 거리는 소리가 났다. 퉁가리가 라이샤가 일어나기도 전에 패대기를 친 것이다. 하지만 라
이샤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 내가 약을 너무 많이 썼나? 다시 한번,으샤."
까강
쇠를 땅에 내려치는 듯한 느낌이 퉁가리의 손에 전해지면서 아주 긴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퉁가리가 힘조절과 기술조절을 잘못해 라이샤의 머리가 뽀족한 돌에 엄청난 속도로 찍히고 만 것이다. 내려
칠때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내리쳤으나 라이샤의 머리가 깨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바위가 부서지고 말았
다.
"우으으으....... 너무 아퍼......"
계속해서 뒷골을 만지며 라이샤가 말했다. 다른사람같았으면 이미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나 가이샤에게 단련
이 된 머리라 오히려 바위가 부서지고만 것이다. 하지만 그 충격은 가이샤가 준 어떠한 충격보다 컸다(가이샤
는 수련이라며 7살의 라이샤를 들판에 하룻동안 버려둔 적이 있었다. 어릴때 라이샤는 엄청난 정신적충격과
엄청난 아픔을 당해야했다).
하지만 패대기를 친 장본인인 퉁가리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많이 아프십니까? 이제 이곳으로 들어가죠."
"우으...... 너 죽었어."
막상 검을 빼들고 죽었다는 소릴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눈앞이 흔들거렸다.
"이야아아아아아!!!"
콰당
긴 고함소리와 라이샤는 땅바닥에 키스하고는 그대로 자버렸다.
"쿨......."
"이런...... 어쩔수 없이 여기서 밤을 보내야 겠군......"
한숨을 쉬며 야영준비를 하는 퉁가리에 비해 그냥 자고있는 라이샤의 팔자는 너무나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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