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탈출
고양이 여인숙
12화. 탈출
급하게 서둘러야 했다. 지금 또 365일이란 세월이 후다닥 지나가고 있었다. 학교 다닐 적
물리 시간에 배웠던 만화 같은 이론이 이토록 무서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날 줄을
미처 몰랐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공간 안의 <절대적 위치>란 개념을 없애고.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은 공간 안의 <절대적 시간>도 없애버리면서 새로이 탄생한 법칙이 바로 "쌍둥이의
역설(逆設) 이란 이론이었는데 가령 쌍둥이의 한 쪽이 산 위에 살고 다른 쪽은 해변에
산다고 상상해보자.
첫째 사람은 둘째 사람보다 더 빨리 늙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서의 나이의 차는 극소
하겠지만 만약 쌍둥이 한쪽이 다른 차원의 세계, 일종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여행을
한다면 그 두 사람이 늙는 속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말 것이다.
사실 이 이론은 1962년 금수탑(金水搭)의 아래와 꼭대기에 놓인 한쌍의 정밀한 시계를 이
용해서 검증되기도 했지 않은가?
마음은 급해지는데 손발이 제대로 따라주질 않았다. 성황당 나무 저쪽에 버려져 있는 르
망으로 뛰어가서 공구 박스를 통째로 들고 왔다.
촛불을 켜고 우선 하나로 뭉쳐진 다섯 개의 부탄 가스를 하나씩 떼어내었다. 그리고 실을
약간 굵게 꼬아서 촛농을 떨어뜨려 단단히 굳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았던 껌을 한입 가득이 넣고 씹기 시작했다. 연해진 껌을 토막내어서 부탄가스
에 단단히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능 공구집에서 드릴 모양의 송곳을 찾아냈다. 껌
위로 쑤셔넣고 돌렸다. 생각보단 가볍게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 속으로 준비해둔 촛농
이 묻은 실을 밀어넣었다. 다섯 개의 화력이 어떤 위력을 발휘해줄지는 미지수였지만 빨
리 서둘러야 했다.
등산용 가방에 이 모든 것을 넣고서는 난 마구 뛰기 시작했다. 져니가 내 뒤를 따랐다.
뛰면서 져니에게 내가 말한다.
[져니!! 우린 오늘 이곳을 벗어나는 거야!!]
[컹컹!!]
져니도 흥분한 듯이 마구 짖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먼저 식당의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 아, 정말이지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습기찬 부엌에는 하나같이 녹쓸은 가스통들이 놓
여 있었다.
미친듯이 그 가스통의 벨브를 잠그고는 밖으로 굴리면서 나왔다. 어떤 통은 가벼웠지만
대개는 무척 힘들었다. 다섯 개의 가스통을 날 보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 여인숙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하나의 방을 건너 뛰는 식으로 가스통을 하나씩 방으로 옮겼다.
꼭꼭 창문을 잠그고 공구함에서 가져온 넓다란 테잎으로 창문의 가장자리를 꼼꼼히 따라
가며 테잎으로 봉했다. 그 작업을 마친 난 허둥지둥 뛰어나와 보일러실을 찾았다. R자로
꺽이는 여인숙의 구석진 곳으로 정말 보일러 실이 있었다. 그 보일러 실의 기름 탱크로
다가갔다. 이미 녹이 쓸어 뻑뻑한 두껑을 있는 힘을 다해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두껑이 열리고 옆의 막대기로 안을 확인해보았다. 막대기의 삼분의 일지점까지 기
름이 묻어나왔다. 이 기름을 빨아낼 부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때 수돗가의 호스를 생각해
내고는 수돗가로 달려가 호스와 바켓츠를 가져와서는 호스를 기름 구멍에다 넣는다.
너무 힘껏 빨아들이는 바람에 기름이 입 안 가득히 들어왔다. 기름을 뱉어내자 바켓츠 안
으론 기름이 마구 흘러나왔다.
우선 여인숙의 문짝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문짝들을 한 곳에 쌓아두었다. 뜯겨져나온 문짝들 위로 기름을 이곳 저곳에다
가 뿌린다. 여인숙이 끝나자 남은 기름을 식당을 향해 옮겨갔다.
식당의 때묻은 탁자 이곳 저곳에 산발적으로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가스
통의 벨브들을 아주 미세하게 열어놓는다. 마을 전체가 기름냄새와 가스냄새가 뒤얽혀 진
동하는 듯 했다.
갈등이 생겼다. 지금 불을 지르면 분명히 난 버스를 타지 못할 것이고 나중에 지르자니
놈들이 기름 냄새를 눈치채곤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
한참을 갈등한 후에 난 나중에 불을 지르기로 했다.
나의 판단은 너무도 훌륭했고 그날은 하늘이 날 도와주는 축복된 밤이었다. 이상하게도
이미 훨씬 어두워진 후인데도 배에서 내린 놈들이 항구 쪽에 잔뜩 모여 있었다. 파도가
철썩이고 있었고 대체 놈들이 뭘 하는지 숨죽이며 지켜볼 뿐이었다.
성황당 나무 위에서 저 쪽 숲에 숨어있는 져니를 보며 더 낫게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했다
.
버스가 오면 뛰어내릴 만반의 예행 연습을 몇번이고 상상으로 하곤했다. 오늘 밤따라 놈
들은 이상했다. 놈들이 항구의 끝에 원을 그리며 둘러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젊은 놈들이
선박으로부터 그물대신에 나무토막을 가져와서 단을 쌓기 시작했다.
대체 저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장구한 의심을 추리해내고 있을 때 바로 내
발 밑의 확성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의 그 괴물 목소리가 여전히 소름끼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밤의 재판은 만장일치 화형에 .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 아, 예의 그 선박에서 온몸을 결박당한 은주
가 끌려나오고 있었다. 은주는 아무 저항도 없이 조용히 자신에게 내려진 심판의 결과에
순응하는 듯했다.
이윽고 은주가 나무토막의 재단 위로 달려올라갔다. 팔에 포승이 묶인 채 은주는 걸레조
각처럼 높이 올라갔다.
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이건석,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매달려 있는 건
은주가 아냐!! 은주를 죽인 괴물에 불과할 뿐이라구. 이런 오만 가지의 생각들이 난무
할 때 마침내 저 길의 끝에서 버스의 흔들거림이 보였다.
동시에 포구 쪽에서의 놈들의 울부짖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놈들은 이성을 잃고 마구 흥
분하기 시작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나의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려왔다.
버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차츰 성황당 나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난 뛰어내릴 준비
를 했다. 확성기에서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김기사가 두 명의 데리고 빨리 끝내어야 안돼겠습 김기사 김기사!!
그 순간 버스가 바로 저 앞에서 멈추는 게 아닌가. 분명히 김기사라는 놈이 주파수를 맞
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오늘 밤은 . 그냥 돌아가라 .
[안돼!!]
난 거의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안돼!! 마지막 기회야!! 제발 .
마침내 김기사라는 놈이 돌아가려는 듯이 보였다 . 차가 부르릉거리며 유턴을 하려고 옆
의 수풀까지 꽁무니를 밀어넣고 있었다. 얼핏보니 버스 안에는 등산복 차림에 카메라를
든 여대생 두 명이 당황하고 있는 게 보였는데 그녀들은 아저씨, 왜 안 내려줘요? 어쩌고
를 외치고 있었다.
난 빨리 나무에서 내려갔다. 이젠 들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무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포구 쪽은 이미 은주의 화형대엔 불이 붙고 있었다. 그때였다 . 선박에서 예의
그 괴물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쪽 성황당을 향해서 휙 쳐다보는 것이었다.
동시에 난 들켰구나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나무로부터 재빨리 뛰어내렸다. 그리고 버스
를 향해 달려갈 때 유턴을 하던 기사놈이 날 발견하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놈이 악셀레다를 밟기 시작했다. 난 이미 틀렸구나라고 생각하며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첫번째 부탄 가스 통에 불을 붙였다. 불이 치직하며 촛농을 녹이며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가스통을 놈의 운전석을 향해 던졌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은 금
새 불덩어리가 되고 있었다. 으아악 . 비명을 지르며 버스의 앞 유리창이 일제히 전방을
향해 튀어올랐다. 그 유리를 치며 튀어나온 놈이 수풀 속에서 발광을 하고 있었다. 동
시에 버스는 덜컹하며 성황당 나무를 박고서는 길길거리고 있었다.
안의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항구 쪽에서 이쪽의 상황을 보고서는 그 괴물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몇몇 놈
들이 빛처럼 빠르게 순식간에 버스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난 나무를 타고 깨어진 유리를 통과해서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여대생 두 명이 눈물을 철
철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아저씨, 시키는 대로 다 할테니 살려주세요!!]
[시끄러워!! 뭐든지 꽉 잡아!!]
꺼져버린 시동을 살리려고 미친 듯이 키를 돌려댔다. 이미 버스 앞까지 온 놈들이 버스
위로 튀어오르기 위해 졈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놈들이 뛰어오르는 동시에 악셀레다 위에 놓인 나의 발에 억센 힘이 들어갔다. 나무에 박
혀있던 버스가 후진으로 빠지면서 난 핸들을 크게 꺾었다.
동시에 육즁한 버스가 한 바퀴 돌고 버스 안의 여자들이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회전하는 버스의 옆 몸뚱아리에 부닥쳐 부숴지는 그들의 시신이 백 미러를 통해 보였다.
난 순간 버스를 몰았다. 은주를 살려야 했다. 어느새 은주가 불에 활활 타는 장작더미
가운데서 고개를 떨구며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는 미친듯이 폭주하며 마을의 초입길을 달려나갔다. 내 버스를 향해 뛰어오던 놈들의
무리가 까마득히 보였다. 그들 중에 버스를 향해 뛰어오르다가 범퍼에 골통이 으깨어지
는 놈들도 있었다. 버스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고 난 마구 떨리는 손으로 두번째 가스통
을 집어들었다.
라이터를 쥔 손이 벌벌 떨려 왔다. 불을 붙이고는 버스를 식당 가까이에 댔다. 그리고 첫
번 째 식당을 향해 그 가스통을 재빨리 던졌다. 평소에 투구 연습을 해온 이득을 톡톡히
보는 듯이 부탄가스통은 정확하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가스와 기름이 합쳐지면서 일으키는 화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식당
이 불에 날아가고 있었다. 한번 붙은 불은 건조한 날씨와 함께 금새 옆의 식당으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옮겨갔다.
그리고 세번 째 가스통은 고양이 여인숙에 던져넣었다. 여인숙은 한 마디로 통채로 날아
가는 기분이었다. 지붕이 털썩하며 가스통의 잔재들이 위로 거대하게 튀어오르고 있었다
.
그동안 쌓였던 모든 분노와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난 계속 차를 몰
았다. 버스는 마침내 포구의 난간을 박차오르면서 은주의 화형대로 그대로 쳐들어갔다.
은주가 천천히 눈을 떠고 날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일순간 웃음이 피어올랐다. 버
스에 의해 무너진 화형대는 버스의 전면에 은주를 던져주었다. 난 미친듯이 허겁지겁 은
주의 손을 풀어헤쳤다.
[와주셨군요!!]
은주가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 감격해하지 마!! 아직도 계산할 건 남았으니까!!]
놈들이 버스 위로 튀어오르는 게 보였다. 난 다시 버스를 회전시켰다. 놈들이 낙엽처럼
떨어지는가 했더니 열려진 창문 사이로 이미 들어온 놈들도 있었다.
여자들이 고함을 지르고 놈들이 내게로 뛰어왔다. 내가 여자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의자 아래로 고개를 숙여!!]
여자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에 보였다. 동시에 네번 째 부탄가스를 터뜨렸다.
엄청난 화력과 함께 아예 차 안의 창문들이 다 날아가고 있었다.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저만치 날아간 동료들을 바라보며 놈들이 울부짖었다.
버스를 몰고 난 다시 식당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미 나 역시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미친 듯이 폭주하는 내 시선 속으로 표범처럼 달려오는 예의 그 괴물이 보였다. 놈은
아예 날아온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그래, 오너라!! 너의 육신을 가루로 만들어주마!!
난 마지막 하나 남은 가스통을 굳게 잡았다.
그때 문득 뭔가를 떨어뜨려 놓고오는 아쉬움이 엄습했다.
져니!! 그렇다!! 져니!!
뒤를 돌아다 봤다.
그 철없는 져니 놈이 내 버스를 가볍게 지나쳐서 버스를 향해 돌진해오는 괴물에게로 뛰
어가고 있었다.
져니, 안돼!!
져니 .
12화. 탈출
급하게 서둘러야 했다. 지금 또 365일이란 세월이 후다닥 지나가고 있었다. 학교 다닐 적
물리 시간에 배웠던 만화 같은 이론이 이토록 무서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날 줄을
미처 몰랐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공간 안의 <절대적 위치>란 개념을 없애고.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은 공간 안의 <절대적 시간>도 없애버리면서 새로이 탄생한 법칙이 바로 "쌍둥이의
역설(逆設) 이란 이론이었는데 가령 쌍둥이의 한 쪽이 산 위에 살고 다른 쪽은 해변에
산다고 상상해보자.
첫째 사람은 둘째 사람보다 더 빨리 늙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서의 나이의 차는 극소
하겠지만 만약 쌍둥이 한쪽이 다른 차원의 세계, 일종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여행을
한다면 그 두 사람이 늙는 속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말 것이다.
사실 이 이론은 1962년 금수탑(金水搭)의 아래와 꼭대기에 놓인 한쌍의 정밀한 시계를 이
용해서 검증되기도 했지 않은가?
마음은 급해지는데 손발이 제대로 따라주질 않았다. 성황당 나무 저쪽에 버려져 있는 르
망으로 뛰어가서 공구 박스를 통째로 들고 왔다.
촛불을 켜고 우선 하나로 뭉쳐진 다섯 개의 부탄 가스를 하나씩 떼어내었다. 그리고 실을
약간 굵게 꼬아서 촛농을 떨어뜨려 단단히 굳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았던 껌을 한입 가득이 넣고 씹기 시작했다. 연해진 껌을 토막내어서 부탄가스
에 단단히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능 공구집에서 드릴 모양의 송곳을 찾아냈다. 껌
위로 쑤셔넣고 돌렸다. 생각보단 가볍게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 속으로 준비해둔 촛농
이 묻은 실을 밀어넣었다. 다섯 개의 화력이 어떤 위력을 발휘해줄지는 미지수였지만 빨
리 서둘러야 했다.
등산용 가방에 이 모든 것을 넣고서는 난 마구 뛰기 시작했다. 져니가 내 뒤를 따랐다.
뛰면서 져니에게 내가 말한다.
[져니!! 우린 오늘 이곳을 벗어나는 거야!!]
[컹컹!!]
져니도 흥분한 듯이 마구 짖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먼저 식당의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 아, 정말이지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습기찬 부엌에는 하나같이 녹쓸은 가스통들이 놓
여 있었다.
미친듯이 그 가스통의 벨브를 잠그고는 밖으로 굴리면서 나왔다. 어떤 통은 가벼웠지만
대개는 무척 힘들었다. 다섯 개의 가스통을 날 보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 여인숙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하나의 방을 건너 뛰는 식으로 가스통을 하나씩 방으로 옮겼다.
꼭꼭 창문을 잠그고 공구함에서 가져온 넓다란 테잎으로 창문의 가장자리를 꼼꼼히 따라
가며 테잎으로 봉했다. 그 작업을 마친 난 허둥지둥 뛰어나와 보일러실을 찾았다. R자로
꺽이는 여인숙의 구석진 곳으로 정말 보일러 실이 있었다. 그 보일러 실의 기름 탱크로
다가갔다. 이미 녹이 쓸어 뻑뻑한 두껑을 있는 힘을 다해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두껑이 열리고 옆의 막대기로 안을 확인해보았다. 막대기의 삼분의 일지점까지 기
름이 묻어나왔다. 이 기름을 빨아낼 부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때 수돗가의 호스를 생각해
내고는 수돗가로 달려가 호스와 바켓츠를 가져와서는 호스를 기름 구멍에다 넣는다.
너무 힘껏 빨아들이는 바람에 기름이 입 안 가득히 들어왔다. 기름을 뱉어내자 바켓츠 안
으론 기름이 마구 흘러나왔다.
우선 여인숙의 문짝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문짝들을 한 곳에 쌓아두었다. 뜯겨져나온 문짝들 위로 기름을 이곳 저곳에다
가 뿌린다. 여인숙이 끝나자 남은 기름을 식당을 향해 옮겨갔다.
식당의 때묻은 탁자 이곳 저곳에 산발적으로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가스
통의 벨브들을 아주 미세하게 열어놓는다. 마을 전체가 기름냄새와 가스냄새가 뒤얽혀 진
동하는 듯 했다.
갈등이 생겼다. 지금 불을 지르면 분명히 난 버스를 타지 못할 것이고 나중에 지르자니
놈들이 기름 냄새를 눈치채곤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
한참을 갈등한 후에 난 나중에 불을 지르기로 했다.
나의 판단은 너무도 훌륭했고 그날은 하늘이 날 도와주는 축복된 밤이었다. 이상하게도
이미 훨씬 어두워진 후인데도 배에서 내린 놈들이 항구 쪽에 잔뜩 모여 있었다. 파도가
철썩이고 있었고 대체 놈들이 뭘 하는지 숨죽이며 지켜볼 뿐이었다.
성황당 나무 위에서 저 쪽 숲에 숨어있는 져니를 보며 더 낫게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했다
.
버스가 오면 뛰어내릴 만반의 예행 연습을 몇번이고 상상으로 하곤했다. 오늘 밤따라 놈
들은 이상했다. 놈들이 항구의 끝에 원을 그리며 둘러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젊은 놈들이
선박으로부터 그물대신에 나무토막을 가져와서 단을 쌓기 시작했다.
대체 저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장구한 의심을 추리해내고 있을 때 바로 내
발 밑의 확성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의 그 괴물 목소리가 여전히 소름끼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밤의 재판은 만장일치 화형에 .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 아, 예의 그 선박에서 온몸을 결박당한 은주
가 끌려나오고 있었다. 은주는 아무 저항도 없이 조용히 자신에게 내려진 심판의 결과에
순응하는 듯했다.
이윽고 은주가 나무토막의 재단 위로 달려올라갔다. 팔에 포승이 묶인 채 은주는 걸레조
각처럼 높이 올라갔다.
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이건석,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매달려 있는 건
은주가 아냐!! 은주를 죽인 괴물에 불과할 뿐이라구. 이런 오만 가지의 생각들이 난무
할 때 마침내 저 길의 끝에서 버스의 흔들거림이 보였다.
동시에 포구 쪽에서의 놈들의 울부짖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놈들은 이성을 잃고 마구 흥
분하기 시작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나의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려왔다.
버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차츰 성황당 나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난 뛰어내릴 준비
를 했다. 확성기에서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김기사가 두 명의 데리고 빨리 끝내어야 안돼겠습 김기사 김기사!!
그 순간 버스가 바로 저 앞에서 멈추는 게 아닌가. 분명히 김기사라는 놈이 주파수를 맞
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오늘 밤은 . 그냥 돌아가라 .
[안돼!!]
난 거의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안돼!! 마지막 기회야!! 제발 .
마침내 김기사라는 놈이 돌아가려는 듯이 보였다 . 차가 부르릉거리며 유턴을 하려고 옆
의 수풀까지 꽁무니를 밀어넣고 있었다. 얼핏보니 버스 안에는 등산복 차림에 카메라를
든 여대생 두 명이 당황하고 있는 게 보였는데 그녀들은 아저씨, 왜 안 내려줘요? 어쩌고
를 외치고 있었다.
난 빨리 나무에서 내려갔다. 이젠 들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무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포구 쪽은 이미 은주의 화형대엔 불이 붙고 있었다. 그때였다 . 선박에서 예의
그 괴물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쪽 성황당을 향해서 휙 쳐다보는 것이었다.
동시에 난 들켰구나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나무로부터 재빨리 뛰어내렸다. 그리고 버스
를 향해 달려갈 때 유턴을 하던 기사놈이 날 발견하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놈이 악셀레다를 밟기 시작했다. 난 이미 틀렸구나라고 생각하며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첫번째 부탄 가스 통에 불을 붙였다. 불이 치직하며 촛농을 녹이며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가스통을 놈의 운전석을 향해 던졌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은 금
새 불덩어리가 되고 있었다. 으아악 . 비명을 지르며 버스의 앞 유리창이 일제히 전방을
향해 튀어올랐다. 그 유리를 치며 튀어나온 놈이 수풀 속에서 발광을 하고 있었다. 동
시에 버스는 덜컹하며 성황당 나무를 박고서는 길길거리고 있었다.
안의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항구 쪽에서 이쪽의 상황을 보고서는 그 괴물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몇몇 놈
들이 빛처럼 빠르게 순식간에 버스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난 나무를 타고 깨어진 유리를 통과해서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여대생 두 명이 눈물을 철
철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아저씨, 시키는 대로 다 할테니 살려주세요!!]
[시끄러워!! 뭐든지 꽉 잡아!!]
꺼져버린 시동을 살리려고 미친 듯이 키를 돌려댔다. 이미 버스 앞까지 온 놈들이 버스
위로 튀어오르기 위해 졈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놈들이 뛰어오르는 동시에 악셀레다 위에 놓인 나의 발에 억센 힘이 들어갔다. 나무에 박
혀있던 버스가 후진으로 빠지면서 난 핸들을 크게 꺾었다.
동시에 육즁한 버스가 한 바퀴 돌고 버스 안의 여자들이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회전하는 버스의 옆 몸뚱아리에 부닥쳐 부숴지는 그들의 시신이 백 미러를 통해 보였다.
난 순간 버스를 몰았다. 은주를 살려야 했다. 어느새 은주가 불에 활활 타는 장작더미
가운데서 고개를 떨구며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는 미친듯이 폭주하며 마을의 초입길을 달려나갔다. 내 버스를 향해 뛰어오던 놈들의
무리가 까마득히 보였다. 그들 중에 버스를 향해 뛰어오르다가 범퍼에 골통이 으깨어지
는 놈들도 있었다. 버스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고 난 마구 떨리는 손으로 두번째 가스통
을 집어들었다.
라이터를 쥔 손이 벌벌 떨려 왔다. 불을 붙이고는 버스를 식당 가까이에 댔다. 그리고 첫
번 째 식당을 향해 그 가스통을 재빨리 던졌다. 평소에 투구 연습을 해온 이득을 톡톡히
보는 듯이 부탄가스통은 정확하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가스와 기름이 합쳐지면서 일으키는 화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식당
이 불에 날아가고 있었다. 한번 붙은 불은 건조한 날씨와 함께 금새 옆의 식당으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옮겨갔다.
그리고 세번 째 가스통은 고양이 여인숙에 던져넣었다. 여인숙은 한 마디로 통채로 날아
가는 기분이었다. 지붕이 털썩하며 가스통의 잔재들이 위로 거대하게 튀어오르고 있었다
.
그동안 쌓였던 모든 분노와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난 계속 차를 몰
았다. 버스는 마침내 포구의 난간을 박차오르면서 은주의 화형대로 그대로 쳐들어갔다.
은주가 천천히 눈을 떠고 날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일순간 웃음이 피어올랐다. 버
스에 의해 무너진 화형대는 버스의 전면에 은주를 던져주었다. 난 미친듯이 허겁지겁 은
주의 손을 풀어헤쳤다.
[와주셨군요!!]
은주가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 감격해하지 마!! 아직도 계산할 건 남았으니까!!]
놈들이 버스 위로 튀어오르는 게 보였다. 난 다시 버스를 회전시켰다. 놈들이 낙엽처럼
떨어지는가 했더니 열려진 창문 사이로 이미 들어온 놈들도 있었다.
여자들이 고함을 지르고 놈들이 내게로 뛰어왔다. 내가 여자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의자 아래로 고개를 숙여!!]
여자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에 보였다. 동시에 네번 째 부탄가스를 터뜨렸다.
엄청난 화력과 함께 아예 차 안의 창문들이 다 날아가고 있었다.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저만치 날아간 동료들을 바라보며 놈들이 울부짖었다.
버스를 몰고 난 다시 식당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미 나 역시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미친 듯이 폭주하는 내 시선 속으로 표범처럼 달려오는 예의 그 괴물이 보였다. 놈은
아예 날아온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그래, 오너라!! 너의 육신을 가루로 만들어주마!!
난 마지막 하나 남은 가스통을 굳게 잡았다.
그때 문득 뭔가를 떨어뜨려 놓고오는 아쉬움이 엄습했다.
져니!! 그렇다!! 져니!!
뒤를 돌아다 봤다.
그 철없는 져니 놈이 내 버스를 가볍게 지나쳐서 버스를 향해 돌진해오는 괴물에게로 뛰
어가고 있었다.
져니, 안돼!!
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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