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일곱 번째 자살
16화. 일곱 번째 자살
결국 망창의 주문은 하루쯤 늦어도 별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다음 날인 목요일에 다시 시내로 가서 진짜 솜씨가
좋은 목수 행크 버디를 만났다. 행크는 적어도 일주일간은 일이
밀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행크는 다음 주말에 치수와 견적을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박사는 좀 더 빨리 일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을까 하고 생각했으나 술집 구석방에서 포커로
친숙해진 행크가 마음에 드는 처지라 기다렸다가 행크에게 일을
시키기로 했다.
결국 고양이를 가두어 두는 것도 앞으로 2 - 3 일의 예정이며
평소처럼 지내면 그만이지 각별히 망창을 급히 설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날씨는 온화하며 종전대로 모든 창을
2인치 정도만 열어놓으면 충분히 바람은 통한다.
그는 미스 타리의 작은 집 앞에 스테이션 왜건을 세웠다.
그녀도 차가 멎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듯 박사가 문에
다가서기 전에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박사님. 완성되었습니다. 앉으시지요. 원고를
가져오겠습니다. 거기에다 속기 노트도 - ]
[고맙습니다, 미스 타리. 그러나 오늘은 그 두 통의 편지의
구술은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발송하기 전에 이삼일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고싶습니다. 거기에다 이제 발송해도 좋다는
결심이 설 때까지 편지는 기다릴 수가 있으며 그밖에도
무엇인가가 일어나도 그것을 겪은 후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생각이라면 좋습니다.]
그녀는 큼직한 갈색 봉투를 박사에게 넘겨 주었다.
[지금 읽으시겠습니까?]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 읽어도 되겠지요. 방해가 되지 않으시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그녀는 시간이 있었으며 박사에게도 시간이 있는 셈이다.
박사는 고양이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 고양이가 무서워졌습니다.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인지. 당신의 옮아탄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 고양이가 언제까지나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서요. 거기에다가 그 고양이는 흔히 있는
보통 고양이니까.]
하며 웃었다.
[그러나 버크도 당신의 차 앞으로 뛰어들기 전까지는 완전히
보통 개였습니다. 박사님, 당신이 뭐라고 하건 그 고양이가
거기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걱정입니다.]
[나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미스 타리. 거기에다가 우리 두
사람 모두가 이 문제를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박사님. 이 기록과 편지를
당신이 말씀하신 두 분 친구에게 꼭 보낸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습니까?]
박사는 탄식을 했다.
[좋습니다. 보내겠습니다. 다만 그 전에 이틀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좋습니다. 이번 주에 나는 계속 집에 있을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있겠습니다. 언제라도 오셔서 구술해주신다면......]
그 날 밤 접시를 씻고나서 박사는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고양이는 그 전부터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박사가 손을 뻗어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니까 고양이는 골골 목에서 소리를
냈다.
[어때? 야옹아. 여기가 마음에 들었나? 내가 마음에 들었나?
오늘이 목요일 밤이지. 너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날을
정해두자구. 날짜와 시간 말이야. 월요일이면 어떨까? 그렇지.
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오후 세 시경이었지. 네가 나가고
싶으면 오전 열 시경에 나가게 해주지. 그렇게 하면 배가 고파질
때까지 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테지. 만약에 시내에
나간다고 해도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 나가기 전에 너를
내주고 점심 때까지는 돌아오지. 네가 돌아왔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먹이를 줄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나?]
고양이는 대답대신 목만 골골 거리고 있었다.
박사는 말한다.
[자네의 부담이 덜어지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크레머의
집에서는 너를 나에게 주겠다고 말했어. 네가 돌아오는 것을
반가와하지 않았어. 물론 네가 돌아가면 받아주기는 하겠지.
먹이도 줄 것이고 용서해 주기도 하겠지.
그렇지. 네가 누구라는 것도 알고 있으며 너를 제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단 말이야. 만약에
고양이가 또 한 마리 있다면 그 이름을 그대로 불러도 되는데
말이야. 저편을 톰이라고 붙이지. 톰과 제리야. 그런 이름의
식료품을 먹은 일이 있나? 맛있다구. 그러나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너는 크레머의 집과 나의 집, 어느 쪽을 택할
셈이지?]
박사는 일어서서 소파와 마주놓인 의자에 옮겨 갔다. 방
반대편에서 고양이를 지켜본다.
[야옹아, 왜 너는 숨었나? 어째서 이층의 창같은 위험한
곳에서 뛰어들었지? 고양이가 이유도 없이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나? 왜 처음부터 지금처럼 행동하지 않았지?]
고양이는 나른한 듯이 기지개를 켜고 다시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다.
[야옹아!]
박사가 예리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고양이는 다시 눈을 떴다가
박사를 응시한다.
[야옹아. 내 앞에서 자는 척을 하지 말라구. 너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거야. 말을 걸고 있는데 잔다는 것은 실례야. 야옹아, 너는
그로스 집의 옆집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었단 말이야. 그로스
집의 고양이는 알고 있겠지?
그로스가 자살한 밤에 자살한 고양이말이야. 자살이
아니었다고 잡아떼도 소용없어. 그 고양이는 분명히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나운 개의 입에 뛰어들었으니까.
그것이 자살이라고 한다면 무엇때문이지? 만약 자살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떻게 된 거지?]
눈을 감고 고양이는 자는 척을 했으나 박사는 고양이가 자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같은 그 날 밤에 올빼미가 자살했지. 올빼미에
관해서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나?
그리고 그 전에 토미 호프먼의 죽음과 함께 들쥐가 고의적인
자살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리고 그 개말이야. 그 개를
치어죽인 것은 나라는 것도 알고 있나? 더우기 그 개는 차가
알맞는 거리에 올 때까지 길바닥에 숨어 있었다고. 내 차의 한
가운데를 향해 뛰어들었단 말이야.
그 개가 자진해서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 개가 차를 싫어하는
개라는 것을 듣고나서부터는 분명히 단언할 수가 있다구.
사람이 두 명, 동물이 네 마리 - 알고 있는 것은 그것뿐이야.
물론 그밖에도 자살한 인간은 알고 있지만 그밖에 얼마나 많은
동물이 자살했을까? 특히 숲 속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말이야. 그것도 무엇인가를 한 후에...... 누군가의 아니면
무엇인가의 용건을 마친후에 말이다.]
밖에서는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다. 울천이라는 귀뚜라미다.
박사는 멍청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을 - . 귀뚜라미가
우는 간격에서 거의 정확하게 기온을 알 수 있다는 이상한
것이었다.
귀뚜라미란 놈은 온도계와 같은 것이어서 보통 가정용
온도계와 같을 만큼 정확한 것이다.
자연에는 여러 가지 이상한 것이 있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자살적인 대이동을 하여 바다에 뛰어드는 북극의 나그네 쥐도
마찬가지이다. 집단광기(集團狂氣)일까? 아니면 나그네 쥐는
인간이 모르고 있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단 말인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창으로 다가오는 검은 어두움을
응시한다. 박사는 고양이쪽을 돌아본다.
[야옹아, 왜 그런 동물들이 자살을 했지? 너도 그런 동물의
일당이라면 왜 자살하지 않는 거지? 네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여기에 갇혀서 자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가? 아니, 기다려.
내가 찾아주겠어.]
박사는 거실을 나서자 복도를 지나 아래층의 또 하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구도 제대로 없는 창고 대신으로 쓰고 있던 방이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 이외는 박사는 거기에 낚시 도구와 장화,
총과 탄환 등을 두는 곳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위스콘신
주에서는 여름에는 이렇다 할 해금(解禁)의 사냥감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박사는 사격 연습을 위해 권총과 라이플,
거기에다 새로 산 산탄총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이런 것은 모두 그가 비행기로 그린 베이에 오기 전에
탁송해둔 것으로 여름이 끝나고 돌아갈 때 팔아버릴 중고의
스테이션 왜건을 사고나서 그는 그것들을 인수해왔던 것이다.
박사는 권총을 잡았다. 38 구경 스미스 엔드 웨슨 스페셜이며
두꺼운 판지로 만든 라이플 용 표적도 포장된 것 속에서 한 장
집어낸다.
복도와 거실 경계에 표적을 바닥에 세우고 앉아있었던 의자로
돌아왔다. 격침을 세운다. 갑자기 찰칵하는 소리가 나자
고양이는 머리를 들면서 지켜본다. 박사는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야웅아. 이렇게 하자구. 만약 네가 자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으면 그 수고를 덜어주지.
만약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나에게 저격당하고 싶으면 그 곳
출입구에 가보라구. 표적 앞에 앉기만 하면 그만이야.]
그 순간 고양이는 졸리기라도 한듯이 눈을 깜박거리고 다시
머리를 숙여 잠들어버렸다. 아니면 잠든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사의 말을 이해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박사는 탄식을 했다. 설마 고양이가 서 있는 표적 앞에
앉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에 - 아니 고양이가 진짜
고양이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짓을 하며 정체를 드러낼
까닭이 없다. 거기에다가 이런 경우 고양이를 저격한다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능할 것같지가 않다. 특히 권총에는 박사도
탄환을 장진하지 않은 상태이다.
박사는 권총과 표적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부엌으로 갔다.
잠을 자기 전의 맥주 한 통과 냉장고에 있는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입을 다시고나서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냉장고의 문 소리를 듣고 고양이는 소파에서 부엌으로 갔다.
박사의 말을 들었을 때는 모르는 척 하고 있었으나 그 소리라면
안다.
크레머 집의 부엌에서 듣던 귀에 익숙한 소리다. 박사도
고양이가 옆에서 보고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냉장고에서
내고싶지 않은 모양이다. 고양이는 무엇인가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얻어먹었으면 하는 눈치다.
박사는 레버 소시지 몇 조각을 발견하더니 한 조각을 고양이의
접시에 놓아주고 나머지로 자신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맥주 캔을 따고 테이블을 돌아간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할당된
레버 소시지를 먹더니 거실로 돌아가서 다시 소파 위에
누워버린듯 하다. 박사는 먹을 것을 테이블에 옮기고 나서는 그
이상은 아무리 보채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고양이에게 교육시킨
것이다.
거기에다가 고양이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가
냉장고의 소리에 나타난 것은 통조림 먹이라든가 우유등
단조로운 먹이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한잎 먹고 싶었던 것에
불과했을테지.
박사는 조명을 끄고 손전등을 손에 들었다. 고양이가 이 집에
들어온 최초의 밤과 마찬가지로 그는 침실로 올라가는데
손전등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다만 그 이유는 최초의 밤과는
달랐다. 지금은 다만 어둠 속에서 고양이를 밟거나 무엇인가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는 눈이 보이고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양이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인 금요일은 별로 이렇다 할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박사는 언제나 그랬듯이 시내에 갔으나 우편물은 아무것도
와있지 않았고 별로 살 것도 없었다. 고양이를 습득했다는
광고를 취소하기위해 신문사에 들렀으나 에드 호리스와의
이야기도 주로 전날부터 별로 색다른 것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가너의 농장에 원매자가 생겨 일가가 서부로, 아마도
오자크드가 아니면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는듯 하다는 것쯤의
소식이었다. 토미의 아버지나 거스 호프먼도 버톨스빌의 신문에
농장을 판다는 광고를 냈으며 그린 베이의 신문에도 낼 예정인듯
했다.
호리스가 말했다.
[나의 육감으로는 이것은 샤로테가 임신했다는 말이야. 가너
일가가 이사를 하려는 것은 - ]
[에드, 그런 억측은 기사화하지 않는 것이 좋아.]
호리스는 박사가 자신도 몰래 사과를 했을 정도로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거스 호프먼까지 이사를 해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토미가 죽어 버려서 주변에서야 무슨 말을 하건
예사일 텐데 말이야. 거기에다 주변에서 가타부타할 수치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였을 텐데 - ]
호리스는 혼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에드, 바보같은 소리는 작작하라구. 호프먼으로서는 앞으로
가너의 집안과붙어있고싶다구. 아내도 아들도 없고 - 그러나
손주가 태어나려는 참이야. 사생아건 뭐건 그 손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야.]
[그래요? 알겠습니다. 어째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마 어디로 이사를 가건 가너 집과 타협하여 적당한 크기의
밭을 함께 경작하게 되겠지. 거기에다 샤로테도 미세즈
호프먼으로 이름을 바꾸게 될 무척 젊은 과부이고 거스는 그녀의
시아버지야. 그래서 아이는 거스의 대를 잇고 거스로서도 삶의
보람을 찾겠지.]
박사는 그 날은 시내에서 볼 일도 없고 빨리 돌아왔기 때문에
오후에는 낚시라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고 생각했다.
그 개를 치어죽이고 그리고는 토미 호프먼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야기의 기묘함에 이끌리게 된 이후 처음으로 해보는
낚시질이었다.
고양이가 이 집에서 안정을 되찾고 만족한 듯이 지내는 것을
보고 박사는 기뻐했다.
적어도 박사쪽에서도 걱정은 하고 있었으나 낚시도구를 가지러
출입했을 때 고양이는 빠져나가려는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고양이도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어제 저녁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어차피
월요일에는 자유의 몸이 된다는 것을 믿고 있단 말인가?
박사는 머리 속의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가까이의 송어가
있는 강까지의 산책의 즐거움과 거기에 도착하고서의 낚시의
즐거움에만 정신을 집중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낚시는 시간이
어긋났는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바구니에는 중간 정도의 송어가 다섯 마리나 들어 있었다.
낚시를 한다는 그 자체도 즐거운 일이지만 낚아올린 결과에도
만족했다.
하룻만에는 다 먹어치울 수가 없고 고양이와 둘이서 먹는다고
해도 다음날까지는 먹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 갓낚은 송어는 냉장고에서 하루를 묵힌 것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좋은 맛이다.
돌아오자 박사는 물고기를 씻어 그 중의 세 마리를 요리했다.
두 마리는 자신이 먹었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박사도 놀랄만한
식욕으로 고양이가 거침없이 먹어치웠다.
박사는 말했다.
[좋았어, 야옹아. 잘 먹었다면 이것은 네가 여기에서
살아달라는 뇌물의 일종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사흘에 한 번씩
송어를 먹여주겠다고 약속하지. 날마다는 무리지만.]
일요일 날 아침, 아침식사를 하면서 박사는 고양이를 오전
중에 놓아주었다가 대여섯 시간 자유롭게 방임한 후에 평소에
먹이를 주는 시간에 돌아오는지의 여부를 시험해보리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렇다. 그렇게 해보아야지. 고양이를 무작정 거두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한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놓아주고 보는
거야. 돌아올지 가버릴지, 고양이의 자유에 맡겨보는 거야.
다만 한 가지 공작은 가능하다. 해보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박사는 성능이 매우 우수한 쌍안경을 여기에 갖다 놓았다.
고양이를 출구로 내주는 동시에 박사는 이층으로 뛰어올라가는
것이다.
고양이가 어느 방향으로 가건 이층 방의 어느 창으로 상당히
먼 거리까지 고양이의 모습을 지켜볼 수가 있는 것이다.
크레머의 집쪽으로 간다면 다시는 이 고양이와 만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집
주변이나 뜰을 서성거리고 있다면 먹이를 줄 때 부르면 거의
틀림없이 돌아올 것이다.
밖을 보니까 가벼운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굵은
비로 변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굵은 빗줄기 속이라면 고양이는
아마도 나가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슬비는 10분인지 15분만에 그쳤다. 먼지를 억제하고 지면을
약간 젖게 했을 정도이다.
열 시 정각에 - 그 때쯤이라고 고양이에게 약속을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박사는 소파 위에 있는 고양이
옆을 지나 현관으로 갔다. 문을 활짝 열고 말한다.
[자아, 야옹아. 나가고 싶지 않니?]
고양이는 말은 모른다고 치더라도 동작으로 알았을 것이다.
소파에서 내려오더니 태연히 기지개를 켜고 박사 옆을 천천히
빠져나가 열려있는 문을 나선다.
박사는 재빨리 쌍안경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침실 정면의 창에서 들여다보았다. 거기가 좋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는 바깥쪽 뜰을 도중까지 가서 도로가 막힌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결코 서둘지도 않았으며 불안해하는 기색도
전혀 없다. 행선지는 알고 있으니 서둘 것은 없다는 듯한
고양이의 태연한 걸음걸이였다.
아마도 크레머 집으로 돌아가겠지 하고 박사는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다면 그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풀린 셈이다. 크레머의 부인이 고양이는 드리지요 하던
말투에서 후에 고양이를 맡길 집을 박사가 찾는데 어려우리라는
것은 알고 있는 처지다.
거기에다가 생물을 버린다는 것은 하고싶지 않으니 고양이를
보스턴까지 데려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이 또한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도로 가장자리까지 가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서서 방금 나왔던 집을 유심히 바라본다. 박사는 당황하여
창에서 물러서며 고양이를 쌍안경으로 계속 관찰한다. 역시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면서 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니면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 아닌지 엿보고 있는
것일까? 박사는 자신의 모습이 발각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방금 창에서 물러섰으니 저편에서 보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결심을 하기 위해서인가, 감시를 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30여초를 그대로 있었다. 어느
편일까?
이윽고 고양이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앞서보다
더욱 빨리 더우기 크레머의 집쪽으로 향하는 도로가 아니다.
고양이는 곧바로 도로를 횡단하더니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나서는 수 야드의 거리밖에는 쌍안경으로 지켜볼 수가
없게 되었다.
박사는 쌍안경을 놓고는 머리를 긁었다. 분명히 고양이의
동작은 완전히 정상적인 것이었을까.
그러나 -
여기에서 30 여분전에 가랑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덕택에 발자국이 남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가 추적할 수 있는 데까지 추적해보는 것도 그다지
헛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를 알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현재로는 오늘내에 마쳐야 할 일도 없고 조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박사는 또 비가 오면 곤란할 것 같아서 모자를 쓰고
레인코트를 팔에 걸친채 곧 집을 나섰다.
발자국은 마당에도 뚜렷이 나있었다. 일단 쭈그리고 앉아
크기와 간격 등을 머리에 새겨두듯이 충분히 관찰한다.
추적해보니 다른 작은 동물이었다는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발자국은 초지에는 남지 않으며 나무 아래에서는 분명히 남지
않으니 숲속으로 들어가면 추적이 어려워진다. 비는 나무잎을
통하여 아래로 도달할 만큼 많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
아래는 어디서나 둥글고 마른 지면이 남아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박사는 이 고양이는 어디를 갔건 거의
직선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추적은 한결 쉬워졌다.
거기서부터 박사는 쉽게 나아갈 수가 있었다. 초지이건 건조한
지면이건 다음 발자국이 발견될 때까지 옆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을 하면 되었다.
발자국은 박사의 앞길에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숲속을 적어도 1마일 반이나 간 곳에서 발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시점은 폭 4피트 정도의 냇물이 흐르고 있다.
여기에서 발자국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양이는 여기를
뛰어넘었을까? 박사는 냇물을 뛰어넘어 건너 편에서 발자국을
찾는다.
전혀 없다.
냇물 양쪽 기슭은 각기 수 피트씩 노출된 지면이 젖어있다.
시냇물 기슭에 가까운 곳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나 고양이가 냇물을 뛰어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뛰어넘었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발자국이 그쪽에도 나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거기서부터 앞 일에 관해서는 생각할 기력도 없었으나
박사는 저편 기슭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물론 하류를 향해서다.
냇물의 흐름은 급하지 않았다.
불과 20여 걸음만에 두려워하던 것이 눈에 띈다. 냇물을
만나고부터 두려워했던 일이다.
물 속에 작은 회색 고양이가 빠져있다.
이것은 차 앞에 뛰어든 개나, 창에서 뛰어든 올빼미, 토미
호프먼에게 덤벼들던 들쥐, 아니면 자신의 10배나 되는 크고
사나운 개에게 덤벼 든 고양이 등과 비교할 때 가장 분명한
자살이었다.
더우기 박사와 함께 며칠 동안이나 살던 고양이었다.
권총의 함정에도 걸려들지 않고 굶어죽거나 그밖의 방법으로
자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자살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숲 속이라면 죽은 시신은 아마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박사도 아직 몇 가지 의혹을 남기고 있으며 가랑비
덕택에 추적이 가능했던 조건이 없었다면 역시 발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고양이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 오늘 아침에
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나서는 빨리 자살하기보다는 그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헛점을 노출시킬 위험성이 적다고 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자살로 이것이 완결된 것은 아니다.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이 고양이도 분명히 보통 고양이었다. 태생을 조사했으니까
알고 있다.
사냥개 버크도 차에 치어 시체가 되기 직전 주인으로부터
도망칠 때까지는 보통의 개였던 것이다.
무엇인가가 동물을 구사하여 그 때마다 무엇인가 수수께끼의
목적을 달성하고 그리하여 동물을 죽게 함으로써 그 동물에서
떠나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무엇일까?
거기에다가 왜? 무엇 때문에?
박사는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고양이가 자신의 손 아래서
골골 목을 굴리며 만족해하던 광경을 상기해본다. 그 때 자신이
쓰다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은 무엇이었을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고양이가 그로부터 숨으려고 하던 날 밤, 바로 지난 주
화요일의 밤이었으나 그 때의 막연한 공포는 지금의 공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때는 다만 예감 이외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었다.
그 때는 단순한 억측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분명히 밝혀졌다.
그러나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자신이
겁에 질려 있다는 것뿐이다.
박사는 막대기를 발견하여 작은 고양이의 시체를 손이 닿는
물가로 끌어당겼다. 겁에 질린채 시체를 끌어올려 집으로
돌아온다.
낡은 담요로 그것을 싸서 스테이션 왜건 뒤에 실었다. 그린
베이의 연구소로 가져가서 해부라도 해달라고 할까? 아직은
결심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시체는 이미 실려있다.
그러나 조사한다지만 무엇이 밝혀질까? 이번에는 광견병이라는
의심은 전혀 없었다. 불과 한 시간전에 문에 나가게 해주었을 때
고양이에게 이상은 없었다. 적어도 이상은 엿보이지 않았다.
파이프를 빨며 잠시 생각했으나 여기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다. 미스 타리에게 구술하여 작성시킨 서류봉투를
들고 나와 그것을 가지고 시내로 간다. 빨리 발송하는 것이
낫겠다. 첨부할 편지를 구술하여 당장에라도 우편으로 발송해야
한다.
미스 타리는 집에 있지 않았다.
문에 '세 시에는 돌아오겠습니다.' 하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어차피 점심시간이어서 그는 시내 번화가로 찾아가서 식사를
마치고 바에서 맥주 두세 잔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서는
대화에 참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도 분명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종전에 대화도 가진 적이 없는 상대에게
갑자기 말을 건다는 것도 어색하다.
거기에다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방은 미스 타리뿐이다.
박사는 벽의 시계에만 신경을 쓰다가 미스 타리의 집에는 세
시가 못되어 도착했으나 그녀는 돌아와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스 타리가 입을 열었다.
[박사님! 어서 오세요. 무슨 일이 또 있었군요?]
박사는 약간 우울하게 끄덕였다.
[고양이에 관해서인데.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난 주 구술한
것의 속편으로 속기해주십시오. 노트를 가져오시지요 - ]
미스 타리는 노트를 들고 왔다. 그녀의 눈은 구술에 따라가는
연필 끝처럼 점차 흥분하여 춤을 추고 있다.
박사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최초의 구술 도중에 나타난 것에서
시냇물에서 익사해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상세하게 구술했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끝나자 미스 타리가 얼굴을 쳐들고 말한다.
[박사님! 이것은 친구 두 분에게만 보낼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에 보안관에게도 가야 합니다. 아니면 연방경찰을 부르든가
- 어쨌든 보안관이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으면 - ]
박사는 천천히 끄덕이고 있었다.
[미스 타리, 그렇게 해보지요. 돌아가기 전에 나의 계획을
이야기하겠습니다만 그 전에 여기에 첨부할 편지를 구술하게
해주시오.]
다시 구술이 시작된다.
편지는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길어졌다. 끝났을 때는
다섯 시가 가까왔다.
[미스 타리. 이것을 타이프하자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하세요?]
[5 - 6 시간, 네 시간이면 완성될지도 모릅니다. 곧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이 끝날 때까지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 당신은 보안관을 찾아가서 - ]
[아니, 그것은 리포트가 완전히 갖추어져 보안관을 만나
읽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립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게 될
테니까요. 결국 그레이의 고양이의 이야기 이외에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고 이편에서 처음부터 복습을
시키고싶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리포트는 읽게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거기에다가 오늘 밤 식사를 건너뛰면서까지 당신을
혹사시키고싶지도 않고 당신에게 식사준비로 시간을 허비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코트를 입고 오세요. 시내에서 함께 식사를 하십시다. 그런
후에 당신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당신도 그렇게 하면 오늘
밤 타이프도 칠 수가 있고 나는 내일 보안관에게 이야기도 하고
그 편지도 발송하겠습니다. 항공편으로 특별배달로 해서
말입니다.
이대로 타이프를 시작하셔도 어차피 오늘 밤 안으로 어떻게
해볼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습니다. 그린 베이까지 우편물 발송하러 가도 - 안
되겠지요. 그런데 당신은 오늘 밤 그 집에서 자겠다니 위험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가 처음부터 그 도로가를 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묵고 있는 그 도로가에서 - 거기에다
마지막 고양이는 당신이 묵고 있는 바로 그 집에서의 일입니다.]
박사는 웃음을 보였다.
[오늘 밤은 괜찮습니다, 미스 타리.]
분명히 괜찮았다. 지성체에게는 달리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망창의 주문은 하루쯤 늦어도 별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다음 날인 목요일에 다시 시내로 가서 진짜 솜씨가
좋은 목수 행크 버디를 만났다. 행크는 적어도 일주일간은 일이
밀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행크는 다음 주말에 치수와 견적을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박사는 좀 더 빨리 일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을까 하고 생각했으나 술집 구석방에서 포커로
친숙해진 행크가 마음에 드는 처지라 기다렸다가 행크에게 일을
시키기로 했다.
결국 고양이를 가두어 두는 것도 앞으로 2 - 3 일의 예정이며
평소처럼 지내면 그만이지 각별히 망창을 급히 설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날씨는 온화하며 종전대로 모든 창을
2인치 정도만 열어놓으면 충분히 바람은 통한다.
그는 미스 타리의 작은 집 앞에 스테이션 왜건을 세웠다.
그녀도 차가 멎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듯 박사가 문에
다가서기 전에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박사님. 완성되었습니다. 앉으시지요. 원고를
가져오겠습니다. 거기에다 속기 노트도 - ]
[고맙습니다, 미스 타리. 그러나 오늘은 그 두 통의 편지의
구술은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발송하기 전에 이삼일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고싶습니다. 거기에다 이제 발송해도 좋다는
결심이 설 때까지 편지는 기다릴 수가 있으며 그밖에도
무엇인가가 일어나도 그것을 겪은 후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생각이라면 좋습니다.]
그녀는 큼직한 갈색 봉투를 박사에게 넘겨 주었다.
[지금 읽으시겠습니까?]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 읽어도 되겠지요. 방해가 되지 않으시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그녀는 시간이 있었으며 박사에게도 시간이 있는 셈이다.
박사는 고양이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 고양이가 무서워졌습니다.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인지. 당신의 옮아탄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 고양이가 언제까지나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서요. 거기에다가 그 고양이는 흔히 있는
보통 고양이니까.]
하며 웃었다.
[그러나 버크도 당신의 차 앞으로 뛰어들기 전까지는 완전히
보통 개였습니다. 박사님, 당신이 뭐라고 하건 그 고양이가
거기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걱정입니다.]
[나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미스 타리. 거기에다가 우리 두
사람 모두가 이 문제를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박사님. 이 기록과 편지를
당신이 말씀하신 두 분 친구에게 꼭 보낸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습니까?]
박사는 탄식을 했다.
[좋습니다. 보내겠습니다. 다만 그 전에 이틀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좋습니다. 이번 주에 나는 계속 집에 있을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있겠습니다. 언제라도 오셔서 구술해주신다면......]
그 날 밤 접시를 씻고나서 박사는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고양이는 그 전부터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박사가 손을 뻗어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니까 고양이는 골골 목에서 소리를
냈다.
[어때? 야옹아. 여기가 마음에 들었나? 내가 마음에 들었나?
오늘이 목요일 밤이지. 너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날을
정해두자구. 날짜와 시간 말이야. 월요일이면 어떨까? 그렇지.
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오후 세 시경이었지. 네가 나가고
싶으면 오전 열 시경에 나가게 해주지. 그렇게 하면 배가 고파질
때까지 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테지. 만약에 시내에
나간다고 해도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 나가기 전에 너를
내주고 점심 때까지는 돌아오지. 네가 돌아왔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먹이를 줄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나?]
고양이는 대답대신 목만 골골 거리고 있었다.
박사는 말한다.
[자네의 부담이 덜어지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크레머의
집에서는 너를 나에게 주겠다고 말했어. 네가 돌아오는 것을
반가와하지 않았어. 물론 네가 돌아가면 받아주기는 하겠지.
먹이도 줄 것이고 용서해 주기도 하겠지.
그렇지. 네가 누구라는 것도 알고 있으며 너를 제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단 말이야. 만약에
고양이가 또 한 마리 있다면 그 이름을 그대로 불러도 되는데
말이야. 저편을 톰이라고 붙이지. 톰과 제리야. 그런 이름의
식료품을 먹은 일이 있나? 맛있다구. 그러나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너는 크레머의 집과 나의 집, 어느 쪽을 택할
셈이지?]
박사는 일어서서 소파와 마주놓인 의자에 옮겨 갔다. 방
반대편에서 고양이를 지켜본다.
[야옹아, 왜 너는 숨었나? 어째서 이층의 창같은 위험한
곳에서 뛰어들었지? 고양이가 이유도 없이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나? 왜 처음부터 지금처럼 행동하지 않았지?]
고양이는 나른한 듯이 기지개를 켜고 다시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다.
[야옹아!]
박사가 예리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고양이는 다시 눈을 떴다가
박사를 응시한다.
[야옹아. 내 앞에서 자는 척을 하지 말라구. 너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거야. 말을 걸고 있는데 잔다는 것은 실례야. 야옹아, 너는
그로스 집의 옆집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었단 말이야. 그로스
집의 고양이는 알고 있겠지?
그로스가 자살한 밤에 자살한 고양이말이야. 자살이
아니었다고 잡아떼도 소용없어. 그 고양이는 분명히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나운 개의 입에 뛰어들었으니까.
그것이 자살이라고 한다면 무엇때문이지? 만약 자살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떻게 된 거지?]
눈을 감고 고양이는 자는 척을 했으나 박사는 고양이가 자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같은 그 날 밤에 올빼미가 자살했지. 올빼미에
관해서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나?
그리고 그 전에 토미 호프먼의 죽음과 함께 들쥐가 고의적인
자살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리고 그 개말이야. 그 개를
치어죽인 것은 나라는 것도 알고 있나? 더우기 그 개는 차가
알맞는 거리에 올 때까지 길바닥에 숨어 있었다고. 내 차의 한
가운데를 향해 뛰어들었단 말이야.
그 개가 자진해서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 개가 차를 싫어하는
개라는 것을 듣고나서부터는 분명히 단언할 수가 있다구.
사람이 두 명, 동물이 네 마리 - 알고 있는 것은 그것뿐이야.
물론 그밖에도 자살한 인간은 알고 있지만 그밖에 얼마나 많은
동물이 자살했을까? 특히 숲 속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말이야. 그것도 무엇인가를 한 후에...... 누군가의 아니면
무엇인가의 용건을 마친후에 말이다.]
밖에서는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다. 울천이라는 귀뚜라미다.
박사는 멍청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을 - . 귀뚜라미가
우는 간격에서 거의 정확하게 기온을 알 수 있다는 이상한
것이었다.
귀뚜라미란 놈은 온도계와 같은 것이어서 보통 가정용
온도계와 같을 만큼 정확한 것이다.
자연에는 여러 가지 이상한 것이 있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자살적인 대이동을 하여 바다에 뛰어드는 북극의 나그네 쥐도
마찬가지이다. 집단광기(集團狂氣)일까? 아니면 나그네 쥐는
인간이 모르고 있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단 말인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창으로 다가오는 검은 어두움을
응시한다. 박사는 고양이쪽을 돌아본다.
[야옹아, 왜 그런 동물들이 자살을 했지? 너도 그런 동물의
일당이라면 왜 자살하지 않는 거지? 네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여기에 갇혀서 자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가? 아니, 기다려.
내가 찾아주겠어.]
박사는 거실을 나서자 복도를 지나 아래층의 또 하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구도 제대로 없는 창고 대신으로 쓰고 있던 방이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 이외는 박사는 거기에 낚시 도구와 장화,
총과 탄환 등을 두는 곳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위스콘신
주에서는 여름에는 이렇다 할 해금(解禁)의 사냥감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박사는 사격 연습을 위해 권총과 라이플,
거기에다 새로 산 산탄총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이런 것은 모두 그가 비행기로 그린 베이에 오기 전에
탁송해둔 것으로 여름이 끝나고 돌아갈 때 팔아버릴 중고의
스테이션 왜건을 사고나서 그는 그것들을 인수해왔던 것이다.
박사는 권총을 잡았다. 38 구경 스미스 엔드 웨슨 스페셜이며
두꺼운 판지로 만든 라이플 용 표적도 포장된 것 속에서 한 장
집어낸다.
복도와 거실 경계에 표적을 바닥에 세우고 앉아있었던 의자로
돌아왔다. 격침을 세운다. 갑자기 찰칵하는 소리가 나자
고양이는 머리를 들면서 지켜본다. 박사는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야웅아. 이렇게 하자구. 만약 네가 자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으면 그 수고를 덜어주지.
만약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나에게 저격당하고 싶으면 그 곳
출입구에 가보라구. 표적 앞에 앉기만 하면 그만이야.]
그 순간 고양이는 졸리기라도 한듯이 눈을 깜박거리고 다시
머리를 숙여 잠들어버렸다. 아니면 잠든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사의 말을 이해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박사는 탄식을 했다. 설마 고양이가 서 있는 표적 앞에
앉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에 - 아니 고양이가 진짜
고양이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짓을 하며 정체를 드러낼
까닭이 없다. 거기에다가 이런 경우 고양이를 저격한다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능할 것같지가 않다. 특히 권총에는 박사도
탄환을 장진하지 않은 상태이다.
박사는 권총과 표적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부엌으로 갔다.
잠을 자기 전의 맥주 한 통과 냉장고에 있는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입을 다시고나서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냉장고의 문 소리를 듣고 고양이는 소파에서 부엌으로 갔다.
박사의 말을 들었을 때는 모르는 척 하고 있었으나 그 소리라면
안다.
크레머 집의 부엌에서 듣던 귀에 익숙한 소리다. 박사도
고양이가 옆에서 보고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냉장고에서
내고싶지 않은 모양이다. 고양이는 무엇인가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얻어먹었으면 하는 눈치다.
박사는 레버 소시지 몇 조각을 발견하더니 한 조각을 고양이의
접시에 놓아주고 나머지로 자신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맥주 캔을 따고 테이블을 돌아간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할당된
레버 소시지를 먹더니 거실로 돌아가서 다시 소파 위에
누워버린듯 하다. 박사는 먹을 것을 테이블에 옮기고 나서는 그
이상은 아무리 보채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고양이에게 교육시킨
것이다.
거기에다가 고양이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가
냉장고의 소리에 나타난 것은 통조림 먹이라든가 우유등
단조로운 먹이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한잎 먹고 싶었던 것에
불과했을테지.
박사는 조명을 끄고 손전등을 손에 들었다. 고양이가 이 집에
들어온 최초의 밤과 마찬가지로 그는 침실로 올라가는데
손전등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다만 그 이유는 최초의 밤과는
달랐다. 지금은 다만 어둠 속에서 고양이를 밟거나 무엇인가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는 눈이 보이고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양이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인 금요일은 별로 이렇다 할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박사는 언제나 그랬듯이 시내에 갔으나 우편물은 아무것도
와있지 않았고 별로 살 것도 없었다. 고양이를 습득했다는
광고를 취소하기위해 신문사에 들렀으나 에드 호리스와의
이야기도 주로 전날부터 별로 색다른 것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가너의 농장에 원매자가 생겨 일가가 서부로, 아마도
오자크드가 아니면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는듯 하다는 것쯤의
소식이었다. 토미의 아버지나 거스 호프먼도 버톨스빌의 신문에
농장을 판다는 광고를 냈으며 그린 베이의 신문에도 낼 예정인듯
했다.
호리스가 말했다.
[나의 육감으로는 이것은 샤로테가 임신했다는 말이야. 가너
일가가 이사를 하려는 것은 - ]
[에드, 그런 억측은 기사화하지 않는 것이 좋아.]
호리스는 박사가 자신도 몰래 사과를 했을 정도로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거스 호프먼까지 이사를 해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토미가 죽어 버려서 주변에서야 무슨 말을 하건
예사일 텐데 말이야. 거기에다 주변에서 가타부타할 수치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였을 텐데 - ]
호리스는 혼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에드, 바보같은 소리는 작작하라구. 호프먼으로서는 앞으로
가너의 집안과붙어있고싶다구. 아내도 아들도 없고 - 그러나
손주가 태어나려는 참이야. 사생아건 뭐건 그 손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야.]
[그래요? 알겠습니다. 어째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마 어디로 이사를 가건 가너 집과 타협하여 적당한 크기의
밭을 함께 경작하게 되겠지. 거기에다 샤로테도 미세즈
호프먼으로 이름을 바꾸게 될 무척 젊은 과부이고 거스는 그녀의
시아버지야. 그래서 아이는 거스의 대를 잇고 거스로서도 삶의
보람을 찾겠지.]
박사는 그 날은 시내에서 볼 일도 없고 빨리 돌아왔기 때문에
오후에는 낚시라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고 생각했다.
그 개를 치어죽이고 그리고는 토미 호프먼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야기의 기묘함에 이끌리게 된 이후 처음으로 해보는
낚시질이었다.
고양이가 이 집에서 안정을 되찾고 만족한 듯이 지내는 것을
보고 박사는 기뻐했다.
적어도 박사쪽에서도 걱정은 하고 있었으나 낚시도구를 가지러
출입했을 때 고양이는 빠져나가려는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고양이도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어제 저녁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어차피
월요일에는 자유의 몸이 된다는 것을 믿고 있단 말인가?
박사는 머리 속의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가까이의 송어가
있는 강까지의 산책의 즐거움과 거기에 도착하고서의 낚시의
즐거움에만 정신을 집중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낚시는 시간이
어긋났는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바구니에는 중간 정도의 송어가 다섯 마리나 들어 있었다.
낚시를 한다는 그 자체도 즐거운 일이지만 낚아올린 결과에도
만족했다.
하룻만에는 다 먹어치울 수가 없고 고양이와 둘이서 먹는다고
해도 다음날까지는 먹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 갓낚은 송어는 냉장고에서 하루를 묵힌 것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좋은 맛이다.
돌아오자 박사는 물고기를 씻어 그 중의 세 마리를 요리했다.
두 마리는 자신이 먹었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박사도 놀랄만한
식욕으로 고양이가 거침없이 먹어치웠다.
박사는 말했다.
[좋았어, 야옹아. 잘 먹었다면 이것은 네가 여기에서
살아달라는 뇌물의 일종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사흘에 한 번씩
송어를 먹여주겠다고 약속하지. 날마다는 무리지만.]
일요일 날 아침, 아침식사를 하면서 박사는 고양이를 오전
중에 놓아주었다가 대여섯 시간 자유롭게 방임한 후에 평소에
먹이를 주는 시간에 돌아오는지의 여부를 시험해보리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렇다. 그렇게 해보아야지. 고양이를 무작정 거두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한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놓아주고 보는
거야. 돌아올지 가버릴지, 고양이의 자유에 맡겨보는 거야.
다만 한 가지 공작은 가능하다. 해보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박사는 성능이 매우 우수한 쌍안경을 여기에 갖다 놓았다.
고양이를 출구로 내주는 동시에 박사는 이층으로 뛰어올라가는
것이다.
고양이가 어느 방향으로 가건 이층 방의 어느 창으로 상당히
먼 거리까지 고양이의 모습을 지켜볼 수가 있는 것이다.
크레머의 집쪽으로 간다면 다시는 이 고양이와 만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집
주변이나 뜰을 서성거리고 있다면 먹이를 줄 때 부르면 거의
틀림없이 돌아올 것이다.
밖을 보니까 가벼운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굵은
비로 변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굵은 빗줄기 속이라면 고양이는
아마도 나가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슬비는 10분인지 15분만에 그쳤다. 먼지를 억제하고 지면을
약간 젖게 했을 정도이다.
열 시 정각에 - 그 때쯤이라고 고양이에게 약속을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박사는 소파 위에 있는 고양이
옆을 지나 현관으로 갔다. 문을 활짝 열고 말한다.
[자아, 야옹아. 나가고 싶지 않니?]
고양이는 말은 모른다고 치더라도 동작으로 알았을 것이다.
소파에서 내려오더니 태연히 기지개를 켜고 박사 옆을 천천히
빠져나가 열려있는 문을 나선다.
박사는 재빨리 쌍안경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침실 정면의 창에서 들여다보았다. 거기가 좋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는 바깥쪽 뜰을 도중까지 가서 도로가 막힌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결코 서둘지도 않았으며 불안해하는 기색도
전혀 없다. 행선지는 알고 있으니 서둘 것은 없다는 듯한
고양이의 태연한 걸음걸이였다.
아마도 크레머 집으로 돌아가겠지 하고 박사는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다면 그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풀린 셈이다. 크레머의 부인이 고양이는 드리지요 하던
말투에서 후에 고양이를 맡길 집을 박사가 찾는데 어려우리라는
것은 알고 있는 처지다.
거기에다가 생물을 버린다는 것은 하고싶지 않으니 고양이를
보스턴까지 데려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이 또한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도로 가장자리까지 가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서서 방금 나왔던 집을 유심히 바라본다. 박사는 당황하여
창에서 물러서며 고양이를 쌍안경으로 계속 관찰한다. 역시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면서 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니면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 아닌지 엿보고 있는
것일까? 박사는 자신의 모습이 발각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방금 창에서 물러섰으니 저편에서 보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결심을 하기 위해서인가, 감시를 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30여초를 그대로 있었다. 어느
편일까?
이윽고 고양이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앞서보다
더욱 빨리 더우기 크레머의 집쪽으로 향하는 도로가 아니다.
고양이는 곧바로 도로를 횡단하더니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나서는 수 야드의 거리밖에는 쌍안경으로 지켜볼 수가
없게 되었다.
박사는 쌍안경을 놓고는 머리를 긁었다. 분명히 고양이의
동작은 완전히 정상적인 것이었을까.
그러나 -
여기에서 30 여분전에 가랑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덕택에 발자국이 남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가 추적할 수 있는 데까지 추적해보는 것도 그다지
헛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를 알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현재로는 오늘내에 마쳐야 할 일도 없고 조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박사는 또 비가 오면 곤란할 것 같아서 모자를 쓰고
레인코트를 팔에 걸친채 곧 집을 나섰다.
발자국은 마당에도 뚜렷이 나있었다. 일단 쭈그리고 앉아
크기와 간격 등을 머리에 새겨두듯이 충분히 관찰한다.
추적해보니 다른 작은 동물이었다는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발자국은 초지에는 남지 않으며 나무 아래에서는 분명히 남지
않으니 숲속으로 들어가면 추적이 어려워진다. 비는 나무잎을
통하여 아래로 도달할 만큼 많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
아래는 어디서나 둥글고 마른 지면이 남아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박사는 이 고양이는 어디를 갔건 거의
직선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추적은 한결 쉬워졌다.
거기서부터 박사는 쉽게 나아갈 수가 있었다. 초지이건 건조한
지면이건 다음 발자국이 발견될 때까지 옆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을 하면 되었다.
발자국은 박사의 앞길에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숲속을 적어도 1마일 반이나 간 곳에서 발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시점은 폭 4피트 정도의 냇물이 흐르고 있다.
여기에서 발자국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양이는 여기를
뛰어넘었을까? 박사는 냇물을 뛰어넘어 건너 편에서 발자국을
찾는다.
전혀 없다.
냇물 양쪽 기슭은 각기 수 피트씩 노출된 지면이 젖어있다.
시냇물 기슭에 가까운 곳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나 고양이가 냇물을 뛰어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뛰어넘었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발자국이 그쪽에도 나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거기서부터 앞 일에 관해서는 생각할 기력도 없었으나
박사는 저편 기슭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물론 하류를 향해서다.
냇물의 흐름은 급하지 않았다.
불과 20여 걸음만에 두려워하던 것이 눈에 띈다. 냇물을
만나고부터 두려워했던 일이다.
물 속에 작은 회색 고양이가 빠져있다.
이것은 차 앞에 뛰어든 개나, 창에서 뛰어든 올빼미, 토미
호프먼에게 덤벼들던 들쥐, 아니면 자신의 10배나 되는 크고
사나운 개에게 덤벼 든 고양이 등과 비교할 때 가장 분명한
자살이었다.
더우기 박사와 함께 며칠 동안이나 살던 고양이었다.
권총의 함정에도 걸려들지 않고 굶어죽거나 그밖의 방법으로
자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자살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숲 속이라면 죽은 시신은 아마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박사도 아직 몇 가지 의혹을 남기고 있으며 가랑비
덕택에 추적이 가능했던 조건이 없었다면 역시 발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고양이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 오늘 아침에
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나서는 빨리 자살하기보다는 그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헛점을 노출시킬 위험성이 적다고 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자살로 이것이 완결된 것은 아니다.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이 고양이도 분명히 보통 고양이었다. 태생을 조사했으니까
알고 있다.
사냥개 버크도 차에 치어 시체가 되기 직전 주인으로부터
도망칠 때까지는 보통의 개였던 것이다.
무엇인가가 동물을 구사하여 그 때마다 무엇인가 수수께끼의
목적을 달성하고 그리하여 동물을 죽게 함으로써 그 동물에서
떠나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무엇일까?
거기에다가 왜? 무엇 때문에?
박사는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고양이가 자신의 손 아래서
골골 목을 굴리며 만족해하던 광경을 상기해본다. 그 때 자신이
쓰다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은 무엇이었을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고양이가 그로부터 숨으려고 하던 날 밤, 바로 지난 주
화요일의 밤이었으나 그 때의 막연한 공포는 지금의 공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때는 다만 예감 이외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었다.
그 때는 단순한 억측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분명히 밝혀졌다.
그러나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자신이
겁에 질려 있다는 것뿐이다.
박사는 막대기를 발견하여 작은 고양이의 시체를 손이 닿는
물가로 끌어당겼다. 겁에 질린채 시체를 끌어올려 집으로
돌아온다.
낡은 담요로 그것을 싸서 스테이션 왜건 뒤에 실었다. 그린
베이의 연구소로 가져가서 해부라도 해달라고 할까? 아직은
결심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시체는 이미 실려있다.
그러나 조사한다지만 무엇이 밝혀질까? 이번에는 광견병이라는
의심은 전혀 없었다. 불과 한 시간전에 문에 나가게 해주었을 때
고양이에게 이상은 없었다. 적어도 이상은 엿보이지 않았다.
파이프를 빨며 잠시 생각했으나 여기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다. 미스 타리에게 구술하여 작성시킨 서류봉투를
들고 나와 그것을 가지고 시내로 간다. 빨리 발송하는 것이
낫겠다. 첨부할 편지를 구술하여 당장에라도 우편으로 발송해야
한다.
미스 타리는 집에 있지 않았다.
문에 '세 시에는 돌아오겠습니다.' 하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어차피 점심시간이어서 그는 시내 번화가로 찾아가서 식사를
마치고 바에서 맥주 두세 잔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서는
대화에 참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도 분명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종전에 대화도 가진 적이 없는 상대에게
갑자기 말을 건다는 것도 어색하다.
거기에다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방은 미스 타리뿐이다.
박사는 벽의 시계에만 신경을 쓰다가 미스 타리의 집에는 세
시가 못되어 도착했으나 그녀는 돌아와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스 타리가 입을 열었다.
[박사님! 어서 오세요. 무슨 일이 또 있었군요?]
박사는 약간 우울하게 끄덕였다.
[고양이에 관해서인데.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난 주 구술한
것의 속편으로 속기해주십시오. 노트를 가져오시지요 - ]
미스 타리는 노트를 들고 왔다. 그녀의 눈은 구술에 따라가는
연필 끝처럼 점차 흥분하여 춤을 추고 있다.
박사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최초의 구술 도중에 나타난 것에서
시냇물에서 익사해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상세하게 구술했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끝나자 미스 타리가 얼굴을 쳐들고 말한다.
[박사님! 이것은 친구 두 분에게만 보낼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에 보안관에게도 가야 합니다. 아니면 연방경찰을 부르든가
- 어쨌든 보안관이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으면 - ]
박사는 천천히 끄덕이고 있었다.
[미스 타리, 그렇게 해보지요. 돌아가기 전에 나의 계획을
이야기하겠습니다만 그 전에 여기에 첨부할 편지를 구술하게
해주시오.]
다시 구술이 시작된다.
편지는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길어졌다. 끝났을 때는
다섯 시가 가까왔다.
[미스 타리. 이것을 타이프하자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하세요?]
[5 - 6 시간, 네 시간이면 완성될지도 모릅니다. 곧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이 끝날 때까지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 당신은 보안관을 찾아가서 - ]
[아니, 그것은 리포트가 완전히 갖추어져 보안관을 만나
읽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립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게 될
테니까요. 결국 그레이의 고양이의 이야기 이외에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고 이편에서 처음부터 복습을
시키고싶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리포트는 읽게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거기에다가 오늘 밤 식사를 건너뛰면서까지 당신을
혹사시키고싶지도 않고 당신에게 식사준비로 시간을 허비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코트를 입고 오세요. 시내에서 함께 식사를 하십시다. 그런
후에 당신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당신도 그렇게 하면 오늘
밤 타이프도 칠 수가 있고 나는 내일 보안관에게 이야기도 하고
그 편지도 발송하겠습니다. 항공편으로 특별배달로 해서
말입니다.
이대로 타이프를 시작하셔도 어차피 오늘 밤 안으로 어떻게
해볼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습니다. 그린 베이까지 우편물 발송하러 가도 - 안
되겠지요. 그런데 당신은 오늘 밤 그 집에서 자겠다니 위험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가 처음부터 그 도로가를 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묵고 있는 그 도로가에서 - 거기에다
마지막 고양이는 당신이 묵고 있는 바로 그 집에서의 일입니다.]
박사는 웃음을 보였다.
[오늘 밤은 괜찮습니다, 미스 타리.]
분명히 괜찮았다. 지성체에게는 달리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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