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혼령들의 우주
고양이 여인숙
13화. 혼령들의 우주
[세우지 마세요!!]
은주가 애원처럼 울먹였다.
[세우면 우린 다 죽어요!!]
이미 져니는 달려오는 괴물 놈에게 튀어 올라간 후였다. 져니는 놈과의 피튀는 혈전을 벌
이면서도 자꾸만 자신의 공격형태를 기존의 직접적인 공격 형태에서 벗어난 오히려 우회적
이란 느낌이 들게끔 몰고 갔다. 져니는 괴물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하기보단 오히려 신경
전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아, 그제서야 난 비로소 져니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져니는 자신이 괴물을 잡
고 있는 동안 우리가 이 끔찍한 세계를 탈출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제발 제발 세우지 말아요!!]
은주의 애원은 거의 발악에 가까웠다.
동시에 요란한 굉음과 함께 버스가 급정거했다. 여자들이 비명소리와 함께 앞으로 튕겨
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난 기어를 후진으로 넣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버스를 몰고 뒤로
나아갔다. 버스의 먼지와 함께 마침내 버스는 져니와 괴물의 선혈이 낭자한 혈투 장소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끼이익하고 멈추어 섰다. 피가 눈 안으로 마구 들어가 눈도 제대
로 떠지 못하는 져니가 괴물의 다리를 문 채 겨우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왜 그냥 가지 않았느냐는 아쉬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내 눈에서 눈물과 불꽃 같은 우정이 함께 피어 올랐다. 난 져니를 향해 크게 소리질렀다
.
[빨리 타!! 난 절대 너를 두고 가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아?!!]
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비호처럼 버스 위로 올라탔다. 동시에 그 괴물도 버스의 문 계단
에 다리를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난 다시 기어를 1단에 넣고 악셀레다를 끝까지 밟았다
. 동시에 버스가 부웅하고 위로 튀어오르며 전진했다. 잘려져나간 버스의 문턱을 잡고
씨익 웃으며 올라오던 괴물이 휘청하며 버스의 난간을 잡았다. 이미 심하게 상처를 입
은 져니는 놈을 향해 짖기만 할 뿐 비틀거리며 이내 쓰러지곤 했다.
그 집요한 괴물은 버스 속으로 완전히 들어와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버스의 중앙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곁을 쓰윽
지나가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에 여자 둘이서 고함과 비명을 질러댔다. 순간 그 괴물
놈이 한 손으로 비명을 지르는 여자의 목을 울컥하고 잡았다.
그 괴물의 우악스런 손에 잡힌 여자의 입에서 금새 봉숭아 즙처럼 붉은 피가 튀어오른다.
동시에 옆에서 비명만 질러댈줄 알았던 여자의 친구가 자신의 목에 걸려져 있던 카메라
를 괴물을 향해 펼쳐드는 것이었다. 괴물이 다소 황당한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여자의 카메라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초당 2.3콤마로 마치 화약의 폭죽처럼 카메라의 후레쉬가 터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즉흥적인 재치에서 비롯된 후레쉬의 위력은 엄청났다. 시력에 상상도 못했던 데미지를
입은 괴물이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털썩 무릎을 꿇었다
.
동시에 져니가 놈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져니는 속았던 것이다. 져니가 방심
한 사이 놈이 자신의 눈을 가렸던 손으로 져니의 다리를 내리쳤다. 져니의 다리가 창 밖
으로 날아가더니 저만치 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져니가 고통으로
저 구석으로 나가 떨어졌다.
날카로운 놈의 다른 한 손에 목이 잡힌 여자의 친구 입에서 벌컥 벌컥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괴물은 계속 고통스러운 듯이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여자를 잡은 손에 힘을 가
했다. 으드득 하는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목이 거의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자의 친구가 비명을 지르며 괴물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괴물의 등짝에 올
라타서는 마구 괴물을 때리기 시작했다. 순간 괴물을 때리던 여자의 얼굴로 뭔가 퍽하고
튀어올랐다. 붉은 선혈이 홍수처럼 여자의 얼굴을 덮쳤던 것이다. 동시에 흔들리는 버
스 구석으로 무언가가 마구 굴러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여자는 그 자리에서 털썩
실신하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아!!]
난 은주에게 소리를 질렀다. 은주가 날 바라봤다.
[은주가 맞다면 운전대를 잡아!! 지난 달 내가 가르쳐 줬잖아!!]
은주가 당황스런 눈으로 날 바라본다. 은주가 운전대를 잡든 말든 아예 난 자리에서 일어
났다. 버스는 비틀거리며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어둠 속을 질주했고 길 옆에 세워놓은 르
망과 충돌 직전에 마침내 은주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보였다.
괴물은 이제 겨우 시력을 찾은 듯이 천천히 일어나서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난 다가
오는 놈과 정면으로 맞섰다. 유리창이 모두 달아난 버스 안은 온통 바람과 함께 흙먼지
가 발광을 하며 가득히 잠식하고 있었다.
난 가스통을 천천히 뒷 허리띠 사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허리띠 사이로 가스
통을 꽂았다. 주위를 살폈다. 놈과의 정면 대결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던가?
주변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가고 있었고 고양이 인간들은 절규하며 버스를 따라오고 있었
다. 괴물이 마침내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공격할 태세를 갖추며 손톱
을 일으며 세웠다. 내 목을 따라 침이 꼴깍하고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놈이 나를 향해 몸
을 날렸다. 동시에 나의 명령이 은주를 향해 떨어졌다.
[우측으로 틀어!!]
은주의 손이 힘차게 돌아갔고 버스는 휘청하며 우측으로 몰렸다. 내가 머리 맡의 단단한
짐칸의 쇠막대를 잡은 반면에 방심한 괴물놈은 균형을 잃고 우당탕 굴러 떨어졌다. 재빨
리 난 짐칸의 쇠막대를 잡고 공중에서 회전하듯이 놈을 타넘었다. 쓰러진 여자에게로 착
지한 내가 미친듯이 여자의 목에 걸린 카메라를 떼어내기 위해 허둥거렸다. 기절한 여자
의 목은 좀처럼 들리워지지 않았다. 어느새 내 다리를 잡은 괴물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나
를 당기고 있었다. 난 다리를 떼어내며 발로 놈의 턱을 강타했다. 픽하고 돌아간 놈의
턱이 천천히 제 위치로 돌아오며 날 노려봤다. 잠시 후 놈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허벅지
위로 날라왔다. 저놈의 손은 프랑스 혁명 때 무수한 인간의 목을 날렸던 단두대의 그것
보다도 더 날카롭고 정확했다.
[건석씨, 아무 거나 잡아요!!]
난 은주의 그 말 뜻을 잽싸게 알아차렸고 의자의 아래로 단단히 박힌 쇠다리를 잡았다. 은
주는 정말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그 장갑차를 몰던 여성 전사와도 같았다. 버스가 아마도
땅으로부터 1미터 정도는 튀어올랐을 것이다. 길 옆의 논두렁 경계선을 은주가 쳐박으
며 저 아래 잔디 밭으로 버스를 날렸던 것이다.
아, 놓치면 끝장이다. 그 몇 초간의 순간이 엄청나게 느리게 내 의식의 뒷편으로 기어가
는 것 같았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안의 모든 것이 위로 튀어올랐다. 기절한 여자도 튀어오르고 이
미 목이 달아난 여자의 몸뚱아리도 위로 튀어올랐다. 천천히 숨을 거두어가는 져니도 높
이 치솟아 올라갔다. 특히 그 괴물은 튕겨나가지 않으려는 저항으로 인해 오히려 더 치명
적인 부력을 입고 있었다. 아예 버스의 윗 부분으로 놈의 머리가 가서 꽂히는데 뿌지직,
뼈가 부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니나 다를까 놈의 머리통이 버스 천정의 환기통을 뚫고 튀어나가면서 놈의 몸이 천정
에 매달려 있었다. 아, 철호의 챤스였다. 난 떨리는 손으로 내 뒷 허리춤에 꽂아놓았던
마지막 남은 가스통을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버둥거리며 괴성을 지르는 놈의 바지 앞
부분에다가 푹하고 꽂았다. 심지가 바람에 심하게 날리고 있었다. 라이터를 켰다. 하
나님 제발 .
은주가 미친듯이 버스를 언덕 아래로 내몰고 있었다. 나무 조각이며, 꺾여져 나가는 풀들
의 잔재들이며, 온갖 종류의 먼지들이 바람과 함께 버스 속을 강타해 들어와서는 라이터
의 불꽃을 꺼트리곤 했다. 놈의 발악은 더 심해져 갔다. 발악하면 할수록 찢겨져 나간
양철 조각이 놈의 목을 파고 들어갔다.
투두둑 피가 가을비처럼 흩날리며 버스 안을 적시고 있었다. 도저히 불은 붙질 않았다.
[은주, 속도를 줄여!!]
[안돼요!! 놈들이 변신을 시작했어요!!]
[줄이라니깐!!!]
내 고함 소리는 거의 발악에 가까웠고 마침내 은주가 속도를 늦추는 게 보였다. 가속도
의 감속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내 손 안에서 라이터의 가느다란 불빛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놈의 허리에 꽂혀있는 가스통의 요동하는 화선으로 다가갔
다. 움직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던 마침내 불이 휙하고 붙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구나라고 쾌재를 부르려는 찰라
에 뭔가 노란 불덩어리가 휙하고 내 앞을 날아갔다.
그것은 참으로 신비로왔다. 어떻게 보면 불덩어리 같기도 했다가 어떻게 보면 그날 밤
여인숙에서 나를 공격하던 수많은 고양이들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고양이의 형체
가 잽사게 불을 껐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의 형체가 떨어
져나간 창문 사이로 마구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천정에 달린 괴물이 이제 마지막 기를 모
으는 듯이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뿐 너무도 소름끼치는 괴성이 버스를 진동
시키고 밤하늘로 마구 울러 퍼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
동시에 은주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처 오르지 못한 노오란 고양이의 형체들이 버스
의 측면에 부딪혀 으스러지는 소리가 가득했다. 버스는 한 마디로 피의 축제를 방불케 하
듯이 죽음의 비린내로 가득했고 버스는 다시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 괴물놈이 다시 내려오는 날에는 모든 것이 끝장이란 생각과 함께 떨리는 손으로 다시
라이터의 불을 당겼다. 그 순간 노란 불 덩어리 하나가 내 가슴을 치며 달아났다. 내
젖가슴 한 가운데가 움푹 파지며 피가 펑펑 쏟아져 나왔다. 돌아보니 내 살점을 씹고
있는 고양이 놈이 버스의 의자 위에서 킬킬거리며 날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버스가 다시 길로 들어섰다. 버스가 옆으로 휙하고 치우치는 순간 바람이 한
바퀴 회전하며 공명의 상태로 돌입하고 있었다.
그 순간 불을 당겼다. 내게는 축복의 순간이었다. 불이 켜졌을 뿐만 아니라 괴물의 허리
춤에서 빠져나오려는 가스통의 도화선에 정확하게 불이 붙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 난 이제껏 보지 못했던 놈의 마술 같은 위력에 입을 벌려야만
했다. 놈의 오른 쪽 팔이 쿵하고 버스의 두껑을 쳐올리는 듯하더니 어느새 천정엔 구멍
이 뻥하고 뚫리는 게 아닌가?
놈이 그 구멍에 두 손을 넣고서는 앞으로 전진하는데 마치 버스의 천정이 종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쫘아악 갈라지고 있었다. 그 갈라져 나가는 틈새로 고양이의 형체들이 수도 없
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난 가슴의 고통으로 인해 앞으로 꼬꾸러지고 말았다.
일단 버스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서 등을 활처럼 구부리고 있었다.
아니 마치 일제히 이글거리는 불덩이로 변해서 일제히 내게로 쏟아질 준비를 하는 것 같
았다. 괴물 놈이 버스의 천정을 찢으며 바닥으로 내려오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
다.
그리고 마침내 그 놈이 천정을 찢고 바닥으로 쿵하고 내려오려는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입에서는 그래 이제 마지막이다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기억하건대 모든 것은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내가 옆에 기절한 여자의 카메라를 목에서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집어들었다. 동시에 고
양이들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의 손가락이 잽싸게 움직이고 후레쉬 불빛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가동하기 시작했다. 액정 디스플레이 판의 <2.3 COMMA/SEC> 라는 숫자
가
아련하게 내 눈 안으로 들어오며 카메라의 후레쉬를 통해 가공할 탄환이 힘차게 빠져 나
가고 있었다. 마치 카메라의 불빛은 에이리언의 리플리 여전사가 마지막 에이리언의 알
들을 향해서 내뿜는 자동 전자 기관포 같았다. 고양이들이 퍽퍽하며 저쪽 구석으로 나가
떨어지는 그 사이에 더 큰 핵의 폭발이 있었다.
콰앙하는 굉음과 함께 이제 막 천정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려던 괴물의 허리가 뚝하고 잘
려나가는 것이 보였다. 잘려져 나간 놈의 윗부분은 천정을 차고 나가면서 으스러지고 있
었다. 놈의 하체는 바닥에 죽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은주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은주는 전방만을 주시하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닫히면 안돼 . 닫히면 안돼 .]
난 공격하는 고양이 놈들을 향해 계속 전자포를 쏘아대었고 어느순간 문득 은주가 미친
듯이 쳐다보는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아, 내 눈 바로 앞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 우주가 열리고 있었다.
13화. 혼령들의 우주
[세우지 마세요!!]
은주가 애원처럼 울먹였다.
[세우면 우린 다 죽어요!!]
이미 져니는 달려오는 괴물 놈에게 튀어 올라간 후였다. 져니는 놈과의 피튀는 혈전을 벌
이면서도 자꾸만 자신의 공격형태를 기존의 직접적인 공격 형태에서 벗어난 오히려 우회적
이란 느낌이 들게끔 몰고 갔다. 져니는 괴물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하기보단 오히려 신경
전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아, 그제서야 난 비로소 져니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져니는 자신이 괴물을 잡
고 있는 동안 우리가 이 끔찍한 세계를 탈출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제발 제발 세우지 말아요!!]
은주의 애원은 거의 발악에 가까웠다.
동시에 요란한 굉음과 함께 버스가 급정거했다. 여자들이 비명소리와 함께 앞으로 튕겨
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난 기어를 후진으로 넣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버스를 몰고 뒤로
나아갔다. 버스의 먼지와 함께 마침내 버스는 져니와 괴물의 선혈이 낭자한 혈투 장소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끼이익하고 멈추어 섰다. 피가 눈 안으로 마구 들어가 눈도 제대
로 떠지 못하는 져니가 괴물의 다리를 문 채 겨우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왜 그냥 가지 않았느냐는 아쉬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내 눈에서 눈물과 불꽃 같은 우정이 함께 피어 올랐다. 난 져니를 향해 크게 소리질렀다
.
[빨리 타!! 난 절대 너를 두고 가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아?!!]
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비호처럼 버스 위로 올라탔다. 동시에 그 괴물도 버스의 문 계단
에 다리를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난 다시 기어를 1단에 넣고 악셀레다를 끝까지 밟았다
. 동시에 버스가 부웅하고 위로 튀어오르며 전진했다. 잘려져나간 버스의 문턱을 잡고
씨익 웃으며 올라오던 괴물이 휘청하며 버스의 난간을 잡았다. 이미 심하게 상처를 입
은 져니는 놈을 향해 짖기만 할 뿐 비틀거리며 이내 쓰러지곤 했다.
그 집요한 괴물은 버스 속으로 완전히 들어와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버스의 중앙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곁을 쓰윽
지나가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에 여자 둘이서 고함과 비명을 질러댔다. 순간 그 괴물
놈이 한 손으로 비명을 지르는 여자의 목을 울컥하고 잡았다.
그 괴물의 우악스런 손에 잡힌 여자의 입에서 금새 봉숭아 즙처럼 붉은 피가 튀어오른다.
동시에 옆에서 비명만 질러댈줄 알았던 여자의 친구가 자신의 목에 걸려져 있던 카메라
를 괴물을 향해 펼쳐드는 것이었다. 괴물이 다소 황당한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여자의 카메라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초당 2.3콤마로 마치 화약의 폭죽처럼 카메라의 후레쉬가 터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즉흥적인 재치에서 비롯된 후레쉬의 위력은 엄청났다. 시력에 상상도 못했던 데미지를
입은 괴물이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털썩 무릎을 꿇었다
.
동시에 져니가 놈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져니는 속았던 것이다. 져니가 방심
한 사이 놈이 자신의 눈을 가렸던 손으로 져니의 다리를 내리쳤다. 져니의 다리가 창 밖
으로 날아가더니 저만치 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져니가 고통으로
저 구석으로 나가 떨어졌다.
날카로운 놈의 다른 한 손에 목이 잡힌 여자의 친구 입에서 벌컥 벌컥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괴물은 계속 고통스러운 듯이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여자를 잡은 손에 힘을 가
했다. 으드득 하는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목이 거의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자의 친구가 비명을 지르며 괴물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괴물의 등짝에 올
라타서는 마구 괴물을 때리기 시작했다. 순간 괴물을 때리던 여자의 얼굴로 뭔가 퍽하고
튀어올랐다. 붉은 선혈이 홍수처럼 여자의 얼굴을 덮쳤던 것이다. 동시에 흔들리는 버
스 구석으로 무언가가 마구 굴러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여자는 그 자리에서 털썩
실신하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아!!]
난 은주에게 소리를 질렀다. 은주가 날 바라봤다.
[은주가 맞다면 운전대를 잡아!! 지난 달 내가 가르쳐 줬잖아!!]
은주가 당황스런 눈으로 날 바라본다. 은주가 운전대를 잡든 말든 아예 난 자리에서 일어
났다. 버스는 비틀거리며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어둠 속을 질주했고 길 옆에 세워놓은 르
망과 충돌 직전에 마침내 은주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보였다.
괴물은 이제 겨우 시력을 찾은 듯이 천천히 일어나서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난 다가
오는 놈과 정면으로 맞섰다. 유리창이 모두 달아난 버스 안은 온통 바람과 함께 흙먼지
가 발광을 하며 가득히 잠식하고 있었다.
난 가스통을 천천히 뒷 허리띠 사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허리띠 사이로 가스
통을 꽂았다. 주위를 살폈다. 놈과의 정면 대결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던가?
주변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가고 있었고 고양이 인간들은 절규하며 버스를 따라오고 있었
다. 괴물이 마침내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공격할 태세를 갖추며 손톱
을 일으며 세웠다. 내 목을 따라 침이 꼴깍하고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놈이 나를 향해 몸
을 날렸다. 동시에 나의 명령이 은주를 향해 떨어졌다.
[우측으로 틀어!!]
은주의 손이 힘차게 돌아갔고 버스는 휘청하며 우측으로 몰렸다. 내가 머리 맡의 단단한
짐칸의 쇠막대를 잡은 반면에 방심한 괴물놈은 균형을 잃고 우당탕 굴러 떨어졌다. 재빨
리 난 짐칸의 쇠막대를 잡고 공중에서 회전하듯이 놈을 타넘었다. 쓰러진 여자에게로 착
지한 내가 미친듯이 여자의 목에 걸린 카메라를 떼어내기 위해 허둥거렸다. 기절한 여자
의 목은 좀처럼 들리워지지 않았다. 어느새 내 다리를 잡은 괴물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나
를 당기고 있었다. 난 다리를 떼어내며 발로 놈의 턱을 강타했다. 픽하고 돌아간 놈의
턱이 천천히 제 위치로 돌아오며 날 노려봤다. 잠시 후 놈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허벅지
위로 날라왔다. 저놈의 손은 프랑스 혁명 때 무수한 인간의 목을 날렸던 단두대의 그것
보다도 더 날카롭고 정확했다.
[건석씨, 아무 거나 잡아요!!]
난 은주의 그 말 뜻을 잽싸게 알아차렸고 의자의 아래로 단단히 박힌 쇠다리를 잡았다. 은
주는 정말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그 장갑차를 몰던 여성 전사와도 같았다. 버스가 아마도
땅으로부터 1미터 정도는 튀어올랐을 것이다. 길 옆의 논두렁 경계선을 은주가 쳐박으
며 저 아래 잔디 밭으로 버스를 날렸던 것이다.
아, 놓치면 끝장이다. 그 몇 초간의 순간이 엄청나게 느리게 내 의식의 뒷편으로 기어가
는 것 같았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안의 모든 것이 위로 튀어올랐다. 기절한 여자도 튀어오르고 이
미 목이 달아난 여자의 몸뚱아리도 위로 튀어올랐다. 천천히 숨을 거두어가는 져니도 높
이 치솟아 올라갔다. 특히 그 괴물은 튕겨나가지 않으려는 저항으로 인해 오히려 더 치명
적인 부력을 입고 있었다. 아예 버스의 윗 부분으로 놈의 머리가 가서 꽂히는데 뿌지직,
뼈가 부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니나 다를까 놈의 머리통이 버스 천정의 환기통을 뚫고 튀어나가면서 놈의 몸이 천정
에 매달려 있었다. 아, 철호의 챤스였다. 난 떨리는 손으로 내 뒷 허리춤에 꽂아놓았던
마지막 남은 가스통을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버둥거리며 괴성을 지르는 놈의 바지 앞
부분에다가 푹하고 꽂았다. 심지가 바람에 심하게 날리고 있었다. 라이터를 켰다. 하
나님 제발 .
은주가 미친듯이 버스를 언덕 아래로 내몰고 있었다. 나무 조각이며, 꺾여져 나가는 풀들
의 잔재들이며, 온갖 종류의 먼지들이 바람과 함께 버스 속을 강타해 들어와서는 라이터
의 불꽃을 꺼트리곤 했다. 놈의 발악은 더 심해져 갔다. 발악하면 할수록 찢겨져 나간
양철 조각이 놈의 목을 파고 들어갔다.
투두둑 피가 가을비처럼 흩날리며 버스 안을 적시고 있었다. 도저히 불은 붙질 않았다.
[은주, 속도를 줄여!!]
[안돼요!! 놈들이 변신을 시작했어요!!]
[줄이라니깐!!!]
내 고함 소리는 거의 발악에 가까웠고 마침내 은주가 속도를 늦추는 게 보였다. 가속도
의 감속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내 손 안에서 라이터의 가느다란 불빛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놈의 허리에 꽂혀있는 가스통의 요동하는 화선으로 다가갔
다. 움직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던 마침내 불이 휙하고 붙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구나라고 쾌재를 부르려는 찰라
에 뭔가 노란 불덩어리가 휙하고 내 앞을 날아갔다.
그것은 참으로 신비로왔다. 어떻게 보면 불덩어리 같기도 했다가 어떻게 보면 그날 밤
여인숙에서 나를 공격하던 수많은 고양이들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고양이의 형체
가 잽사게 불을 껐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의 형체가 떨어
져나간 창문 사이로 마구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천정에 달린 괴물이 이제 마지막 기를 모
으는 듯이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뿐 너무도 소름끼치는 괴성이 버스를 진동
시키고 밤하늘로 마구 울러 퍼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
동시에 은주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처 오르지 못한 노오란 고양이의 형체들이 버스
의 측면에 부딪혀 으스러지는 소리가 가득했다. 버스는 한 마디로 피의 축제를 방불케 하
듯이 죽음의 비린내로 가득했고 버스는 다시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 괴물놈이 다시 내려오는 날에는 모든 것이 끝장이란 생각과 함께 떨리는 손으로 다시
라이터의 불을 당겼다. 그 순간 노란 불 덩어리 하나가 내 가슴을 치며 달아났다. 내
젖가슴 한 가운데가 움푹 파지며 피가 펑펑 쏟아져 나왔다. 돌아보니 내 살점을 씹고
있는 고양이 놈이 버스의 의자 위에서 킬킬거리며 날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버스가 다시 길로 들어섰다. 버스가 옆으로 휙하고 치우치는 순간 바람이 한
바퀴 회전하며 공명의 상태로 돌입하고 있었다.
그 순간 불을 당겼다. 내게는 축복의 순간이었다. 불이 켜졌을 뿐만 아니라 괴물의 허리
춤에서 빠져나오려는 가스통의 도화선에 정확하게 불이 붙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 난 이제껏 보지 못했던 놈의 마술 같은 위력에 입을 벌려야만
했다. 놈의 오른 쪽 팔이 쿵하고 버스의 두껑을 쳐올리는 듯하더니 어느새 천정엔 구멍
이 뻥하고 뚫리는 게 아닌가?
놈이 그 구멍에 두 손을 넣고서는 앞으로 전진하는데 마치 버스의 천정이 종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쫘아악 갈라지고 있었다. 그 갈라져 나가는 틈새로 고양이의 형체들이 수도 없
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난 가슴의 고통으로 인해 앞으로 꼬꾸러지고 말았다.
일단 버스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서 등을 활처럼 구부리고 있었다.
아니 마치 일제히 이글거리는 불덩이로 변해서 일제히 내게로 쏟아질 준비를 하는 것 같
았다. 괴물 놈이 버스의 천정을 찢으며 바닥으로 내려오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
다.
그리고 마침내 그 놈이 천정을 찢고 바닥으로 쿵하고 내려오려는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입에서는 그래 이제 마지막이다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기억하건대 모든 것은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내가 옆에 기절한 여자의 카메라를 목에서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집어들었다. 동시에 고
양이들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의 손가락이 잽싸게 움직이고 후레쉬 불빛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가동하기 시작했다. 액정 디스플레이 판의 <2.3 COMMA/SEC> 라는 숫자
가
아련하게 내 눈 안으로 들어오며 카메라의 후레쉬를 통해 가공할 탄환이 힘차게 빠져 나
가고 있었다. 마치 카메라의 불빛은 에이리언의 리플리 여전사가 마지막 에이리언의 알
들을 향해서 내뿜는 자동 전자 기관포 같았다. 고양이들이 퍽퍽하며 저쪽 구석으로 나가
떨어지는 그 사이에 더 큰 핵의 폭발이 있었다.
콰앙하는 굉음과 함께 이제 막 천정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려던 괴물의 허리가 뚝하고 잘
려나가는 것이 보였다. 잘려져 나간 놈의 윗부분은 천정을 차고 나가면서 으스러지고 있
었다. 놈의 하체는 바닥에 죽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은주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은주는 전방만을 주시하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닫히면 안돼 . 닫히면 안돼 .]
난 공격하는 고양이 놈들을 향해 계속 전자포를 쏘아대었고 어느순간 문득 은주가 미친
듯이 쳐다보는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아, 내 눈 바로 앞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 우주가 열리고 있었다.
작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에피소드 본문 복사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