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로스의 마지막 밤

조회수 13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8.18
8화. 그로스의 마지막 밤


지성체의 넋은 지금 그로스의 농부 뒷쪽 계단 밑에 있는
자신의 껍데기로 돌아갔다.집안을 자세히 조사한다. 이번에는
그로스 부부 이외에 생물이 없는가를 샅샅이 조사한다.
개라도 있다면 그로스가 내려올 때 짖어대어 여자를
깨워놓을지도 모른다. 개는 없었다. 새장 속에 카나리아가 한
마리 거실인지 객실인지 모를 아래층 방에 있었다. 그가 옮아 탄
그로스가 이런 방에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층의 침실에서는 지그프리드와 엘자 그로스 부부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고양이가 그로스의 마음에 옮아 간다. 지성이 있는 존재를
점령하려고 할 때 따르게 마련인 격렬하지만 짧은 투쟁. 그러나
싸움은 토미의 마음에 옮아 갈 때에 비하면 어이가 없을 만큼
짧았다.
이 새로 옮아 탄 인간은 고등학교에서 1년을 낙제하고 밭일이
과학이라고는 할 수 없고 과학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도 흥미도
없었던 그 젊은이보다 훨씬 지성이 낮단 말인가?
지성체는 이 노인에게는 보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기대에 못미치는 것만 같았다.
당장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로스는 그런 점에서는 토미
호프먼보다 더욱 지식도 관심도 없는 것이었다. 교육은 국민학교
6년에서 정지했으며 자신의 밭일 이외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디오도 갖지 않았으며 읽고 있는 것이라고는 주간지 하나와
농업잡지 하나뿐. 그것도 읽는데 힘이 들 처지였다.
지성체는 방금 옮아탄 이 사나이를 곧 움직이게 하지는
않았다. 그로스의 마음 속을 샅샅이 뒤져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에 알아두고싶었던 몇 가지 안 되는 일을 탐색해낼 때까지는
그로스를 그대로 눕혀두었다.
당장에 두 가지 질문의 대답은 나왔다. 더우기 두 가지 모두가
더할나위없는 것이었다.
첫째는 엘자 그로스가 깊은 잠을 잔다는 것. 올빼미가
유리창이라도 깨고 뛰어드는 소리라도 내지 않는 한 그녀는 눈을
뜨지 않는 것이다. 부엌은 이 방의 바로 밑이 아니기 때문에
각별히 화려한 소리라도 내거나 무엇인가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의 답은 냉장고에 수프 스톡이 1쿼터의 병에
들어있으며 자양이 풍부한 쇠고기의 그래이비(Gravy:고기즙)도
항아리에 반은 들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양쪽을 합하여 잠시 가열하면 완전한 양분의 용액이 되는
것이다. 약간 열을 가하면 반은 굳어졌다. 그래이비도
양분으로서 흡수하기 쉬워진 것이다. 만약에 그런 것이 없고
적당한 통조림도 없다고 한다면 어떤 고기라도 이용하여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여 묽은
수프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도 도저히 수프 스톡과 그래이비를
혼합 한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에 알고싶은 것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그로스의 지식으로 만약 무슨 흥미를 느끼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후에 한가할 때 천천히 검토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의
육체가 양분의 용액에서 한 시간쯤 걸려 양분을 흡수하고 있는
동안도 그는 노인의 마음에 옮아 탄 그대로 있을 수가 있는
것이었다. 지성체의 지령으로 지그프리드 그로스는 살며시
침대에서 빠져나와 맨발로 발자국소리를 죽여가며 침실 입구를
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더니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고 어둠
속의 계단까지 손으로 더듬어 아래로 내려갔다. 부엌에 내려설
때까지 도중의 조명은 켜지 않았다.
가능한 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냉장고에서 병과 항아리를
집어낸다. 병에서 수프 스톡을 지성체의 껍데기를 담글 수 있을
만큼의 큰 냄비에 따르더니 항아리의 그래이베를 합쳐 둘을
저어댔다. 성냥으로 프로판 개스에 불을 붙이고 약한 불로
조절한 위에다 냄비를 놓는다. 따뜻해질 때까지 계속 저어대며
수시로 스푼으로 떠서 온도를 확인한다.
그래이비가 완전히 녹고 온도도 적당해지자-지성체는 껍데기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영하 50도 정도에서 물의 비등점까지의
온도에는 견딜 수 있으므로 뜨거워도 무방하다.
-그리하여 냄비 밑의 불을 끈다.
불빛이 새어나가도록 부엌문을 열어놓은채 밖으로 나가더니
계단 아래로 손을 밀어넣어 지성체의 껍데기를 찾는다. 그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냄비의 액체 속에 넣는다.
그리하여 양분섭취의 시간을 측정하기 위하여 부엌의 시계를
보아두고는 지그프리드 그로스는 걸터앉아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지성체는 그로스의 마음 속의 지식이나 기억을
정리했다.
여기에서 알게 된 것은 지금 옮아타고 있는 이 사나이는
도저히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끝난 후까지 옮아타고 있을 만한
인간이 못된다는 사실이었다.
지그프리드 그로스는 65세의 무뚝뚝하고 고독한 인간이었다.
이웃사람들과 시내의 상인들과도 관계는 가졌으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상대는 하나도 없었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고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아내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동안 이 부부 사이에는 애정이라는 것은 한 조각도
없었다.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상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살아온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엘자에게는 의지할 친척도 없고 스스로 살아갈 힘도 없었다.
지그프리드 그로스 쪽에서도 가사를 돕고 지금 그녀가 하고
있듯이 창고 주변의 잡다한 일을 처리해주는 조수로서 그녀가
필요한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이 상대에게 참고 견디며 살고 있고
그렇다고 증오하는 일도 없었다.
자녀는 둘이 있지만 아이들이 10대의 말기가 되자 사내아이도
여자아이도 지그프리드와 충돌하여 두 사람 모두 이 농가를
뛰쳐나가 도시로 가 버렸다. 어느 편이나 엘자에게는 편지를
보내 왔으나 지그프리드가 그녀에게 회답을 쓰지못하게
하였으므로 이제는 아이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그프리드의 장래는 지난 수년 동안 관절염이 조금씩
악화되어 지금도 그것이 악화일로에 있어서 어둡기만 했다. 그는
의사라는 것을 믿지 않았으며 설사 의사에게 보였다하더라도
좋아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일이 괴로울 정도로 악화되어 있으며 앞으로 3-4년만
지나면 이 통증은 더욱 심해져 일도 하지 못하게 되고 이 작은
농장도 팔아 버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농장은 그 어디에서도 빚을 내지 않고 꾸려왔으므로 여기를
팔면 엘자와 둘이서 여생을 보낼 수가 있겠지만 그의 장래는
대체로 그런 위치에서 더우기 통증이 점차 가중되어 갈 테니 더
장수를 할 경우 끝내는 폐인이 되어 버릴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의 평생 동안 몸에 붙어 버린 이 무뚝뚝함은 그가 자신의
나라나 정부를 미워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다. 사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에는 명목상의 국민으로 되어있을 뿐
자신은 미국인이라기보다는 독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그를 이 나라에 데리고 온 것은 그가 네 살 때였다.
부모는 미국으로 귀화했으나 이것은 다만 그렇게 했을 뿐, 그도
그 때부터 미국인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부모들의 모국에 대한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도 그것을 이어받고 있었다. 그는
7세가 되어 학교에 갈 때까지 영어는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가 20대가 되었을 때 미국은 1차 세계대전에 개입했다.
국가는 그를 소집하려고 했고 그는 양심적 반전파의 수용소에서
비참한 1년 반을 보내게 되었다. 실제로는 그에게는 양심이고
뭐고 전쟁에 반대할 의사는 없었던 것이다. 일단 그와 같은
이유가 붙여지기는 했으나 그는 다만 자신이 싫은 측에 붙어서
싸움을 하고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히틀러에 의한 독일부흥을 그는 크게 환영했다. 그는 열렬한
나치파가 되었다. 나치 비밀군이나 유사한 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2차 대전에 참가하자 그는 그런 생각에 더욱 기우러져
공개적으로 떠벌리게 되었다. 이 무렵 그는 40대 중반이 되어
이미 소집될 염려는 없었으나 그는 젊었을 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하고싶은 말을 해댄 것이다.
그를 수용소에 쳐넣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제아무리 입으로는
난폭한 말을 떠벌리고 다녀도 어치피 해가 없는 사나이인데다가
전쟁에의 노력을 파괴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되는 인간이라고
당국은 생각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만약 위스콘신 주의 나치 동조자를 모두 수용소에
쳐넣기로 한다면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위스콘신 주와 같은
크기의 수용소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전쟁중에도 전쟁후도 그는 괴로운 심정으로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가출해버린 아들의 일을 생각했다. 아들도 딸도 자신들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집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것도 그 점에서 아버지와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소집되어 또는 자원이라도 해서 모국에
총뿌리를 들이대는 일이 있다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자식이고뭐고 죽어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쟁중에는 뉴스가 늦지 않도록 일간신문도 받았으며 라디오도
샀다. 히틀러가 패배하자 그는 신문도 끊었고 화를 참지 못하여
라디오를 도끼로 파괴해 버렸다.
그는 설사 은퇴하고서라도 좋으니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언제라도 경제적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생각될 때까 오면 그것이 불가능해지는 고장이
생겼었다. 이제 와서는 이미 그 희망을 버려야겠다고 그는
깨달았다. 이미 60년 이상이나 이방인 속에서 살아온 이
이역땅에서 죽어야 하는 것이 운명인 모양이다.
결혼하고 최초의 1년이 지나서 부모가 죽고난 후부터는 이
나라는 그에게는 정말 이역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그는 이 이역땅과도 타협을 하고 있었다. 그의
단 하나의 타협이었다. 그것은 단 한 가지, 오직 한 가지,
독일어를 잊을 만큼 영어만을 사용해왔다는 사실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엘자와는 독일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으나 그토록
유순했던 엘자도 아이들이 태어나자 영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그가 독일어로 말을 걸어도 그녀는 영어로 대답을 했다. 그
자신이 교사가 아니였으므로 아이들은 독일어를 두세 마디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도 드디어는 두 손을 스스로 모국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독일어와 비슷하게 익혀버린 영어를 점차
집안에서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성체가 옮아 탄 인간의 이와 같은 사실을 일일이 정리해본
것은 껍데기가 양분을 흡수할 때까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거기에다가 설사 하찮은 일이라도 인간의 버릇이나
사고방식에 관한 것이라면 알아두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인간의 정말이라든가 고민에 동정하지는 않았다.
그로서는 문제란 이 인간의 사용처뿐이었다. 더우기 그는 이
지그프리드 그로스는 이용한 것은 오늘 밤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스는 세상을 버린 사람과 같은 존재이다. 다른 사람들과
교제다운 교제도 하지 않고 있으며 전혀 그 사람답지 않는
정보를 모으고 일이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사람의 소문에
오르내리고 호기심을 유발시키게 될 것이다. 전화도 없으며
편지를 낸 일도 없으며 사신다운 편지를 낸 일도 없으며
사신다운 편지가가 온 일도 없다. 버틀스빌까지 매주 토요일에
필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구매하기 위하여 말에 수레를 끌게 하여
가는 일은 있었으나 자동차를 산 일도 없었으며 갖고싶다고
생각한 일도 없었다. 밭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팔러갈 계절이라서
다음 토요일까지 기다려야 할 것도 없었지만 그것을 고집했다.
시내에 나가도 행선지는 정해져 있다. 그런 가게에서도 그는
걸음을 멈추고 소문이나 뉴스를 말하거나 듣고 일도 없었다.
여기에서 15분 이상 자신의 밭과 버틀스빌까지의 5마일 이상을
간 일은 없었다. 그의 생에서 두 번째의 독일 패배 이후 그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그프리드 그로스를 그대로의 성격으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버려둔다면 정보수집의 도구로서 그 이상 쓸모없는
것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끝나면 지성체는 이 사나이로부터
빠져나가야 한다.
거기에다가 오늘 밤을 이미 지성체는 정보수집을 위한 완벽한
도구를 발견해 놓고 있었다-고양이다. 그로스에 옮아타고 있는
한 그는 고양이를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고양이에게는
옮아타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 일대의 버틀스빌 주위의 인간들
중에서 어떤 경우 어떤 인간이 도움이 되는가를 조사해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둘 것은 없다. 이제 양분은 흡수했으니까.
그러나 지성체는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그로스의
마음에서 몇몇 안 되지만 그가 알고 있는 이 이웃들의 인간성을
알아두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별로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몇 가지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그로스는
이웃 전반에 대해서는 토미 호프먼보다 아는 것이 없었다.
토미의 자살에 대해서도 검시심문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다음 토요일에 시가지에 갈 때까지 그 이야기는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성체는 그 때까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의문의
답을 얻을 수는 있었다. 어째서 그로스의 옆집에서 사나운 개를
창고에 매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옆집은 르루사의 성을 가진
사람으로 프랑스식 이름이지만 벨기에 출신이었다. 그 개는
라브러도르 리트리버의 암캐로서 사냥개로서는 상당히 귀중한
개이며 존 르루사가 오리사냥에 사용하는 개였다. 갑자기 그렇게
광폭해지기 전-광폭해졌다고는 하지만 르루사 자신에게는 문제가
아니지만-이 개는 다른 좋은 질의 라브도르와 교배하여 앞으로
몇 주일이며 새끼를 낳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개가 르루사의
아내에게 덤벼들어 다행히 물어 뜯기지는 않았으나 개는 죽여
버리자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르루사는 새끼가
태어나면 새끼는 광폭하지 않을 테니 새끼를 뗀 후에 어미개를
저격해도 좋다는 합의하에 새끼를 길러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는 창고의 비어있는 구석자리에 사슬을 매두고
아내나 딸아이에게는 결코 다가가지 말라는 엄명을 내려둔
것이었다. 그로스가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지금도 그로스와
그런대로 교제를 계속하고 있는 몇 사람 안 되는 이웃의 한
사람으로서 르루사가 강아지 한 마리를 길러보지 않겠느냐고
제외해와서 그로스가 거절한데서 알려진 이야기다. 이 개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새끼를 맡을 사람을 빨리 정해야 한다는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그로스 인간도 싫어하고 개도 싫어하며 고양이만을 창고에
살게 하는데는 관대하게 보지만 그것도 창고의 쥐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로스의 눈을 통하여 지성체는 시계를 보고 액체에 담겨있는
시간은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시간을 측정하는데 시계를
의지해야 하는 것은 지성체가 무엇엔가에 옮아탔을 때는 그
껍데기 쪽의 감각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스가 일어서서 껍데기를 지금은 식어버린 액체에서
집어내어 뒷문쪽으로 가져간다. 거리서 생각을 달리한듯
개숫물쪽으로 옮겨갔다. 껍데기를 깨끗이 씻고 닦는다. 지성체가
후에 깨닫게 된 것은 액체의 냄새가 어떤 동물을 끌어들여 계단
아래로 기어들게 하며 지성체의 껍데기를 발견하여 끄집어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도 없는
것이다. 그 점은 개인 버크로 옮아타고 동굴에서 파내어 구멍이
있는 죽은 나무로 옮겨갔을 때 깨닫고 있었다.
그로스가 지성체를 들고나가 다시 빛이 흘러나오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지성체는 자신의 은닉처를 더욱 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그로스에게 계단 아래의 흙을 파내게 하여 1인치 정도의
깊이로 묻게 하게 그 위를 단정하게 골라 놓게 한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계단 위에서 손을 뻗어 계단 옆의 그로스의 맨발
자국을 지우게 했다.
그것이 끝나자 죽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전에 무엇을 했는가 하는 증거를 치운다. 액체의
나머지를 흘러보내고 사용했던 세 가지 도구를 씻는다. 냄비와
그레이비의 항아리는 제자리에 돌려놓고 비어있는 유리병은 다른
빈병과 함께 놓아두었다. 물론 엘자가 스프 스톡과 그래이비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에게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다 그녀는 요즘 정신이
희미해져 그것을 자신도 알고 있으므로 자신이 수프 스톡과
그래이비를 사용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 무렵에는 남편이 죽음이라는 충격으로 자세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여가도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생활이 돌변하는 급격한 변화는
충격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후에 생각하면 남편이 죽어주어서 후련해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논밭을 판 돈도 늙은이 둘이서 살아가기보다 혼자 사는
편이 훨씬 알뜰해질 것이다.
유서를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번에는 유서를 남기기로
했다. 이것은 토미의 죽음에서 지성체가 얻은 교훈이었다. 그
때는 지나치게 호기심을 유발시켜 버려 호프먼과 가너가
동굴까지 뒤져 거기를 파보자는 소동이 일어났을 정도였다.
그로스의 유서는 의혹을 낳게 할 여지가 없을 만큼 당당하고
논리성이 있는 것으로 작성하고 싶었다.
그로스에게 편지지와 연필을 가져오게 하여 부엌 테이블 앞에
앉힌다. 거기에서 그로스가 정말 자살을 각오했다면 어떤 유서를
남길까 하고 사용하는 말을 생각해본다. 엘자의 노후를 위해
돈을 좀 더 남겨야겠다는 착한 생각은 가지지 않았으며 그런
유서를 남길 것 같지도 않았다.
만약에 유서를 쓴다면 짧고 요령만, 사과나 인사 말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로스는 천천히 고생스럽게 썼다. 영어라기보다는 독일어에
어울리는 필적으로 말은 영어지만 철자는 그로스의 방법대로
썼다.
[이 이상 관절염의 고통을 견딜 수 없다. 자살한다.]
완전한 서명을 하고 그 아래에 독일어로 미워하는 이 미국에
대한 마지막 욕지거리. 마지막 말은
[세계의 정상인 독일 만세.]
그리고 부엌의 선반에서 산탄총을 들고나와 탄환을 장진하고
다시 테이블 앞에 앉는다. 총구를 입에 대고 위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피와 뇌조직이 편지지 위로 튀었으나 글씨는 아직 읽을
수가 있다.
계단 아래에 분명히 숨겨진 자신의 육체로 돌아온 지성체는
다시 자신의 지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엘자가 이층에서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침실의 조명을
켜고 복도의 조명을 켜고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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