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세 번의 죽음은 우연인가
6화. 세 번의 죽음은 우연인가
나직히 혀를 차면서 스탄턴 박사는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
그의 책임은 아니었다. 뛰어드는 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귀찮게 되었다. 이 개는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미쳐서 어두운 구름 속을 옆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돌진해왔단 말인가? 대체 어디서 달려왔는지도 모를만큼 갑자기
길가 덩굴 속에서 뛰어든 것이다.
차의 모습을 보고는 정지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차소리가
개의 귀에 들리지 않았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조용한
시골길에서 들리는 것은 이 차의 소리뿐이다. 차는 스테이션
왜건이며 오래되어 소리가 요란한 고물이다. 그가 2주일전에
비행기로 그리 베이에 도착하여 거기서 구입한 차였다.
위스콘신에서의 이 휴가가 끝나면 고물상에다 불하를 해도
6주간의 대여차의 요금보다 싸게 먹히는 고물이다.
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자 개가 차라리 죽어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사는 걸어서 돌아왔다. 어차피 살기는 틀린 것
같았다. 왼편 앞바퀴와 뒷바퀴가 정통으로 개의 몽뚱아리를 치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고생하다가 죽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차에서 20여 걸음 뒤에 개는 뒹굴어 있었다. 차가 멈추기까지
그만큼 달린 셈이다. 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박사에게
들리도록 신음소리를 내는 기색도 없었으나 도중까지 가서야
아직도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흡을 할 때마다
옆구리가 벌렁벌렁 움직이고 있다.
박사는 다시 차를 타며 차로 돌아왔다. 차에는 총기라고는
아무것도 실려있지 않으나 타이어 수리용의 도구라도 없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지렛대를 들고 급히 개에게 다가갔으나 그 때는 이미 개는
죽어있었다. 눈은 뜨고 있어도 그 눈은 이미 공허한 빛이였으며
입에서는 피를 흘리며 숨도 끊겨 있었다.
박사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딱하게 되었군. 누구 개인지 알아내어 말이라도
해주어야겠군.]
박사는 몸을 구부려 다리를 들고 길 가장자리로 옮겨주었으나
거기에서 몸을 일으켜 한참 동안 생각했다. 그 자신이 하든가
주인이 하든가 어차피 묻어주어야 할 테고 만약 이대로
방치해두면 매나 독수리 등의 장난으로 묻기가 훨씬 번거롭게 될
것이다. 이 스테이션 왜건에는 삽은 실려있지 않지만 이제는
버려도 좋을 만한 낡은 방수포가 있다. 방수포를 끌고와서 펼친
다음 그것은 노상에 펼처 다시 둘로 접는다. 그 위에다 죽은
개를 놓고 너댓 번 방수포로 말아준다. 그것을 스테이션 왜건
뒤에다 실었다.
박사는 시내에서 여기 저기 물품을 구매하는 용건을 마쳤으나
그런 가게에서 개에 관한 것을 말해보았다. 숫놈인 사냥개로
적색과 백색의 반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세 번째 집에서 그
개라면 거스 호프먼의 소유에 틀림없다는 사람을 만나
호프먼이라면 아들의 검시심문 때문에 시내에 나타날 거라는
말을 들었다. 아들이 어제 밤에 자살했다는 것도 검시심문을
시내의 시체안치소에서 열릴 거라는 말도 들었다.
스탄턴 박사는 검시심문이라는 것에 나가본 일이 없으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호기심도 있어 시체안치장소 가보았더니
심문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알았다. 의자는 이미 비어있는
것이 없고 뒷쪽에 서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 박사도 거기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샤롯테 가너가 증언을 하고 있었으며 듣고 있는 동안 박사는
그 말에 더욱 열중해가는 자신을 깨달았다. 샤롯테 가너는 맨
먼저 침착하고 대담하게 토미 호프먼과의 관계에서의 진실을
가식없이 이야기하고 그 다음 눈을 떴을 때 토미의 옷은
있었으나 토미 자신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나서 나머지는
듣는 이의 상상에 맡겼다.
토미를 부르며 찾아다닌 이야기를 하고나서 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집으로 달려갔다는 증언이 끝나자 검시관은 그녀를
퇴정시키려 하였으나 샤롯테로서는 한 마디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검시관의 질물에 대답하기 위하여 들쥐에 관한 것은
말하지 못했으나 들쥐가 토미의 바지에 기어올라 토미가 손으로
뿌리쳤을 때 들쥐에게 물렸을지도 모르니까 그 점을 증언에
넣고싶다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어쩌면 토미가 무슨
광견병같은 질병에 걸려......
검시관은 샤롯테에게 끝까지 이야기를 시켰으나 다음 증인을
부르기 전에 잠시 배심원들을 향해 광견병의 증상과 그 잠복기가
상당히 길다는 것을 설명했다.
들쥐에게 물려 토미가 그런 당돌한 발병을 할 리가 없으며
따지고 보면 증후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설사 그 들쥐가 광견병에 걸려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며 토미는 물리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토미의 손의 피부는 어디에도 파손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리에는 긁힌 자국이 여러 곳 있었으나
이것은 숲 속을 맨발을 뛰어다녔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물려서
생긴 상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거스 호프먼이 다음 증언에 서고 그 다음이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였다.
스탄턴 박사는 귀를 곤두세워 특히 개 버크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놓지지 않고 들으려고 했다. 버크는 어제 밤에는 토미의
뒤를 추적했고 오늘 아침에도 그 동굴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증언은 보안관이며 전화를 받은 숲으로 가서
호프먼과 가너와 함께 시체를 운반했다는 증언이었다.
검시심문의 배심원이 별실로 퇴정했으나 곧 돌연적 정신착란에
의한 자살이라는 표결을 들고 나왔다. 방청인도 슬슬 나가기
시작했다.
박사는 이제 개의 소유주로 알려진 거스 호프먼쪽으로
다가가려고 했으나 호프먼은 시체안치소 안의 사무실 입구로
들어가 버렸다. 틀림없이 장례식의 상의를 위해서의 상의겠지.
가너의 아버지와 딸도 같이 들어갔다.
박사는 여기에서 보안관인듯 한 거한을 잡고 자기소개를 한
다음 개를 치어 죽인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보안관, 호프먼씨에게 이야기하는 거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고 어쨌든 호프먼씨는 어제 밤의
아드님을 잃었다는 충격도 있을 테고-개까지 죽었다는 것은 지금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개는 그저
도망쳤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해두었다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고 단념시키는 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떨까
해서요.]
박사는 말했다.
보안과는 머리를 끌적인다.
[글쎄요, 그것은.]
하고 망서린다.
박사가 다시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당신이 잠시 생각하도록 시간을
드리고 이 사실에 대해서는 나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니
한두 가지 질문도 하고 싶으니 맞은 편 바에서 한잔하지
않겠소.]
[글쎄요-한잔 할 정도의 시간은 있지만......그 전에 한두
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가서 계시면 10분 이내에
가겠습니다.]
버톨스빌에 도착한 첫날 들여보고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던 그
바에 들어서자 박사는 맥주를 주문하고 파이프를 채워 불을
붙였다. 충분히 냉각된 맥주는 맛이 있었다.
마침 잔을 비웠을 때 보안관이 앞자리에 와서 앉는다.
[맥주가 좋을 것 같군.]
하고 말한 다음 바의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행크, 맥주 큰 놈으로 두 잔. 큰 놈으로 말이야.]
그리고나서 박사를 향해 말한다.
[방금 길을 건너오면서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당신의 말대로
굳이 지금 당장 거스에게 개의 이야기를 하여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무척 타격이 큰
상태입니다. 다만 그-개의 죽은 사해는 그 양반이 돌아갈 때
알아보도록 도로에 그대로 놓아두었나요.]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발견하여 전화로 그 양반에게 알리도록......]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둘둘 싸가지고 내 차 뒤에다 실어 놓았습니다. 돌아가거든
묻어주겠소.]
불이 꺼진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인다.
[개에 관해서는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하는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뛰어들었으니까요. 브레이크를 밟을 시간도 없이 깔아뭉겠으니.]
보안관은 의아해 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상한데요. 버크는 언제나 차를 무서워하는 개였는데 차가
달려오는소리만 들었다 하면 밭으로 도망가기가 바쁜
개였는데요. 총을 싫어하는 개도 있지만 그 개는 자동차
공포증이었지요.]
박사는 유심히 보안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놀라운 일인데요. 그렇다면 보안관, 개도 틀림없이
미친 것입니다. 눈도 귀고 막은채 무작정 뛰어 들었습니다. 이
부근에서 요즘 광견병이 발생한 예가 있습니까.]
[지난 2년 동안은 없었습니다. 아니 더 오랜 기간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보안관은 흥미가 없는듯 하다.
박사는 이 보안관이 바보는 아닐까 하고 그 크고 둥근 얼굴을
보았다. 아마도 바보는 아니 것 같다. 아마도 표준 정도의
지능은 있을 테지만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들쥐의
행동의 기묘성이나 개의 행동의 이상한 면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토미의 행동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분명히 토미의 행동도 기묘했지만 어차피 토미는 돌발적인
착각에 빠져들었고, 돌아 버린 인간은 돌아 버린 행동을 하는
법이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이 보안관의 생각이며 관계가 있는
인간도 없는 인간도 검사심문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렇고 보안관에게 검사심문에 대해 묻고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지? 그렇지-
[그런데 보안관. 나는 심문에는 약간 늦어서 검사보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해부는 했나요.]
[해부? 아니 무엇 때문에? 토미가 스스로 자기 손목을 끊어
자살했다는 것은 아무런 의심도 없었으니깐요. 그 밖에는 상흔도
없었어요. 물론 가시덤불에 긁힌 종아리의 상처나 발바닥이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기는 했지만.]
박사는 열다가 그대로 다물고 말았다.
보안관이 말했다.
[참 그렇지. 당신은 그 길을 들어가서 어디에 묵고 있는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그것을 알고싶어 했지요. 도로의 막바지,
여기서 10마일쯤 들어간 곳의 그 집인가요.]
박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옛날부터 버튼 저택이라고 부르던 곳입니다.
전에는 농가였으나 지금은 들판의 독립가옥입니다. 보스턴에
있는 나의 친구가 그 곳을 사서 여름 휴가의 피서지를
만들었지요. 금년 여름에는 그 사나이가 오지 못하고 나에게
사용하라고 대여해 주었지요.]
[아하하, 그 사람의 이름은-아아, 그렇지-헤스팅 부부였지.
두세 번 만난 일이 있지만 역시 여름이었지요. 당신은 부인과
동반인가요? 아니면 거기에 혼자서.]
[혼자입니다. 아내가 없어서. 때로는 나도 혼자서만의 생활을
해보고싶다구요. 학생상대의 생활을 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학생이라구요. 당신은 무슨 선생인가요. 스탄턴씨.]
[이래뵈도 박사입니다. 보안관. 매사튜세츠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문은 전자과학입니다. 인공위성의
계획에도 손을 대고 있습니다. 여름휴가의 절반은 그 일 때문에
빼앗겼지만 남은 기간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켓 말인가요.]
보안관의 말투에 존경의 뜻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켓 그 자체는 아닙니다. 주로 인공위성의 방사능이나
우주선같은 것을 탐지하는 장치와 그 정보를 전하는
장치쪽이지요. 예를 들면 패들보일 형 인공위성의 구성따위에도
설계면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나의 흥미는
낚시질 쪽이 강하지요. 내가 살고 있는 그 집에서 동쪽으로
(마일의 지점에 강이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나도 거기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인도-그 당신의 친구인 그 집의 소유주인 헤스팅도 수렵해금
때 한 번 오시면 좋을 텐데. 거기에는 노루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댁의 북쪽 숲에는.]
[공교롭게도 나는 수렵을 별로 잘하지 못합니다. 라이플과
권총은 가져왔습니다만 이것도 단순한 사격연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헤스팅의 말로는 독사가 그 일대에는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산탄총도 가져왔습니다만 아직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맥주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좋지요.]
보안관은 바텐더에게 손가락 둘을 들어보인다.
[보안관. 이 부근에서 그밖의 변사사건은 없었습니까.]
박사가 물었다.
보안관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변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3-4년
동안에 미궁에 빠진 살인이라면 두 건쯤 있었습니다. 물론 어느
거나 도둑의 소행으로 별로 이상한 데는 없었습니다만.]
[그밖에 갑자기 자살한다든가 사람을 죽인다든가 하는
미치광이 사건은.]
[글쎄요-나는 보안관이 되어 이럭저럭 6년이 됩니다만 그런
사건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을 어디가 진기하다고
하시는지? 인간이란 머리가 돌아 버리는 존재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잖아요.]
[그렇지요. 그러나 광기란 언제나 일정한 형태를 밟으며
나타는 것입니다. 토미 호프먼의 경우는-저어-.]
[그게 자살이 아니였다고 말하고싶은가요.]
[물론 그런 것은 아니지요. 다만 어떤 형태의
정신착란이었는지 그것이 이상하며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왜 그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이상합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쉬고 있을 때-어째서 그런 일이? 매우 즐거운 일을 마치고
만족한 기분으로 낮잠을 자고 있을 때니까 말입니다.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지요.
그런데 보안관, 당신은 내가 묵고 있는 그 강에서 낚시질을 한
일이 있다고 하셨지요. 첫째는 어떤 바늘을 사용하나요.]
두 잔째 맥주를 마시고 보안관은 이제 윌콕스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면서 돌아갔다.
박사는 또 한 잔을 주문하여 그것을 마시면서 파이프를 빨고
있었으나 생각에 열중하여 빠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파이프의 불이 꺼진다. 세 가지 죽음. 들쥐와 젊은이와 개의
죽음에 믿을 수 있는 유대를 생각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보안관은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게 아니라면 자신은 하찮은 일에 얽매어 있는 것에
불과할까?
들쥐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먼저 앉아서 젊은 남녀를
향해 저편으로 가라는듯이 앞발을 흔들어보았다. 그리고
처녀에게 얌전하게 잡히기는 했으나 잠시 물어뜯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던져 버리자 도망치려다가 이번에는 다시 돌아서서
남자를 공격했다. 결과적으로는 자살행위였다.
그리고 그 청년 토미 호프먼의 경우다. 이 또한 여자 옆에서
잠들어 있다가 어쩌면 눈을 뜨자 곧 광기가 발동하여 역시
마지막에는 자살이었다. 박사도 그런 상태에서 머리가 돌아 버려
자살할 수 있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박사도 이상심리학은 전혀 조예가 없는 것도 아니며
조짐도 아무것도 없이 광기의 시초에 아무런 직접적인 원인도
어떤 외적경험도 없이 갑자기 완전한 광기에 빠져 버린 예는
들은 적이 없다.
거기에다 개다. 박사는 이 개 때문에 관계하게 된 것이다.
물론 개는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고 눈도 귀도 먹통이 되어
무작정 뛰어보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만약 광견병이
아니라 정상이었다면 그의 차에 뛰어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아서 자살행위이다. 특히 그 개는 자동차 공포증에 걸려있던
개라고 한다.
물론 이 점은 박사가 보안관으로부터 얻어 낸 유일한 새로운
정보이며 버크의 죽음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쥐라는 것은 북극의 쥐는 예외일 테지만 결코 자살같은
것은 하는 것이 아닌 존재이다.
박사는 갑자기 남은 맥주를 후다닥 마시고 파이프의 재를 떨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린 베이에는 버크가
광견병이었던가 아닌가를 조사해줄 수 있는 연구소가 있다.
그린 베이까지는 불과 45마일의 거리이며 아직 시간은 오후 세
시다. 개의 사체는 스테이션 왜건에 실려 있으니까 충분히 그
연구소에 갈 시간은 있다. 거기에다가 지난 일주일 동안 현재의
집에서 이 버틀스빌까지의 10마일 이상의 나들이를 한 적이
없으며 그린 베이에 하룻밤 다녀오는 것도 기분전환에는 좋을
것이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할 수가 있으며 재미있는 것을
상영하고 있으면 영화를 보아도 좋다.
박사는 마음먹은 대로 다 해버렸다. 그 동안에 개의 사체는
연구소에 넘겨주고 다음 날 오후 버틀스빌에서 전화로 결과를
들을 수 있도록 조사수수료는 선불로 해두었다.
그런 다음 저녁을 먹고 여남은 권의 가벼운 책을 읽을 거리를
사모았다. 그것이 모두 추리소설뿐이다. 작업중에는 수시로
딱딱한 책을 읽지만 휴가 때는 머리를 쉬게 하기 위해
문학서적밖에는 읽지 않는다.
저녁은 맛이 있었다. 자취 요리와는 취향이 달라서 좋았고
버틀스빌 부근에서는 무엇을 먹어도 이만큼 맛이 없다.
박사가 본 영화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프랑스 코미디이며
줄거리의 해독에는 힘이 들었으나 얼마 동안 보고 있는 사이에
줄거리는 단념하고 바르도의 인물만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열 시가 조금 지나 친구인 헤스팅으로 빌려든 도로 막바지의
그 집으로 돌아왔다. 전에는 농가였다. 상당히 큰 농가였다.
이층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침실이 세 개, 욕실이 하나.
아래층은 세 개의 방으로 큼직한 부엌과 넓은 거실, 거기에다가
창고로밖에는 사용하지 않는 예비 방이었다. 이 예비 방에다
박사는 총기류와 낚시도구를 넣어두었다.
전기는 지하의 발전기에 의한 자가발전이며 작은 가솔린
엔진으로 가동되는 것이었다. 그 엔진이 또한 수시로 옥상의
탱크에다 물을 퍼올려 주기로 한다. 전화는 없었으나 박사는
태연했다. 실제로 전화는 없는 편이 나을 정도이다. 집 주변은
그 옛날 남쪽은 밭이었으나 어떻게 된 것인지 적어도 20여 년은
버려져 있다. 집 주변의 뜰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의 숲이나
덩굴로 돌아가 버렸다. 도로 북쪽의 숲과는 나무가 적고 키가
낮아 구별이 갈 뿐이다.
친숙한 면이 있는 쾌적한 집이었는데 오늘 밤만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다.
박사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사온 책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았으나 책에 열중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안온해지지가
않는다.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지만 외톨이가 되었다는
쓸쓸함을 느낀다. 밖에서 엿보고 있는듯한 누군가에 의해,
아니면 무엇인가에 의해 탐지당하지 않도록 세이드를 내리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거리가 먼 도로 막바지인 이 집까지 와서 창으로
들여다 보려는 사람이 있을가? 따지고 보면 누구라든가 무엇인가
하는 그 것이 대체 무엇인가? 창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동물일 테지만 동물이 들여다 보는 것을 내가 왜 신경을 쓰는
거지? 바보같은 짓이라고 자신을 달래며 어쩐지 어색해져 맥주를
다시 한 캔 마시고 추리소설에 열중하려고 노력했다.
소실을 다시 읽기 시작하여 20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읽은 앞 페이지가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분명히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었다-아니면 재미가 있어야 했다.
첫페이지부터 살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흥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책과 마음의 중간에 토미 호프먼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말았다. ......감색 양말만을 알몸에다 신고
연인 옆에서 누워있다가 일어서서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는
동굴로 도망친다.
아버지와 연인의 아버지가 랜턴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오고 사냥개와 버크의 짖는 소리가 들린 때까지 그 동굴에
쭈그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아버지들로부터 도망쳐 처음 도망친
부근까지 원을 그리며 돌아오자 녹슬고 부러진 나이프를
집어들고 손목을 양손 다 찢어 놓는다.
책은 지금 15페이지를 펼쳐놓고 있으나 이번에도 박사는
최초의 페이지 이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념하고 책을 던져 버려고 생각만 하기로 했다.
호프먼 사건에 관해서는 내일 오후 버틀스빌에서 연구실에
전화하여 버크의 조사보고를 들을 때까지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그것으로 개가 광견병이라는 것이 밝혀지만
세 가지 죽음에서 한 가지는 설명이 가능해지므로 모든 것을
영원히 잊을 수도 있다. 휴가인 나머지 다섯 주간을 수수께끼와
같은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것에 불과한 무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버크가
광견병이 아니었다면......
잠을 잘 수 있도록 맥주를 다시 한 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시 후에 잠이 들었다.
나직히 혀를 차면서 스탄턴 박사는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
그의 책임은 아니었다. 뛰어드는 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귀찮게 되었다. 이 개는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미쳐서 어두운 구름 속을 옆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돌진해왔단 말인가? 대체 어디서 달려왔는지도 모를만큼 갑자기
길가 덩굴 속에서 뛰어든 것이다.
차의 모습을 보고는 정지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차소리가
개의 귀에 들리지 않았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조용한
시골길에서 들리는 것은 이 차의 소리뿐이다. 차는 스테이션
왜건이며 오래되어 소리가 요란한 고물이다. 그가 2주일전에
비행기로 그리 베이에 도착하여 거기서 구입한 차였다.
위스콘신에서의 이 휴가가 끝나면 고물상에다 불하를 해도
6주간의 대여차의 요금보다 싸게 먹히는 고물이다.
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자 개가 차라리 죽어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사는 걸어서 돌아왔다. 어차피 살기는 틀린 것
같았다. 왼편 앞바퀴와 뒷바퀴가 정통으로 개의 몽뚱아리를 치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고생하다가 죽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차에서 20여 걸음 뒤에 개는 뒹굴어 있었다. 차가 멈추기까지
그만큼 달린 셈이다. 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박사에게
들리도록 신음소리를 내는 기색도 없었으나 도중까지 가서야
아직도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흡을 할 때마다
옆구리가 벌렁벌렁 움직이고 있다.
박사는 다시 차를 타며 차로 돌아왔다. 차에는 총기라고는
아무것도 실려있지 않으나 타이어 수리용의 도구라도 없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지렛대를 들고 급히 개에게 다가갔으나 그 때는 이미 개는
죽어있었다. 눈은 뜨고 있어도 그 눈은 이미 공허한 빛이였으며
입에서는 피를 흘리며 숨도 끊겨 있었다.
박사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딱하게 되었군. 누구 개인지 알아내어 말이라도
해주어야겠군.]
박사는 몸을 구부려 다리를 들고 길 가장자리로 옮겨주었으나
거기에서 몸을 일으켜 한참 동안 생각했다. 그 자신이 하든가
주인이 하든가 어차피 묻어주어야 할 테고 만약 이대로
방치해두면 매나 독수리 등의 장난으로 묻기가 훨씬 번거롭게 될
것이다. 이 스테이션 왜건에는 삽은 실려있지 않지만 이제는
버려도 좋을 만한 낡은 방수포가 있다. 방수포를 끌고와서 펼친
다음 그것은 노상에 펼처 다시 둘로 접는다. 그 위에다 죽은
개를 놓고 너댓 번 방수포로 말아준다. 그것을 스테이션 왜건
뒤에다 실었다.
박사는 시내에서 여기 저기 물품을 구매하는 용건을 마쳤으나
그런 가게에서 개에 관한 것을 말해보았다. 숫놈인 사냥개로
적색과 백색의 반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세 번째 집에서 그
개라면 거스 호프먼의 소유에 틀림없다는 사람을 만나
호프먼이라면 아들의 검시심문 때문에 시내에 나타날 거라는
말을 들었다. 아들이 어제 밤에 자살했다는 것도 검시심문을
시내의 시체안치소에서 열릴 거라는 말도 들었다.
스탄턴 박사는 검시심문이라는 것에 나가본 일이 없으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호기심도 있어 시체안치장소 가보았더니
심문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알았다. 의자는 이미 비어있는
것이 없고 뒷쪽에 서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 박사도 거기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샤롯테 가너가 증언을 하고 있었으며 듣고 있는 동안 박사는
그 말에 더욱 열중해가는 자신을 깨달았다. 샤롯테 가너는 맨
먼저 침착하고 대담하게 토미 호프먼과의 관계에서의 진실을
가식없이 이야기하고 그 다음 눈을 떴을 때 토미의 옷은
있었으나 토미 자신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나서 나머지는
듣는 이의 상상에 맡겼다.
토미를 부르며 찾아다닌 이야기를 하고나서 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집으로 달려갔다는 증언이 끝나자 검시관은 그녀를
퇴정시키려 하였으나 샤롯테로서는 한 마디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검시관의 질물에 대답하기 위하여 들쥐에 관한 것은
말하지 못했으나 들쥐가 토미의 바지에 기어올라 토미가 손으로
뿌리쳤을 때 들쥐에게 물렸을지도 모르니까 그 점을 증언에
넣고싶다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어쩌면 토미가 무슨
광견병같은 질병에 걸려......
검시관은 샤롯테에게 끝까지 이야기를 시켰으나 다음 증인을
부르기 전에 잠시 배심원들을 향해 광견병의 증상과 그 잠복기가
상당히 길다는 것을 설명했다.
들쥐에게 물려 토미가 그런 당돌한 발병을 할 리가 없으며
따지고 보면 증후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설사 그 들쥐가 광견병에 걸려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며 토미는 물리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토미의 손의 피부는 어디에도 파손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리에는 긁힌 자국이 여러 곳 있었으나
이것은 숲 속을 맨발을 뛰어다녔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물려서
생긴 상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거스 호프먼이 다음 증언에 서고 그 다음이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였다.
스탄턴 박사는 귀를 곤두세워 특히 개 버크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놓지지 않고 들으려고 했다. 버크는 어제 밤에는 토미의
뒤를 추적했고 오늘 아침에도 그 동굴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증언은 보안관이며 전화를 받은 숲으로 가서
호프먼과 가너와 함께 시체를 운반했다는 증언이었다.
검시심문의 배심원이 별실로 퇴정했으나 곧 돌연적 정신착란에
의한 자살이라는 표결을 들고 나왔다. 방청인도 슬슬 나가기
시작했다.
박사는 이제 개의 소유주로 알려진 거스 호프먼쪽으로
다가가려고 했으나 호프먼은 시체안치소 안의 사무실 입구로
들어가 버렸다. 틀림없이 장례식의 상의를 위해서의 상의겠지.
가너의 아버지와 딸도 같이 들어갔다.
박사는 여기에서 보안관인듯 한 거한을 잡고 자기소개를 한
다음 개를 치어 죽인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보안관, 호프먼씨에게 이야기하는 거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고 어쨌든 호프먼씨는 어제 밤의
아드님을 잃었다는 충격도 있을 테고-개까지 죽었다는 것은 지금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개는 그저
도망쳤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해두었다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고 단념시키는 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떨까
해서요.]
박사는 말했다.
보안과는 머리를 끌적인다.
[글쎄요, 그것은.]
하고 망서린다.
박사가 다시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당신이 잠시 생각하도록 시간을
드리고 이 사실에 대해서는 나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니
한두 가지 질문도 하고 싶으니 맞은 편 바에서 한잔하지
않겠소.]
[글쎄요-한잔 할 정도의 시간은 있지만......그 전에 한두
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가서 계시면 10분 이내에
가겠습니다.]
버톨스빌에 도착한 첫날 들여보고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던 그
바에 들어서자 박사는 맥주를 주문하고 파이프를 채워 불을
붙였다. 충분히 냉각된 맥주는 맛이 있었다.
마침 잔을 비웠을 때 보안관이 앞자리에 와서 앉는다.
[맥주가 좋을 것 같군.]
하고 말한 다음 바의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행크, 맥주 큰 놈으로 두 잔. 큰 놈으로 말이야.]
그리고나서 박사를 향해 말한다.
[방금 길을 건너오면서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당신의 말대로
굳이 지금 당장 거스에게 개의 이야기를 하여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무척 타격이 큰
상태입니다. 다만 그-개의 죽은 사해는 그 양반이 돌아갈 때
알아보도록 도로에 그대로 놓아두었나요.]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발견하여 전화로 그 양반에게 알리도록......]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둘둘 싸가지고 내 차 뒤에다 실어 놓았습니다. 돌아가거든
묻어주겠소.]
불이 꺼진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인다.
[개에 관해서는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하는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뛰어들었으니까요. 브레이크를 밟을 시간도 없이 깔아뭉겠으니.]
보안관은 의아해 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상한데요. 버크는 언제나 차를 무서워하는 개였는데 차가
달려오는소리만 들었다 하면 밭으로 도망가기가 바쁜
개였는데요. 총을 싫어하는 개도 있지만 그 개는 자동차
공포증이었지요.]
박사는 유심히 보안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놀라운 일인데요. 그렇다면 보안관, 개도 틀림없이
미친 것입니다. 눈도 귀고 막은채 무작정 뛰어 들었습니다. 이
부근에서 요즘 광견병이 발생한 예가 있습니까.]
[지난 2년 동안은 없었습니다. 아니 더 오랜 기간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보안관은 흥미가 없는듯 하다.
박사는 이 보안관이 바보는 아닐까 하고 그 크고 둥근 얼굴을
보았다. 아마도 바보는 아니 것 같다. 아마도 표준 정도의
지능은 있을 테지만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들쥐의
행동의 기묘성이나 개의 행동의 이상한 면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토미의 행동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분명히 토미의 행동도 기묘했지만 어차피 토미는 돌발적인
착각에 빠져들었고, 돌아 버린 인간은 돌아 버린 행동을 하는
법이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이 보안관의 생각이며 관계가 있는
인간도 없는 인간도 검사심문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렇고 보안관에게 검사심문에 대해 묻고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지? 그렇지-
[그런데 보안관. 나는 심문에는 약간 늦어서 검사보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해부는 했나요.]
[해부? 아니 무엇 때문에? 토미가 스스로 자기 손목을 끊어
자살했다는 것은 아무런 의심도 없었으니깐요. 그 밖에는 상흔도
없었어요. 물론 가시덤불에 긁힌 종아리의 상처나 발바닥이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기는 했지만.]
박사는 열다가 그대로 다물고 말았다.
보안관이 말했다.
[참 그렇지. 당신은 그 길을 들어가서 어디에 묵고 있는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그것을 알고싶어 했지요. 도로의 막바지,
여기서 10마일쯤 들어간 곳의 그 집인가요.]
박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옛날부터 버튼 저택이라고 부르던 곳입니다.
전에는 농가였으나 지금은 들판의 독립가옥입니다. 보스턴에
있는 나의 친구가 그 곳을 사서 여름 휴가의 피서지를
만들었지요. 금년 여름에는 그 사나이가 오지 못하고 나에게
사용하라고 대여해 주었지요.]
[아하하, 그 사람의 이름은-아아, 그렇지-헤스팅 부부였지.
두세 번 만난 일이 있지만 역시 여름이었지요. 당신은 부인과
동반인가요? 아니면 거기에 혼자서.]
[혼자입니다. 아내가 없어서. 때로는 나도 혼자서만의 생활을
해보고싶다구요. 학생상대의 생활을 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학생이라구요. 당신은 무슨 선생인가요. 스탄턴씨.]
[이래뵈도 박사입니다. 보안관. 매사튜세츠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문은 전자과학입니다. 인공위성의
계획에도 손을 대고 있습니다. 여름휴가의 절반은 그 일 때문에
빼앗겼지만 남은 기간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켓 말인가요.]
보안관의 말투에 존경의 뜻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켓 그 자체는 아닙니다. 주로 인공위성의 방사능이나
우주선같은 것을 탐지하는 장치와 그 정보를 전하는
장치쪽이지요. 예를 들면 패들보일 형 인공위성의 구성따위에도
설계면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나의 흥미는
낚시질 쪽이 강하지요. 내가 살고 있는 그 집에서 동쪽으로
(마일의 지점에 강이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나도 거기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인도-그 당신의 친구인 그 집의 소유주인 헤스팅도 수렵해금
때 한 번 오시면 좋을 텐데. 거기에는 노루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댁의 북쪽 숲에는.]
[공교롭게도 나는 수렵을 별로 잘하지 못합니다. 라이플과
권총은 가져왔습니다만 이것도 단순한 사격연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헤스팅의 말로는 독사가 그 일대에는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산탄총도 가져왔습니다만 아직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맥주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좋지요.]
보안관은 바텐더에게 손가락 둘을 들어보인다.
[보안관. 이 부근에서 그밖의 변사사건은 없었습니까.]
박사가 물었다.
보안관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변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3-4년
동안에 미궁에 빠진 살인이라면 두 건쯤 있었습니다. 물론 어느
거나 도둑의 소행으로 별로 이상한 데는 없었습니다만.]
[그밖에 갑자기 자살한다든가 사람을 죽인다든가 하는
미치광이 사건은.]
[글쎄요-나는 보안관이 되어 이럭저럭 6년이 됩니다만 그런
사건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을 어디가 진기하다고
하시는지? 인간이란 머리가 돌아 버리는 존재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잖아요.]
[그렇지요. 그러나 광기란 언제나 일정한 형태를 밟으며
나타는 것입니다. 토미 호프먼의 경우는-저어-.]
[그게 자살이 아니였다고 말하고싶은가요.]
[물론 그런 것은 아니지요. 다만 어떤 형태의
정신착란이었는지 그것이 이상하며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왜 그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이상합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쉬고 있을 때-어째서 그런 일이? 매우 즐거운 일을 마치고
만족한 기분으로 낮잠을 자고 있을 때니까 말입니다.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지요.
그런데 보안관, 당신은 내가 묵고 있는 그 강에서 낚시질을 한
일이 있다고 하셨지요. 첫째는 어떤 바늘을 사용하나요.]
두 잔째 맥주를 마시고 보안관은 이제 윌콕스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면서 돌아갔다.
박사는 또 한 잔을 주문하여 그것을 마시면서 파이프를 빨고
있었으나 생각에 열중하여 빠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파이프의 불이 꺼진다. 세 가지 죽음. 들쥐와 젊은이와 개의
죽음에 믿을 수 있는 유대를 생각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보안관은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게 아니라면 자신은 하찮은 일에 얽매어 있는 것에
불과할까?
들쥐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먼저 앉아서 젊은 남녀를
향해 저편으로 가라는듯이 앞발을 흔들어보았다. 그리고
처녀에게 얌전하게 잡히기는 했으나 잠시 물어뜯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던져 버리자 도망치려다가 이번에는 다시 돌아서서
남자를 공격했다. 결과적으로는 자살행위였다.
그리고 그 청년 토미 호프먼의 경우다. 이 또한 여자 옆에서
잠들어 있다가 어쩌면 눈을 뜨자 곧 광기가 발동하여 역시
마지막에는 자살이었다. 박사도 그런 상태에서 머리가 돌아 버려
자살할 수 있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박사도 이상심리학은 전혀 조예가 없는 것도 아니며
조짐도 아무것도 없이 광기의 시초에 아무런 직접적인 원인도
어떤 외적경험도 없이 갑자기 완전한 광기에 빠져 버린 예는
들은 적이 없다.
거기에다 개다. 박사는 이 개 때문에 관계하게 된 것이다.
물론 개는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고 눈도 귀도 먹통이 되어
무작정 뛰어보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만약 광견병이
아니라 정상이었다면 그의 차에 뛰어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아서 자살행위이다. 특히 그 개는 자동차 공포증에 걸려있던
개라고 한다.
물론 이 점은 박사가 보안관으로부터 얻어 낸 유일한 새로운
정보이며 버크의 죽음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쥐라는 것은 북극의 쥐는 예외일 테지만 결코 자살같은
것은 하는 것이 아닌 존재이다.
박사는 갑자기 남은 맥주를 후다닥 마시고 파이프의 재를 떨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린 베이에는 버크가
광견병이었던가 아닌가를 조사해줄 수 있는 연구소가 있다.
그린 베이까지는 불과 45마일의 거리이며 아직 시간은 오후 세
시다. 개의 사체는 스테이션 왜건에 실려 있으니까 충분히 그
연구소에 갈 시간은 있다. 거기에다가 지난 일주일 동안 현재의
집에서 이 버틀스빌까지의 10마일 이상의 나들이를 한 적이
없으며 그린 베이에 하룻밤 다녀오는 것도 기분전환에는 좋을
것이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할 수가 있으며 재미있는 것을
상영하고 있으면 영화를 보아도 좋다.
박사는 마음먹은 대로 다 해버렸다. 그 동안에 개의 사체는
연구소에 넘겨주고 다음 날 오후 버틀스빌에서 전화로 결과를
들을 수 있도록 조사수수료는 선불로 해두었다.
그런 다음 저녁을 먹고 여남은 권의 가벼운 책을 읽을 거리를
사모았다. 그것이 모두 추리소설뿐이다. 작업중에는 수시로
딱딱한 책을 읽지만 휴가 때는 머리를 쉬게 하기 위해
문학서적밖에는 읽지 않는다.
저녁은 맛이 있었다. 자취 요리와는 취향이 달라서 좋았고
버틀스빌 부근에서는 무엇을 먹어도 이만큼 맛이 없다.
박사가 본 영화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프랑스 코미디이며
줄거리의 해독에는 힘이 들었으나 얼마 동안 보고 있는 사이에
줄거리는 단념하고 바르도의 인물만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열 시가 조금 지나 친구인 헤스팅으로 빌려든 도로 막바지의
그 집으로 돌아왔다. 전에는 농가였다. 상당히 큰 농가였다.
이층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침실이 세 개, 욕실이 하나.
아래층은 세 개의 방으로 큼직한 부엌과 넓은 거실, 거기에다가
창고로밖에는 사용하지 않는 예비 방이었다. 이 예비 방에다
박사는 총기류와 낚시도구를 넣어두었다.
전기는 지하의 발전기에 의한 자가발전이며 작은 가솔린
엔진으로 가동되는 것이었다. 그 엔진이 또한 수시로 옥상의
탱크에다 물을 퍼올려 주기로 한다. 전화는 없었으나 박사는
태연했다. 실제로 전화는 없는 편이 나을 정도이다. 집 주변은
그 옛날 남쪽은 밭이었으나 어떻게 된 것인지 적어도 20여 년은
버려져 있다. 집 주변의 뜰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의 숲이나
덩굴로 돌아가 버렸다. 도로 북쪽의 숲과는 나무가 적고 키가
낮아 구별이 갈 뿐이다.
친숙한 면이 있는 쾌적한 집이었는데 오늘 밤만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다.
박사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사온 책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았으나 책에 열중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안온해지지가
않는다.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지만 외톨이가 되었다는
쓸쓸함을 느낀다. 밖에서 엿보고 있는듯한 누군가에 의해,
아니면 무엇인가에 의해 탐지당하지 않도록 세이드를 내리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거리가 먼 도로 막바지인 이 집까지 와서 창으로
들여다 보려는 사람이 있을가? 따지고 보면 누구라든가 무엇인가
하는 그 것이 대체 무엇인가? 창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동물일 테지만 동물이 들여다 보는 것을 내가 왜 신경을 쓰는
거지? 바보같은 짓이라고 자신을 달래며 어쩐지 어색해져 맥주를
다시 한 캔 마시고 추리소설에 열중하려고 노력했다.
소실을 다시 읽기 시작하여 20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읽은 앞 페이지가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분명히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었다-아니면 재미가 있어야 했다.
첫페이지부터 살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흥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책과 마음의 중간에 토미 호프먼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말았다. ......감색 양말만을 알몸에다 신고
연인 옆에서 누워있다가 일어서서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는
동굴로 도망친다.
아버지와 연인의 아버지가 랜턴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오고 사냥개와 버크의 짖는 소리가 들린 때까지 그 동굴에
쭈그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아버지들로부터 도망쳐 처음 도망친
부근까지 원을 그리며 돌아오자 녹슬고 부러진 나이프를
집어들고 손목을 양손 다 찢어 놓는다.
책은 지금 15페이지를 펼쳐놓고 있으나 이번에도 박사는
최초의 페이지 이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념하고 책을 던져 버려고 생각만 하기로 했다.
호프먼 사건에 관해서는 내일 오후 버틀스빌에서 연구실에
전화하여 버크의 조사보고를 들을 때까지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그것으로 개가 광견병이라는 것이 밝혀지만
세 가지 죽음에서 한 가지는 설명이 가능해지므로 모든 것을
영원히 잊을 수도 있다. 휴가인 나머지 다섯 주간을 수수께끼와
같은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것에 불과한 무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버크가
광견병이 아니었다면......
잠을 잘 수 있도록 맥주를 다시 한 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시 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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