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악령
고양이 여인숙
6화. 악령
또 예수께서 건너편 가다라 지방에 가시매
귀신들린 자 둘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니
저희는 심히 사나와 아무도 그 길로 지나갈 수 없을 만하더라.
이에 저희가 소리를 질러 가로되
하나님의 아들이여 우리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때가 이르기 전에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 오셨나이까 하더니
마침 멀리서 많은 돼지 떼가 먹고 있는지라.
귀신들이 예수께 간구하여 가로되
만일 우리를 쫒아내실진대
돼지 떼에 들여보내소서 한대
저희더러 가라 하시니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는지라
온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 들어가서 몰사하거늘
-마태가 쓴 복음서 8장 28-32절-
때가 이르기 전에 (킹 제임스 버젼; Before the Time>
NI 버젼; Before the Appointed Time>)
이것이 정녕 꿈이란 말인가? 지금 나의 손에 들려진 이 잔인무도한 낫에 의해 무우토막
처럼 잘리어져 나가는 저 고양이 떼들의 잔흔들이 정녕 꿈이란 말인가? 그래, 이건 반드
시 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내 손에 전해져 오는 이 뜨뜻한 피의 향기들이 실
제라면 난 아마도 미쳐버린 게 분명하니까!! 아니면 저 안개 속에 이상한 화학약품이 잔
뜩 들어 있어 난 지금 극도의 환각 상태에 빠져버린 게 틀림이 없으리라.
나의 허벅지에 달라붙어 거대한 이빨을 차악 벌리는 고양이의 등으로 날카로운 낫이 푹하
고 들어갔다.
아니면 애드가 알란 포우를 꿈꾸던 한 문학 청년이 마침내 이젠 그놈의 모방심리가 도에
지나쳐 이렇게 이름도 빛도 없는 낯선 이방의 땅에서 황당한 최후를 맞이하고 마는 것이
리라.
귓볼을 스치는 날카로운 아픔은 분명 꿈이 아닌 현실에 가까웠다. 나의 귀가 떨어져나가
는 듯 했다. 어느새 내 귀를 타고 흘러내리던 피가 목줄기를 타고 런닝셔츠 속까지 침투
해 들어왔다.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있었다. 낙엽처럼, 또는 사월에 은주와 함께 거닐던 벚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눈물처럼 휘날리던 벚꽃들의 비늘처럼 그렇게 고양이들은 내 앞에서 꼬꾸러지고
있었다. 마침내 팔의 힘은 다 빠지고 자꾸만 바닥에 드러눕고만 싶었다.
예의 그 괴물같은 놈은 대청 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지쳐가는 나와 내 뒤에서 숨을 헐떡
이는 검은 고양이를 번갈아가며 빤히 구경만 하고 있다가 휙하고 지붕 위로 사라지고 있
었다.
마침내 낫을 쥔 내 손목을 물어뜯는 고양이가 있었다. 난 낫을 놓았고 살점이 떨어져 나
간 자리에는 피가 흥건이 고여나왔다.
다른 한 놈이 내 목젖을 몰어뜯기 위해 런닝셔츠를 잡고서는 바둥거렸다. 내 목에 날카
로운 이빨이 박혀져 들어옴을 느끼며 난 고양이의 양 눈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의식의 전부였다. 만화같은 삶을 추구하다가 마침내 만화보다 더 황당
한 최후를 맞이하는 나의 짧은 생애를 슬퍼하며 나는 스르르 바닥에 누웠다.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그렇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혀를 헐떡
이며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거대한 독일산 사냥개였다.
모든 필름이 끊기고 백열등에 투영되는 뿌연 빛의 조립자들 만이 내 기억 속에서 웅웅거릴
뿐이었다.
예수께서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이르러
배에서 나오시매 곧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다.
그 사람은 무덤 사이에 거처하는데
이제는 아무나 쇠 사슬로도 맬 수 없게 되었으니
이는 여러번 고랑과 쇠사슬에 매였어도
쇠사슬을 끊고 고랑을 깨뜨렸음이라.
그리하여 아무도 저를 제어할 힘이 없는지라.
밤낮 무덤 사이에서나 산에서나 늘 소리지르며
돌로 제 몸을 상하고 있었더라.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하며
큰 소리로 부르짖어 가로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컨대 하나님 앞에서 맹세하고 나를 괴롭게 마소서 하니
이는 예수께서 이미 저에게 이르시기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음이라.
이에 물으시돼 네 이름이 무엇이냐?
가로되 내 이름은 군대니 우리가 많음이니이다.하고
자기를 이 지방에서 내어보내지 말기를 간절히 구하더니
마침 거기 돼지의 큰 떼가 산 곁에서 먹고 있는지라.
이에 간구하여 가로되
우리를 돼지에게로 보내어 들어가게 하소서 하니
허락하신대 더러운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니
거의 이천 마리 되는 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서 몰사하거늘
-마가가 쓴 복음서 5장 1-13절-
난 항상 궁금했다.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들은 그 돼지떼 속으로 들어가는 귀신의 이야
기는 언제나 성장하는 내 의식의 한 켠에 음습하게 도사리고 앉아 좀처럼 떠나려 하질 않
았다.
거라사의 광인 이야기는 4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이적 중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를 차
지해왔다. 마태와 마가, 이 두 사람에 의해서 각각 독특한 작가주의 시선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분명히 무덤 사이에서 사는 그 광인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었지만 그의 의식과 육신을 지배하는 영혼들은 군대라고 마가는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킹 제임스 버젼 판에서는 <군대>를 <Legion>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 단어는 6,000명
으로 이루어진 로마의 1 개 군단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마침 귀신들이 요구한 자신
들의 새로운 안식처인 돼지떼는 2,000마리 뿐이였다. 성경연구 학자들은 실제로 <군대>
라고 불리우던 이 귀신들의 숫자는 6,000명을 훨씬 넘는 엄청난 숫자였던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 마리의 돼지 속으로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아귀다툼을 하다가 그 엄
청난 전이 이입을 허락하지 않는 돼지떼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바람에 다 죽고
만다.
악령들에게도 죽음과 삶과 애원이 있다. 그들은 예수의 권능 앞에서 무릎을 꿇고 < a
djure the by God!!>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를 번역하자면 <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탄
원드립니다!! >라는 아주 절박하고 고급스런 언어의 결정체이다.
마침내 악마를 박멸하던 예수의 심경까지도 움직였던 귀신들의 삶에 대한 애착들 . 난 언
제나 이 대목에 가서는 마음이 숙연해지는 아련함을 갖곤했다.
한 사람의 영혼 속에 존재하던 악마의 실체와 수천 마리의 되지떼 속으로 나뉘어져 들어
가는 분산된 악령들 .
마가와는 달리 마태는 귀신들이 <우리들의 때가 이르기 전에>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기
록한다. 이 구절에 와서 성경학자들의 해석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진다.
저 무저갱의 왕, 이 우주의 모든 악령들을 통합하고 구원할 그들의 마지막 대왕이 깨어
날 때, 즉 모든 유형의 악령들이 그들의 대왕과 함께 이 지구를 점령하고 잠시 행복을 누
릴 7년 간의 유효된 기간을 <우리들의 때;THE TIME>라고 표현하든지, 아니면 7년이 끝
나
고 예비된 블랙 호올의 유황불 속으로 모조리 빨려들어가는 그 최후의 멸망의 순간을 <
우리들의 때;THE TIME> 라고 표현하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
들
의 때가 이르기 전에 이 우주 가득히 방황하는 악령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들의 안식처를
찾아서 무수히 헤매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게 볼 때 현대에 들어와서 유행하는 악령을 불러 자신의 육체전입을 허락하는 몇몇
인간들의 행동은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아슬한 짓들인가?
눈을 떴다.
무진장 머리가 아팠다. 갈증이 목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아침의 햇살이 창문을 통과해서
내 이마를 집중적으로 쪼아대고 있었다. 순간 난 새벽의 악몽을 떠올려내곤 미친듯이 자
리에서 일어났다. 내 가슴을 만지고 귀를 만져보았다. 이내 난 정말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모든 게 꿈이었다. 어디부터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는 명백히 알 순 없어도 분명
한 것은 내 귓볼을 타고 내리던 선혈의 비린내와 지금은 멀쩡한 귀의 차이가 모든 게 꿈이
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러나 내 런닝 셔츠에 흥건히 묻어 있는 이
붉은 선혈들의 자국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선풍기가 달구어진 모터에 의해 뜨듯한 바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TV소리를 따라 마루로 나왔다. 아, 반가운 은주가 TV를 보며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난 달
려 들어가 은주를 덮썩 안았다.
[왜 그 방에서 나오는 거예요?]
은주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으응 자기 잠든 후에 말야 , 그 고스톱 치던 사람들 때문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 . 그래
서 잠시 나왔다가 맥주 두 캔을 마시곤 잠시 누워 있는다는 게 그만 잠이 들었던 모양이
야.]
나의 장구한 설명에 은주가 이상한 듯이 날 쳐다본다. 나 자신 스스로도 지난 참극들이
악몽일 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또박 또박 사건을 나열시키듯 설명했다.
[근데 이건 뭐예요?]
은주가 피로 물든 내 런닝 셔츠의 앞 부분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난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을 겨우 진정시켰다. 고양이의 발톱에 의해 갈기 찢어진 다섯 개의 줄이 내 가
슴팍에 나 있었던 것이다.
[으응 이것 글쎄 말이야 , 어제 자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계속 내게 다가오잖아 . 아
무리 떼어내도 집요하더라구 . 아마도 자는 사이에 이렇게 만들었나봐 . 그 자식이 얼마
나 집요한지 그래 , 분명해 . 그 고양이 놈이 쥐를 물고와서 내 위에서 얌냠했을 거야
!!]
난 꽤 괜찮은 추리라고 여기며 무릎 쪽의 찢어진 자국도 바라봤다.
[그나저나 자기 어젯 밤에 무슨 비명을 그렇게 질렀던 거예요? 가서 깨우고 싶었지만 웬
지 일어날 수가 없더라구요.]
[으응 나중에 얘기해줄께 .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꿈이었어. 근데 왜 이리 조용한
거야?]
정말 여인숙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간간히 새 소리들만이 들려올 뿐.
[글쎄 말예요. 아침에 눈떠보니 아무도 없더라구요. 아마도 일찍 떠났나 봐요. 우리도 그
만 나가요.]
내가 세수을 하고 여인숙을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어젯밤 투숙했던 그 남자들의
방 문 앞에 버려진 화투패 한 장이었다.
여인숙 앞에 세워 놓은 차의 시동을 걸며 기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난감해 했다.
[어떡하지? 이 근방에 기름 파는 곳이 없을까?]
[글쎄요. 일단 내려서 식당 같은 델 들어가봐요.]
우린 다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우리 앞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을
찾던 우리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새벽까지만 해도 북적대던 식당들은 여
기 저기 모조리 텅 비어 있었고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제서
야 안 사실이지만 이 마을 전부가 텅 비어 있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 왔다. 어젯밤의 악몽이 스물거리며 내 잔등을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모두 다 어딜 간 걸까요?]
[글쎄 말이야 .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일단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기름을 찾아보자구.
]
우리는 길 가운데의 식당엘 들어갔는데 생선 비린내가 코 끝에서 진동하는 것을 겨우 참
았다. 탁자마다 생선 뼈다귀들이 늘어져 있었고 일찍부터 먹이를 찾는 파리들이 앵앵거
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기름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냉장고 안은 생선 섞는 냄새로 진동
하고 있었고 먹을 만한 아침이라곤 그나마 플라스틱 콜라 병에 든 차가운 물뿐이었다.
우린 다시 차로 돌아와서 일단 갈 수 있을 때까지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동네 길을 빠
져나올 때 어젯밤 그 소녀가 앉아 있던 식당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문득 그 식당의 수족관을 바라보았는데 뼈만 앙상하게 남은 커다란 고기의 시체가 수족
관에 둥둥 떠있었다. 은주에겐 모른 체 했지만 분명 상어의 잔재가 틀림없었다.
역시 기름은 500미터도 채 못가서 동이나고 말았다. 예의 그 성황당 나무 아래에서 내려
서 뜨거운 8월의 태양 아래를 걷기 시작했다. 가다보면 반드시 인가가 나오리라고 생각하
며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자기 정말 어젯밤 아무 소리도 못들었어 ?]
난 자꾸만 이상한 느낌에 은주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
[거 있잖아 , 고양이 소리 같은 거 .]
[아침부터 왠 고양이 타령이야?]
[아니, 그냥 .]
꿈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정말 바지에 실례까지 했을까? 차마 부끄러워 말은 못했지만 땀
에 젖어가면서 내 아랫도리가 풍기는 지린내는 지난밤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좀 쉬었다 가.]
난 나무 그늘 아래 풀섶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은주가 내 곁에 조용히 앉는다. 내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호흡은 사정없이 가빠왔
다. 무엇보다 시원한 냉수 한 그릇과 김치에 쌀밥 한 그릇이 간절히 그리웠다.
[배고프지?]
[아니, 견딜만 해.]
정말 신기했다. 평소엔 조금만 걸어도 입술이 파래지던 은주가 오늘따라 조금도 지치질
않았다. 오히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날 따라오는 은주가 참으로 신기했다. 지금은 내
곁에서 들풀을 손으로 꺾으며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인곤 했다.
[그만 가자구.]
난 은주의 어깨를 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난 자신의 행동에 찡한 전율을 느끼
곤 섬찟해했다. 왜 내가 은주의 손을 잡아 일으키지 않고 은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던
것일까?
난 은주를 힐끗 쳐다봤다. 마치 수줍은 새색시처럼 조용히 고개를 떨군 채 은주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태양은 공평하게 어디나 비추었고 난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절실하게 하나님을
찾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매미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6화. 악령
또 예수께서 건너편 가다라 지방에 가시매
귀신들린 자 둘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니
저희는 심히 사나와 아무도 그 길로 지나갈 수 없을 만하더라.
이에 저희가 소리를 질러 가로되
하나님의 아들이여 우리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때가 이르기 전에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 오셨나이까 하더니
마침 멀리서 많은 돼지 떼가 먹고 있는지라.
귀신들이 예수께 간구하여 가로되
만일 우리를 쫒아내실진대
돼지 떼에 들여보내소서 한대
저희더러 가라 하시니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는지라
온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 들어가서 몰사하거늘
-마태가 쓴 복음서 8장 28-32절-
때가 이르기 전에 (킹 제임스 버젼; Before the Time>
NI 버젼; Before the Appointed Time>)
이것이 정녕 꿈이란 말인가? 지금 나의 손에 들려진 이 잔인무도한 낫에 의해 무우토막
처럼 잘리어져 나가는 저 고양이 떼들의 잔흔들이 정녕 꿈이란 말인가? 그래, 이건 반드
시 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내 손에 전해져 오는 이 뜨뜻한 피의 향기들이 실
제라면 난 아마도 미쳐버린 게 분명하니까!! 아니면 저 안개 속에 이상한 화학약품이 잔
뜩 들어 있어 난 지금 극도의 환각 상태에 빠져버린 게 틀림이 없으리라.
나의 허벅지에 달라붙어 거대한 이빨을 차악 벌리는 고양이의 등으로 날카로운 낫이 푹하
고 들어갔다.
아니면 애드가 알란 포우를 꿈꾸던 한 문학 청년이 마침내 이젠 그놈의 모방심리가 도에
지나쳐 이렇게 이름도 빛도 없는 낯선 이방의 땅에서 황당한 최후를 맞이하고 마는 것이
리라.
귓볼을 스치는 날카로운 아픔은 분명 꿈이 아닌 현실에 가까웠다. 나의 귀가 떨어져나가
는 듯 했다. 어느새 내 귀를 타고 흘러내리던 피가 목줄기를 타고 런닝셔츠 속까지 침투
해 들어왔다.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있었다. 낙엽처럼, 또는 사월에 은주와 함께 거닐던 벚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눈물처럼 휘날리던 벚꽃들의 비늘처럼 그렇게 고양이들은 내 앞에서 꼬꾸러지고
있었다. 마침내 팔의 힘은 다 빠지고 자꾸만 바닥에 드러눕고만 싶었다.
예의 그 괴물같은 놈은 대청 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지쳐가는 나와 내 뒤에서 숨을 헐떡
이는 검은 고양이를 번갈아가며 빤히 구경만 하고 있다가 휙하고 지붕 위로 사라지고 있
었다.
마침내 낫을 쥔 내 손목을 물어뜯는 고양이가 있었다. 난 낫을 놓았고 살점이 떨어져 나
간 자리에는 피가 흥건이 고여나왔다.
다른 한 놈이 내 목젖을 몰어뜯기 위해 런닝셔츠를 잡고서는 바둥거렸다. 내 목에 날카
로운 이빨이 박혀져 들어옴을 느끼며 난 고양이의 양 눈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의식의 전부였다. 만화같은 삶을 추구하다가 마침내 만화보다 더 황당
한 최후를 맞이하는 나의 짧은 생애를 슬퍼하며 나는 스르르 바닥에 누웠다.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그렇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혀를 헐떡
이며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거대한 독일산 사냥개였다.
모든 필름이 끊기고 백열등에 투영되는 뿌연 빛의 조립자들 만이 내 기억 속에서 웅웅거릴
뿐이었다.
예수께서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이르러
배에서 나오시매 곧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다.
그 사람은 무덤 사이에 거처하는데
이제는 아무나 쇠 사슬로도 맬 수 없게 되었으니
이는 여러번 고랑과 쇠사슬에 매였어도
쇠사슬을 끊고 고랑을 깨뜨렸음이라.
그리하여 아무도 저를 제어할 힘이 없는지라.
밤낮 무덤 사이에서나 산에서나 늘 소리지르며
돌로 제 몸을 상하고 있었더라.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하며
큰 소리로 부르짖어 가로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컨대 하나님 앞에서 맹세하고 나를 괴롭게 마소서 하니
이는 예수께서 이미 저에게 이르시기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음이라.
이에 물으시돼 네 이름이 무엇이냐?
가로되 내 이름은 군대니 우리가 많음이니이다.하고
자기를 이 지방에서 내어보내지 말기를 간절히 구하더니
마침 거기 돼지의 큰 떼가 산 곁에서 먹고 있는지라.
이에 간구하여 가로되
우리를 돼지에게로 보내어 들어가게 하소서 하니
허락하신대 더러운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니
거의 이천 마리 되는 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서 몰사하거늘
-마가가 쓴 복음서 5장 1-13절-
난 항상 궁금했다.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들은 그 돼지떼 속으로 들어가는 귀신의 이야
기는 언제나 성장하는 내 의식의 한 켠에 음습하게 도사리고 앉아 좀처럼 떠나려 하질 않
았다.
거라사의 광인 이야기는 4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이적 중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를 차
지해왔다. 마태와 마가, 이 두 사람에 의해서 각각 독특한 작가주의 시선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분명히 무덤 사이에서 사는 그 광인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었지만 그의 의식과 육신을 지배하는 영혼들은 군대라고 마가는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킹 제임스 버젼 판에서는 <군대>를 <Legion>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 단어는 6,000명
으로 이루어진 로마의 1 개 군단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마침 귀신들이 요구한 자신
들의 새로운 안식처인 돼지떼는 2,000마리 뿐이였다. 성경연구 학자들은 실제로 <군대>
라고 불리우던 이 귀신들의 숫자는 6,000명을 훨씬 넘는 엄청난 숫자였던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 마리의 돼지 속으로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아귀다툼을 하다가 그 엄
청난 전이 이입을 허락하지 않는 돼지떼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바람에 다 죽고
만다.
악령들에게도 죽음과 삶과 애원이 있다. 그들은 예수의 권능 앞에서 무릎을 꿇고 < a
djure the by God!!>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를 번역하자면 <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탄
원드립니다!! >라는 아주 절박하고 고급스런 언어의 결정체이다.
마침내 악마를 박멸하던 예수의 심경까지도 움직였던 귀신들의 삶에 대한 애착들 . 난 언
제나 이 대목에 가서는 마음이 숙연해지는 아련함을 갖곤했다.
한 사람의 영혼 속에 존재하던 악마의 실체와 수천 마리의 되지떼 속으로 나뉘어져 들어
가는 분산된 악령들 .
마가와는 달리 마태는 귀신들이 <우리들의 때가 이르기 전에>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기
록한다. 이 구절에 와서 성경학자들의 해석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진다.
저 무저갱의 왕, 이 우주의 모든 악령들을 통합하고 구원할 그들의 마지막 대왕이 깨어
날 때, 즉 모든 유형의 악령들이 그들의 대왕과 함께 이 지구를 점령하고 잠시 행복을 누
릴 7년 간의 유효된 기간을 <우리들의 때;THE TIME>라고 표현하든지, 아니면 7년이 끝
나
고 예비된 블랙 호올의 유황불 속으로 모조리 빨려들어가는 그 최후의 멸망의 순간을 <
우리들의 때;THE TIME> 라고 표현하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
들
의 때가 이르기 전에 이 우주 가득히 방황하는 악령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들의 안식처를
찾아서 무수히 헤매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게 볼 때 현대에 들어와서 유행하는 악령을 불러 자신의 육체전입을 허락하는 몇몇
인간들의 행동은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아슬한 짓들인가?
눈을 떴다.
무진장 머리가 아팠다. 갈증이 목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아침의 햇살이 창문을 통과해서
내 이마를 집중적으로 쪼아대고 있었다. 순간 난 새벽의 악몽을 떠올려내곤 미친듯이 자
리에서 일어났다. 내 가슴을 만지고 귀를 만져보았다. 이내 난 정말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모든 게 꿈이었다. 어디부터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는 명백히 알 순 없어도 분명
한 것은 내 귓볼을 타고 내리던 선혈의 비린내와 지금은 멀쩡한 귀의 차이가 모든 게 꿈이
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러나 내 런닝 셔츠에 흥건히 묻어 있는 이
붉은 선혈들의 자국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선풍기가 달구어진 모터에 의해 뜨듯한 바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TV소리를 따라 마루로 나왔다. 아, 반가운 은주가 TV를 보며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난 달
려 들어가 은주를 덮썩 안았다.
[왜 그 방에서 나오는 거예요?]
은주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으응 자기 잠든 후에 말야 , 그 고스톱 치던 사람들 때문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 . 그래
서 잠시 나왔다가 맥주 두 캔을 마시곤 잠시 누워 있는다는 게 그만 잠이 들었던 모양이
야.]
나의 장구한 설명에 은주가 이상한 듯이 날 쳐다본다. 나 자신 스스로도 지난 참극들이
악몽일 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또박 또박 사건을 나열시키듯 설명했다.
[근데 이건 뭐예요?]
은주가 피로 물든 내 런닝 셔츠의 앞 부분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난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을 겨우 진정시켰다. 고양이의 발톱에 의해 갈기 찢어진 다섯 개의 줄이 내 가
슴팍에 나 있었던 것이다.
[으응 이것 글쎄 말이야 , 어제 자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계속 내게 다가오잖아 . 아
무리 떼어내도 집요하더라구 . 아마도 자는 사이에 이렇게 만들었나봐 . 그 자식이 얼마
나 집요한지 그래 , 분명해 . 그 고양이 놈이 쥐를 물고와서 내 위에서 얌냠했을 거야
!!]
난 꽤 괜찮은 추리라고 여기며 무릎 쪽의 찢어진 자국도 바라봤다.
[그나저나 자기 어젯 밤에 무슨 비명을 그렇게 질렀던 거예요? 가서 깨우고 싶었지만 웬
지 일어날 수가 없더라구요.]
[으응 나중에 얘기해줄께 .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꿈이었어. 근데 왜 이리 조용한
거야?]
정말 여인숙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간간히 새 소리들만이 들려올 뿐.
[글쎄 말예요. 아침에 눈떠보니 아무도 없더라구요. 아마도 일찍 떠났나 봐요. 우리도 그
만 나가요.]
내가 세수을 하고 여인숙을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어젯밤 투숙했던 그 남자들의
방 문 앞에 버려진 화투패 한 장이었다.
여인숙 앞에 세워 놓은 차의 시동을 걸며 기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난감해 했다.
[어떡하지? 이 근방에 기름 파는 곳이 없을까?]
[글쎄요. 일단 내려서 식당 같은 델 들어가봐요.]
우린 다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우리 앞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을
찾던 우리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새벽까지만 해도 북적대던 식당들은 여
기 저기 모조리 텅 비어 있었고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제서
야 안 사실이지만 이 마을 전부가 텅 비어 있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 왔다. 어젯밤의 악몽이 스물거리며 내 잔등을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모두 다 어딜 간 걸까요?]
[글쎄 말이야 .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일단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기름을 찾아보자구.
]
우리는 길 가운데의 식당엘 들어갔는데 생선 비린내가 코 끝에서 진동하는 것을 겨우 참
았다. 탁자마다 생선 뼈다귀들이 늘어져 있었고 일찍부터 먹이를 찾는 파리들이 앵앵거
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기름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냉장고 안은 생선 섞는 냄새로 진동
하고 있었고 먹을 만한 아침이라곤 그나마 플라스틱 콜라 병에 든 차가운 물뿐이었다.
우린 다시 차로 돌아와서 일단 갈 수 있을 때까지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동네 길을 빠
져나올 때 어젯밤 그 소녀가 앉아 있던 식당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문득 그 식당의 수족관을 바라보았는데 뼈만 앙상하게 남은 커다란 고기의 시체가 수족
관에 둥둥 떠있었다. 은주에겐 모른 체 했지만 분명 상어의 잔재가 틀림없었다.
역시 기름은 500미터도 채 못가서 동이나고 말았다. 예의 그 성황당 나무 아래에서 내려
서 뜨거운 8월의 태양 아래를 걷기 시작했다. 가다보면 반드시 인가가 나오리라고 생각하
며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자기 정말 어젯밤 아무 소리도 못들었어 ?]
난 자꾸만 이상한 느낌에 은주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
[거 있잖아 , 고양이 소리 같은 거 .]
[아침부터 왠 고양이 타령이야?]
[아니, 그냥 .]
꿈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정말 바지에 실례까지 했을까? 차마 부끄러워 말은 못했지만 땀
에 젖어가면서 내 아랫도리가 풍기는 지린내는 지난밤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좀 쉬었다 가.]
난 나무 그늘 아래 풀섶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은주가 내 곁에 조용히 앉는다. 내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호흡은 사정없이 가빠왔
다. 무엇보다 시원한 냉수 한 그릇과 김치에 쌀밥 한 그릇이 간절히 그리웠다.
[배고프지?]
[아니, 견딜만 해.]
정말 신기했다. 평소엔 조금만 걸어도 입술이 파래지던 은주가 오늘따라 조금도 지치질
않았다. 오히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날 따라오는 은주가 참으로 신기했다. 지금은 내
곁에서 들풀을 손으로 꺾으며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인곤 했다.
[그만 가자구.]
난 은주의 어깨를 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난 자신의 행동에 찡한 전율을 느끼
곤 섬찟해했다. 왜 내가 은주의 손을 잡아 일으키지 않고 은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던
것일까?
난 은주를 힐끗 쳐다봤다. 마치 수줍은 새색시처럼 조용히 고개를 떨군 채 은주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태양은 공평하게 어디나 비추었고 난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절실하게 하나님을
찾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매미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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