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살육의 밤

조회수 15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8.19
고양이 여인숙

5화. 살육의 밤


" "
아주 촉촉한 혀의 느낌 같은 것이었다. 처음엔 엄지 발가락부터 시작된 그 징그러운 애무
는 복숭아 뼈로 옮겨지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장단지의 털 사이에 맺힌 땀방울들을 다 먹어
치우려는 듯이 갈수록 더 거세어지고 있었다. 순간 난 발로 있는 힘을 다해서 그 물체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그 물체는 야옹! 비명을 지르며 벽 쪽으로 가서 쿵하고 부딪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났다. 그리고 그 흉측한 놈을 불꽃 같은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온통 검정색 털로
뒤덮인 예사롭지 않은 눈을 가진 고양이였는데 기가 막히게도 그 고양이 놈은 고개를 숙
이더니 다시금 어슬렁 어슬렁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난 급히 옆의 베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놈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퍽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이번엔 놈이 구석의 낡은 TV장 아래로 냅다 쳐박혔다. 놈은 집요했
다. 이번에도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죄인인양 고개를 떨군 채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무슨 조치든 취해야했다.
난 조심스럽게 놈의 꼬리로 손을 가져갔다. 뜻밖에 놈은 꼬리를 잡히고도 아무 반항이 없
었다. 난 마루로 놈을 들고 나가 정원 쪽으로 힘껏 던졌다.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
임의 기척이 없었다. 다행한 일이라고 여기며 다시 돌아서서 은주가 있는 방으로 몸을 돌
렸다.
이상했다. 은주의 방문은 두 개 다 잠겨져 있었다. 난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손잡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건너 편 방을 보니 고스톱을 치던 사내들이 그 좁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뒤얽혀 드르릉 코를 곯며 잠들어 있었다.
아마도 저치들 때문에 이 더운 밤에 문을 걸어 잠궜는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난 조용히 방
문을 두드렸다.
[은주 자는 거야? ]
그녀는 깊이 잠이 든 모양이었다. 3분 가량을 문 앞에서 신호를 보내어도 안에선 선풍기
모터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 아무 기척이 없었다. 피곤할 만도 하지라고 단정하며 정
원 쪽으로 눈을 돌렸다. 예의 그 고양이 놈이 정원의 모서리에 걸터 앉아 자신의 얼굴을
발로 닦아대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나빴다. 밀폐된 방에 선풍기를 틀어놓
고 자면 위험할텐데라고 걱정하다 창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곤 난 다시 옆
의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털썩 들어누워 단잠을 깨운 그 괘씸한 고양이 놈을 원망하며
다시 잠을 부르고 있을 때였다.
뭔가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날 따라
들어온 그 고양이 놈이 내 발 밑에서 다시 그 짓을 하려고 혀를 날름대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번엔 놈의 머리가죽을 힘껏 움켜 쥐었다. 냐옹! 짧은 비명을 지르며 고양이는 육중하
게 손 안에서 꿈틀거렸다. 난 고양이를 화장실 쪽으로 힘껏 던졌다. 그리곤 내 머리 맡의
방문을 잠그고 랔 보턴을 철컥 눌렀다. 그리고 발 쪽의 문은 거의 잠그다시피 살짝 열어
두었다. 이 무더운 밤, 대체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무슨 꼴이람. 다시 자리에 눕자마자
그 고양이 놈이 조금 열려진 발 쪽의 문 사이로 기어들어오려고 발광을 했다. 발로 문
을 긁어대며 안간힘을 썼다.
정말 회괴한 일이었다. 아마도 이 방이 손님이 너무 없어 그동안 자신의 잠자리로 애용
하던 방이었는가보다라고 추리하며 귀를 틀어막고 잠을 청하려 했다.
어느 순간에 고양이는 자신의 뜻대로 문이 열리지 않자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야옹,
야옹 . 정말 미칠지경이었다. 이번에 일어나면 아예 놈의 골통을 부수워버리든지,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냥 옆에 데리고 자야겠다고 다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할 때였
다.
쏴아악하는 소리 그것은 소리라고 하기에는 거의 느낌에 가까웠다 와 함께 나의 몸이 털
썩 뒤로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난 거의 가위눌림일 거란 생각을 했다. 정신은 혼미해져 오고 나의 시선
이 타인의 시선이 되어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내 모습을 희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 어릴 적부터 눌려오던 가위의 전조는 항상 이러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현실에
가깝고 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소름끼치는 이 악몽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도 익히 알
고 있었기에 난 어쨌든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 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왼쪽의 팔을 들어 바로 내 머리 맡에 잠궈놓은 문의 손잡이로 향했다. 끈적한 둥근 손잡
이에 막 내 손이 닿는 순간이었다. 마치 수천 볼트의 전류가 내 팔을 통과해서 심장에 와
닿는 듯했다. 문 바로 바깥에서 동시에 누군가가 방문의 손잡이를 잡은 것이었다.
들커덕거리며 방문의 손잡이를 흔들고 있었다. 누구야 라고 소리 질렀지만 그 말들은
내 의식 속에서 웅웅거릴 뿐 바깥으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바깥의 그 누군가가
다시 씨익 바람소리를 내며 이번에는 약간 열어놓은 발 쪽의 문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내
몸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난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문 밖에 서있는 그 가공할
괴물의 모습을 .
분명히 사람의 형체였지만 거의 고양이의 얼굴에 가까웠다.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이 튀어나온 귀하며, 반들반들한 콧잔등 아래로부터 갈라져 나온 언청이 같은 입들이 분
명이 사람은 아니였다. 갈기갈기 찢어진 옷 사이론 시커먼 털들이 보였고 눈에서 나오는
광채 때문에 아예 그의 키가 얼마나 큰지는 알아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날카로운 갈고리 같은 손톱들이 희끗이며 어둠 속에서 번득거렸다. 그리고 그가 손잡이
를 잡고 문을 열려고 할 때 내가 그렇게 천대했던 그 검은 고양이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내게 그토록 순박하던 고양이가 일순간 다가오는 괴물
을 향해 야수처럼 돌변하기 시작했다. 짙은 흑빛의 털을 곤두 세우고는 자신 앞의 괴물을
향해 눈에 불을 켰다. 그리고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내지르며 그 흉측한 괴물을 저지하
는 것이었다. 날 노려보던 괴물은 순식간에 바람 소리를 내며 사라지고 있었다. 여전히
난 가위에 눌린 상태로 꼼짝을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쿵 쿵 하는 소리가 내가 누운 바닥 바로 아래에서 울러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진동
음이었다. 지하에 또 다른 세계가 있든지 아니면 멀리서 나는 소리가 대청 마루 아래의
빈 공간을 타고 공명되면서 나든지 둘 중에 하나였다. 나는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소리
의 진원지를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쿵쿠웅 쿠당탕 소리는 불규칙했다. 그러나 바로 내 머리 아래에서 들리고 있었기 때문
에 무척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때 그 소리의 정체를 분명히 해주는 짧
은 신호음이 하나 있었다. 비명소리 같은 것이었다.
사람 살 악!! . 분명히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을 지르는데 일격을 가한
듯했다. 목젖을 따지 않고서는 갑자기 저렇게 비명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의 온몸에 땀이 번져나왔다. 분명히 엄청난 일이 내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
했다.
그때였다. 좀 더 큰 비명소리가 들여왔다. 아악 이 씨팔 . 그래, 바로 그 남자였다.
화투패를 들여다볼 때마다 습관처럼 쌍소리를 해대던 그 남자 . 그렇다면 그 남자들이
투숙한 방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난 절대자에게 도움을 구하
며 어떡해서든 지금 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거듭 결심했다. 입술을 깨물고 호흡을 가
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숫자를 세웠다. 마치 카운터 다운을 하듯 그렇게 10부터 거꾸로 세어나갔
다. 7 5 3 2 하나!! 라는 신호와 함께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 머리 맡의
문을 와락 열었다.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바로 수돗가였다. 여전히 수돗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 수돗가 아
래 예의 캔맥주와 과일이 가득히 담겨있던 그 넓적한 고무 바켓츠에 무언가가 둥둥 떠있었
다. 바켓츠 속엔 온통 붉은 선지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미 수돗물과 함께 피는 계속 넘쳐
흘러 여인숙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었다.
가끔씩 형광등 불빛에 비쳐 나오는 그것은 심장이 분명했다. 의학적 상식이 없더라도 그
것은 방금 어딘가로부터 뜯겨져 나온 벌떡이는 심장이었다. 심장을 둘러싼 절단된 혈관
이 펄떡이며 피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난 비명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원 쪽을 바라보았을 때 수풀 사이 사이로 난자당한 사람의 팔과 다리들이 늘려져 있었
다.
그때였다. 그 남자들이 투숙했던 방으로 고개를 돌리는 찰라 활짝 열려진 그 방문으로부
터 뭔가가 휙하며 던져져 나왔다. 그 던져진 물체는 바로 내 눈 앞의 마루 위에 멈추었
는데 그것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잘리어진 남자의 머리였다. 난 단번에 그 머리의 주인
이 몇 시간 전 내게 캔 맥주를 먹으라고 권하던 그 남자였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직도
커다란 눈을 껌뻑이는 남자의 머리는 내 발 바로 아래 마루 위에서 비실비실 원을 그리
며 발광을 하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뜯겨져 나간 혈관들이 퍼득이면서 피를 뿜어내고 있
었다.
그 피들에 의해 순식간에 내 얼굴과 런닝셔츠는 붉은 물감을 칠한듯이 물들어 갔다.
잠시 후 그 방에서 예의 그 괴물이 튀어나왔다.
아예 피로 목욕을 한 그 괴물의 손엔 쌍소리를 해대던 그 남자의 목이 들려져 있었고 다
른 한손엔 먹다 만 다리가 피를 쏟아내며 들려져 있었다. 괴물이 나를 노려보며 씨익 웃
었다. 그리고 크으으 신음소리를 내며 나를 공격할 채비를 갖추었다. 내 다리 아래로
뜨뜻한 뭔가가 마구 흘러나왔다.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오줌 줄기가 바지 사이로 마구
번져나왔다. 그때 다가오려던 괴물이 주춤했다. 내 바로 앞을 예의 그 검은 고양이가 막
아선 것이다. 둘 사이에는 한동안의 불꽃 튀는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마침내 괴물이 날
단념하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거대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크아아옹!!!! ]
그 울음소리는 어두운 밤하늘로 마구 번져나갔다. 그리고 곧 이어서 믿을 수 없는 일들
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몰려 왔는지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고양이들이 여인숙
을 가득히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 눈 앞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며 지붕에서도 쏟아
져 나오고 대문으로도 나오고 텅비인 줄로만 알았던 여인숙의 빈 방에서도 쏟아져 나왔
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원을 그리며 재빨리 여기 저기 흩어진 살점들을 다투듯 차지하기 시작
했다. 먹이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저들 끼리의 혈투가 더 처절하고 소름끼쳤다. 자신이
먼저 잡은 먹이에 다른 동료가 발을 대기만 해도 금새 앞 발로 동료의 머리통을 긁어버
린곤 했다.
순식간에 난 고양이들 가운데 놓여져 있었다. 이렇게 인간이 무력할 수가 있을까라고 눈
물 흘리며 순간 갑자기 은주가 생각났다.
[아, 은주 .]
내가 고개를 은주의 방으로 돌릴 때였다. 여인숙 안의 그 많은 고양이들이 순식간에 날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일제히 털을 쭈뼛이며 세웠다. 아, 난 이제 죽었
구나라고 생각하며 차라리 죽기 전에 은주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욕심뿐 옆방으로 뛰어 가려던 난 우당탕 미끄러지고 말았다. 동시에 고양이 들이
내게로 날아왔다.
크아악 찢어질 듯한 괴성을 지르며 내 목 바로 앞까지 고양이의 이빨이 다가왔다. 그때
였다. 번쩍하는 순간적인 바람 소리와 함께 내게 날아오던 고양이가 쿵하고 마당으로 나
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날 공격하던 고양이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려는 순간 예의 그
검은 고양이가 재빨리 몸을 날렸다. 그리곤 미친듯이 놈의 목을 물어 뜯었다. 얼마가지
않아 시커먼 피와 함께 날 공격하던 고양이의 목이 걸레처럼 허들해졌다. 난 그 잔혹
한 광경에 눈을 돌렸다. 나는 다시 일어나 은주의 문 앞에 다가가서는 마구 문을 두드렸
다.
[은주!! 은주!! 안에 있는 거야?!!]
난 필사적이었다. 웬지 모르게 이미 은주도 당했을 거란 절망적인 생각이 날 미칠 지경
으로 몰고갔다.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짙은 갈색의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목을 향해 돌진
해왔다. 역시 이번에도 그 검은 고양이가 더 빨랐다. 검은 고양이는 텀브링을 하듯이 옆
으로 회전하며 마루의 모서리를 딛고서는 팔과 다리를 허공으로 넓게 벌리며 허공으로 튀
어올랐다. 이내 고양이는 허공에서 다시 한 바퀴 도는 형식으로 회전하며 잽싸게 내 목
에 매달린 갈색 고양이의 뱃가죽을 갈고리 같은 손톱으로 쫙 긁어내는 것이었다.
바로 내 등 뒤에서 날 공격하던 고양이의 배로부터 뭔가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난
쳐다보지도 않고 마구 은주의 방문을 두드렸다.
[은주 . 불쌍한 은주야 . 어떻게 됐니?!! 으흐흑 .]
나의 울음소리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그때 캬악!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바로 날
방어하던 그 검은 고양이가 정원 쪽으로 쳐박히고 있었다. 차츰 힘을 잃어가는 고양이
는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흥분한 고양이들이 일제
히 그 검은 고양이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난 무슨 조치라도 취해야만 했다.
목숨을 걸고 날 살려내려던 그 고양이의 죽음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 그제서야 난 죽음 앞에서 너무나 비굴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가 있었고 내 눈에
선 이상한 오기 같은 게 번쩍이며 타올랐다.
그래, 이건 꿈이야!! 병신처럼 . 가위눌림의 연장일 뿐이야!! 이런 일이 어떻게 현실에
서 일어날 수 있다고 오줌까지 싸니? 이건석, 이 병신아!! 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R자로 꺾이는 마루의 모서리 아래에 무언가가 번쩍이고 있었다.

시퍼런 칼날을 가진 낫 한 자루가 눈에 확 들어왔다. 빨리 뛰어가지 않으면 그 검은 고양
이는 동료들에 의해 무참히 찢겨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아니, 이미 고양이 몇 마리들이
쓰러진 검은 고양이의 목을 발로 누르곤 모두에게 공격하라고 고개짓을 하고 있었다.
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며 휘청이는 걸음을 옮겼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