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질투 2
Pride
2화. 질투 2
2-1
"자-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멋지게 해냈군, 역시.....이승현, 넌 천재야.
"잠깐 기다려 주세요"
돌아보니 그 녀석이다.
"할말이 있습니다. 5분이면 돼요."
한적한 곳에 도착해서 자세히 보니 날 노려보는 눈이 아주 대담했다.
"취소해주십시오."
"뭘?"
"우리 형이 어떤 위치에 있고, 또 내가 누구랑 친하다는 사실이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 모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죠. 전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설사 그런 시도가 있었더라도 스스로 거절했습니다. 선배님이야말로 단순한 소문만을 듣고 제 자신의 가치 운운하시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전적으로 그건 선배님의 오해였고, 판단미스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근거로 저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당연히 전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사과?"
"네, 전 선배님께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사람 상처주지 마십시오."
이것 봐라?
쯧. 하지만 넌 멀었어 애송아.
"그래, 내가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은 사과하지. 하지만 너 말이야, 아직도 이 바닥의 생리를 모르는가 본데, 사실이냐, 사실이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 여기선. 중요한건 진실이 아니라 어떻게 납득시키냐는 거지. 사람들이 제멋대로 판단하게 네 스스로가 빌미를 제공했다는데서 넌 이미 큰 실수를 저지른거야. 그게 바로 자기관리라는 거다. 네 배경 따위로 네가 성공한게 아니라면 네 능력을 그만큼 보여봐. 그리고 그런 소리가 절대 나올 수 없게 만들어보라고."
"..........."
"그렇게 실수하면서 적당히 웃어보이고 사람 좋은척 하면 다 쉽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네 면전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뒤에서는 우습게 알고 욕하는게 세상 이치야.
하려거든, 완벽하게 해내. 그것밖에 없어. 완벽"
"............"
"최고가 아니면 최저가 될 수밖에 없어. 여기선."
눈에 불꽃이 튄다.
분해 죽겠지?
처음이겠지. 늘 선하고 온유한 표정의 네가 이런 표정까지 지을 수 있다는 건...
역시 네 주변에서는 이런 말하는 인간이 없는 거지?
그건 다 네 탓이야. 이런 단순한 충고조차 해줄 인간이 없다는건 네가 스스로를 사람들에게 가볍게 여겨지도록 만든 거니까.
녀석을 뒤로하고, 은성이를 만나러 갔다.
분하겠지만, 여기서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끝나면 넌 역시 그저 그런 녀석이란거겠지.
"형? 어디 다녀오는 길이야?"
요즘 항상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형이지만 지금시간은 너무한거 아닌가.
"넌 아직까지 안자고 뭐해?"
"아...."
"공부하고 있었니?"
대본과, 책들이 널려있는 방을 들여다보고는 묻는다.
"역시 이것도 공부하지 않고는 힘이 들어서."
"흐음.."
"형...애인 생겼어?"
"뭐?"
"그런거 같아서. 요즘 매일 늦고, 얼굴도 많이 달라지고, 아무튼 많이 변해서 말이야"
"하, 뭐 새삼스럽게....."
하지만 형에게서 풍기는 샤워코롱 냄새는 지금까지 형이 뭘 하고 온건지 아주 리얼하게 알려준다.
나랑 다른 의미로 형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짐작하건데 형은 인기가 많을 거다.
그 동안 주욱 지켜본 결과로 그다지 변변한 교재는 없었던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이 금욕생활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상당히 여자를 밝히는 편인거 같고-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다른데......
조금쯤 질투라는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 나보다 더 형과 가까워지는구나...
원래 가까웠던 적도 별로 없었는데.....
"하아-"
"왠 한숨?"
"요즘 왜 이러나 몰라...."
"뭐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심히 깊은 회의가 느껴진다."
"뭐? 우하하하하-"
나쁜 자식.
친구가 고민하는데 그런 웃음이 나오냐.
"야, 한잔 받아라."
여전히 웃으며 술을 따르는 녀석을 노려보며 벌컥 들이켰다.
툴툴대며 계속 술을 마셨지만 먹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가 뭔데, 그따위 소리를.
열받아서 친구놈한테 다 풀어버렸다. 그자식 욕도 실컫 하고-
"임마- 그런거 신경쓰지마. 중요한건 네 스스로가 어떻게 사느냐 아니야?"
"우씨, 열받잖냐. 응? 자기가 선배면 다야? 응?"
"그럼 열받은 김에 콱 눌러버려. 찍소리도 못하게 화끈하게 네 실력을 보여주라고"
"그래, 보여주지. 다시는 입도 뻥긋 못하게 확실하게 보여주마 이승현!"
"그래그래 그 정신이야! 자식 너도 이제 머지 않았다. 이승현 따위 발로 뻥 차버릴 정도로 스타가 될 날이 말이야!"
그래, 두고보자.
훗, 덕분에 투지가 솟는군.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지.
한번도 진지하게 아주 열심히 뭔가를 해본 적 없던 나. 드디어 잠도 안자고 미친 듯이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너 아직도 안자고 있냐?"
3시.
형은 요즘 늘 이런 시간에 들어온다.
"형이야 말로 아예 자고 들어오지 뭐하러 이런 시간에 들어와?"
"야,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자야지"
바보 같은 형.
이 시간에 들어오는 주제에 잘도.
맨날 밥먹듯이 여자랑 자든지 뭘하든지 간에 형은 꼭 잠은 집에서 잔다.
그건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럴 바에는 결혼해라 차라리"
"뭐- 그러고 싶긴 한데.....사정이 안돼."
사정이 안돼?
혹 유부녀? 아님 미성년자?
그것도 아니면....
"설마 너 엄마한테 말한 거 아니겠지?"
"말 안 했어."
"하지마. 절대"
"여자가 불쌍하다."
"왜?"
"..........한번쯤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싶을꺼 아냐"
흑....이건 내가 말해놓고도 좀 무안한걸.
"......그...래? 그럴까?"
뭐?
우이씨- 이제 순순히 인정하는군.
"당연하지. 기본적으로 그냥 정부가 아니라 연인이라면 섹스가 다가 아니라고!"
"그것만하고 그냥 와버리는 게 상대한테는 그렇게 섭섭한 일인 거야?"
흐음.
누군지 모르겠지만 꽤나 힘들겠군.
"형은 도대체 상대방의 심정을 헤아릴 줄 모르는게 문제야. 조금쯤 다정하게 해주라고. 작은 배려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줄 알아? 그리고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면 종일 같이 있고 싶은거라고. 형이 볼일은 다 봤다는 식으로 이렇게 와버리면 상대가 얼마나 비참하겠어."
왠지 조금쯤은 위안이 된다.
형이 자상함이나 배려하고는 거리가 먼 인간이란게 사실 많이 서운했었는데 이젠 그게 아주 위안이 된다. 나한테 하는 것보다 더 잘해주면 안되지 암.
라고 여겼는데....
젠장, 그날 이후 형은 집을 나갔다.
그 애인이랑 동거하려나보다.
제에엔장!!!!!!!!!!!!
이놈의 입을 그냥-
"컷- 잘했어. 한수민 나날이 좋아지는데?"
헉, 연출가한테 칭찬 받았다.
이렇게 기쁠 수가!
두고봐라 이승현. 이제 금방이다. 후후
2-2
"불타오르는 군. 좋아 아주 좋아-"
"누구보고 하는 소리야?"
"저 꼬맹이"
"어디 꼬맹이가 있어?"
"한수민 말이야"
"아- 요즘 네가 괴롭히는 사람이냐?"
그 말에 눈을 돌려 정민을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싱글거리며 웃고 있다.
"웃지마. 느끼해."
"네가 요즘 이상하게 신이 났다 했다. 항상 저기압이던 녀석이."
"저 녀석 아주 크게 될거야"
"흐음. 그러다 추월당하는 거 아냐?"
"하? 누가? 내가? 푸하하하하"
"추월이라니 천년은 빨라."
중지를 들어 보여줬다.
"흥, 나중에 네가 저 녀석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게 된다는데 내 차를 건다."
"네 차 뭐였지?"
"BMW. 구입한지 1달도 못된 새 거지"
"그래. 그거 잘됐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새차가 갖고 싶었는데. 그 차 곧 내차지가 될테니 그때까지 잘 타고 다녀. 흠집내지 말고"
"너...넌 정말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냐?"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주차장으로 갔다.
"이 노래, 소화해낼 가수가 있을까?"
"조금 어렵기는 하지?"
"웬만하면 큰 곳에서 가수를 찾지 그래?"
"싫어. 그냥 적당히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면 되"
예전에 네가 알던 이른바 라이벌 같은 녀석들이 네 노래를 부르는건 싫다 이거지.
".........넌 그럼 평생 노래 안 할거야?"
"...........그, 글쎄. 지금은 좀 무리가 아닐까...."
"말은 잘하잖아. 그거면 안돼?"
"하지만 소리가-"
"지금도 충분히 좋아. 예전과 자꾸 비교하지마."
".................."
"넌 가수였잖아. 그것도 프로."
"....하지만.."
"네가 정말 가수라면 죽을 때까지 노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할수 있다며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각오도, 근성도 없는 인간이 아니잖아 너는?"
"................"
"난 더 이상 알아봐 줄 수 없어. 이건 네 노래야. 네가 가장 잘 부를 수 있어. 네가 노래해."
"승현아."
"너 그 인간 사랑하지?"
갑작스러운 엉뚱한 질문에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건 당연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우물쭈물한다. 넌 원래 뻔뻔스러운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언제까지 그 사람한테 죄책감 느끼게 할래?"
".......그건....."
"뭐 그 인간이야 그래도 싸지만 네 입장에서 볼 때 그건 아니야. 네가 사랑한다면 적어도 조금쯤 편안하게 해줘도 좋잖아."
"내가 노래를 부르는게 그를 편안하게 해주는 거라고?"
"적어도 네가 다시 재기할 수 있다면 많이 안도하겠지."
쳇. 은성이를 재기하게 하기 위해 그 인간을 들먹여야 하다니......
"그를 위해서라도 시작해봐"
으윽. 넘어올 것 같다. 그 싸이코를 위해서라니.....젠장 이승현 네가 이런 말까지 하다니 역시 넌 연기자야...
라며 감격하고 있을 때, 막 입구 쪽에 들어오는 일행들에 눈이 멎었다.
브라콤과 그 형.
자기 형을 보고 헤벌레 웃고 있다.
여전히 웃음이 헤픈 녀석이군.
"나 언제 가게 해줄 거야 응?"
"글세, 다음에."
"매일 다음이라는군. 그리고 그 애인도 이제 소개시켜 줄 때 됬잖아."
"다음에."
"혀어엉"
자기보다 더 작은 사람에게 달라붙어 애교떠는 꼴이라니....
하긴 저렇게 생긴 형이라면 좋아죽을 만도 하지.
핫-
내가 무슨 생각을. 젠장 하도 변태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상상도 이제 그런 쪽으로만 되는군. 쳇.
"나 가야겠다. 그럼 결정하는 대로 연락줄게"
"아? 그, 그래?"
정신없이 생각에 빠져있는 틈에 은성이는 벌써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다.
입구까지 배웅하기 위해 일어서서 함께 나갔다.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그 쪽으로 시선 주는 것을 잊지 않고.
"어? 왜 여기서 기다려?"
이시현. 놈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던 길이었어. 네 약속 장소가 여기였다는 게 생각나서 같이 들어가려고."
아이구 열부 났네 열부 났어.
"바쁠 텐데-"
"아니 바쁘긴. 아, 오랜만이군요. 승현씨"
"그렇네요."
"저 그럼 이만"
한번 야려줄까 했지만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은성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조심스레 차에 태워주는 모습에 순간 전의를 상실했다.
살짝 차 문을 닫고 녀석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아, 사실 요즘 은성이가 체력이 딸리는 것 같아서 신경이 많이 쓰여요."
라며 살짝 입술을 들어 웃어 보이고-
제, 젠장 저 자식!!!!!!
그런 말을 내뱉고 저렇게 색스럽게 웃다니. 지금 네가 한 정력 한다고 자랑하는 거냐? 응?
질렸다.
열받는데 저 꼬마나 골려줄까?
"여전하구나. 브라콤."
순간 얼어붙어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슬쩍 몸을 돌려 나를 노려본다.
"여긴 웬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우연이지뭐. 그쪽은 형님하고 데이트?"
"그런 셈이죠"
말투에 가시가 베어 있군.
"그런데 형님은 벌써 가셨네?"
"쯧쯧. 그 나이 되도록 여자친구가 아니라 형과 데이트를 하다니..."
"그러는 선배는요? 선배야 말로 데이트라도 하시지 않고 혼자 뭐하시는 겁니까?"
오호, 비꼬기 까지?
"나? 나야 물론 데이트상대가 없는 건 아니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쉴 필요도 있거든"
"..................."
화났나?
하지만 그렇게 입 꼭 다물고 노려보는 게 너무 귀엽다.
"너 많이 좋아졌더라?"
순간 표정이 약간 흔들린다.
역시...
"흐음, 노력은 하고 있나보군."
"쳇. 두고보라구요. 곧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을 때가 올 테니."
계속 실실거리며 웃음이 비져나온다. 젠장, 왜이렇게 귀엽냐.
이건 놀리는 재미가 장난 아닌데?
"당신이 말한 대로 완벽한 걸 보여드리죠. 그럼 그때는 지금처럼 오만하게 말할 수 없을 껄요?"
"네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이야?"
"난 타고난 연기잡니다. 뼛속까지 연기자라고요!"
"그래?"
"두고보세요. 당신을 무릎 꿇게 만들 테니. 절대지지 않을 거라고요."
"두고보자는 사람 안무섭다지만-"
"아뇨 난 해낼겁니다. 당신에게 진짜 연기가 뭔지 곧 보여드리죠."
눈이 빛나고 있다.
"좋아, 아주 좋은 근성이야"
"에?"
"난 말이지 근성있는 놈이 좋아."
이번에는 입까지 벌리고 벙찐 표정을.....젠장 너무 귀엽잖아!
"못 알아 듣냐? 그런 말에 상처받고 삐져서 남을 미워하는 걸로 끝나거나, 의기소침해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면 별 볼일 없겠지만 오히려 그걸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해내겠다고 싸우는 녀석은 흔하지 않지. 그런 점에서 너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에?"
"가자 그런 기념으로 내가 멋지게 쏠테니"
멍청해져있는 녀석을 잡아끌어서 내 차로 태우고 단골 바로 출발했다.
자식, 아주 맘에 들어.
2화. 질투 2
2-1
"자-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멋지게 해냈군, 역시.....이승현, 넌 천재야.
"잠깐 기다려 주세요"
돌아보니 그 녀석이다.
"할말이 있습니다. 5분이면 돼요."
한적한 곳에 도착해서 자세히 보니 날 노려보는 눈이 아주 대담했다.
"취소해주십시오."
"뭘?"
"우리 형이 어떤 위치에 있고, 또 내가 누구랑 친하다는 사실이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 모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죠. 전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설사 그런 시도가 있었더라도 스스로 거절했습니다. 선배님이야말로 단순한 소문만을 듣고 제 자신의 가치 운운하시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전적으로 그건 선배님의 오해였고, 판단미스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근거로 저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당연히 전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사과?"
"네, 전 선배님께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사람 상처주지 마십시오."
이것 봐라?
쯧. 하지만 넌 멀었어 애송아.
"그래, 내가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은 사과하지. 하지만 너 말이야, 아직도 이 바닥의 생리를 모르는가 본데, 사실이냐, 사실이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 여기선. 중요한건 진실이 아니라 어떻게 납득시키냐는 거지. 사람들이 제멋대로 판단하게 네 스스로가 빌미를 제공했다는데서 넌 이미 큰 실수를 저지른거야. 그게 바로 자기관리라는 거다. 네 배경 따위로 네가 성공한게 아니라면 네 능력을 그만큼 보여봐. 그리고 그런 소리가 절대 나올 수 없게 만들어보라고."
"..........."
"그렇게 실수하면서 적당히 웃어보이고 사람 좋은척 하면 다 쉽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네 면전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뒤에서는 우습게 알고 욕하는게 세상 이치야.
하려거든, 완벽하게 해내. 그것밖에 없어. 완벽"
"............"
"최고가 아니면 최저가 될 수밖에 없어. 여기선."
눈에 불꽃이 튄다.
분해 죽겠지?
처음이겠지. 늘 선하고 온유한 표정의 네가 이런 표정까지 지을 수 있다는 건...
역시 네 주변에서는 이런 말하는 인간이 없는 거지?
그건 다 네 탓이야. 이런 단순한 충고조차 해줄 인간이 없다는건 네가 스스로를 사람들에게 가볍게 여겨지도록 만든 거니까.
녀석을 뒤로하고, 은성이를 만나러 갔다.
분하겠지만, 여기서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끝나면 넌 역시 그저 그런 녀석이란거겠지.
"형? 어디 다녀오는 길이야?"
요즘 항상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형이지만 지금시간은 너무한거 아닌가.
"넌 아직까지 안자고 뭐해?"
"아...."
"공부하고 있었니?"
대본과, 책들이 널려있는 방을 들여다보고는 묻는다.
"역시 이것도 공부하지 않고는 힘이 들어서."
"흐음.."
"형...애인 생겼어?"
"뭐?"
"그런거 같아서. 요즘 매일 늦고, 얼굴도 많이 달라지고, 아무튼 많이 변해서 말이야"
"하, 뭐 새삼스럽게....."
하지만 형에게서 풍기는 샤워코롱 냄새는 지금까지 형이 뭘 하고 온건지 아주 리얼하게 알려준다.
나랑 다른 의미로 형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짐작하건데 형은 인기가 많을 거다.
그 동안 주욱 지켜본 결과로 그다지 변변한 교재는 없었던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이 금욕생활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상당히 여자를 밝히는 편인거 같고-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다른데......
조금쯤 질투라는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 나보다 더 형과 가까워지는구나...
원래 가까웠던 적도 별로 없었는데.....
"하아-"
"왠 한숨?"
"요즘 왜 이러나 몰라...."
"뭐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심히 깊은 회의가 느껴진다."
"뭐? 우하하하하-"
나쁜 자식.
친구가 고민하는데 그런 웃음이 나오냐.
"야, 한잔 받아라."
여전히 웃으며 술을 따르는 녀석을 노려보며 벌컥 들이켰다.
툴툴대며 계속 술을 마셨지만 먹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가 뭔데, 그따위 소리를.
열받아서 친구놈한테 다 풀어버렸다. 그자식 욕도 실컫 하고-
"임마- 그런거 신경쓰지마. 중요한건 네 스스로가 어떻게 사느냐 아니야?"
"우씨, 열받잖냐. 응? 자기가 선배면 다야? 응?"
"그럼 열받은 김에 콱 눌러버려. 찍소리도 못하게 화끈하게 네 실력을 보여주라고"
"그래, 보여주지. 다시는 입도 뻥긋 못하게 확실하게 보여주마 이승현!"
"그래그래 그 정신이야! 자식 너도 이제 머지 않았다. 이승현 따위 발로 뻥 차버릴 정도로 스타가 될 날이 말이야!"
그래, 두고보자.
훗, 덕분에 투지가 솟는군.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지.
한번도 진지하게 아주 열심히 뭔가를 해본 적 없던 나. 드디어 잠도 안자고 미친 듯이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너 아직도 안자고 있냐?"
3시.
형은 요즘 늘 이런 시간에 들어온다.
"형이야 말로 아예 자고 들어오지 뭐하러 이런 시간에 들어와?"
"야,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자야지"
바보 같은 형.
이 시간에 들어오는 주제에 잘도.
맨날 밥먹듯이 여자랑 자든지 뭘하든지 간에 형은 꼭 잠은 집에서 잔다.
그건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럴 바에는 결혼해라 차라리"
"뭐- 그러고 싶긴 한데.....사정이 안돼."
사정이 안돼?
혹 유부녀? 아님 미성년자?
그것도 아니면....
"설마 너 엄마한테 말한 거 아니겠지?"
"말 안 했어."
"하지마. 절대"
"여자가 불쌍하다."
"왜?"
"..........한번쯤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싶을꺼 아냐"
흑....이건 내가 말해놓고도 좀 무안한걸.
"......그...래? 그럴까?"
뭐?
우이씨- 이제 순순히 인정하는군.
"당연하지. 기본적으로 그냥 정부가 아니라 연인이라면 섹스가 다가 아니라고!"
"그것만하고 그냥 와버리는 게 상대한테는 그렇게 섭섭한 일인 거야?"
흐음.
누군지 모르겠지만 꽤나 힘들겠군.
"형은 도대체 상대방의 심정을 헤아릴 줄 모르는게 문제야. 조금쯤 다정하게 해주라고. 작은 배려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줄 알아? 그리고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면 종일 같이 있고 싶은거라고. 형이 볼일은 다 봤다는 식으로 이렇게 와버리면 상대가 얼마나 비참하겠어."
왠지 조금쯤은 위안이 된다.
형이 자상함이나 배려하고는 거리가 먼 인간이란게 사실 많이 서운했었는데 이젠 그게 아주 위안이 된다. 나한테 하는 것보다 더 잘해주면 안되지 암.
라고 여겼는데....
젠장, 그날 이후 형은 집을 나갔다.
그 애인이랑 동거하려나보다.
제에엔장!!!!!!!!!!!!
이놈의 입을 그냥-
"컷- 잘했어. 한수민 나날이 좋아지는데?"
헉, 연출가한테 칭찬 받았다.
이렇게 기쁠 수가!
두고봐라 이승현. 이제 금방이다. 후후
2-2
"불타오르는 군. 좋아 아주 좋아-"
"누구보고 하는 소리야?"
"저 꼬맹이"
"어디 꼬맹이가 있어?"
"한수민 말이야"
"아- 요즘 네가 괴롭히는 사람이냐?"
그 말에 눈을 돌려 정민을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싱글거리며 웃고 있다.
"웃지마. 느끼해."
"네가 요즘 이상하게 신이 났다 했다. 항상 저기압이던 녀석이."
"저 녀석 아주 크게 될거야"
"흐음. 그러다 추월당하는 거 아냐?"
"하? 누가? 내가? 푸하하하하"
"추월이라니 천년은 빨라."
중지를 들어 보여줬다.
"흥, 나중에 네가 저 녀석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게 된다는데 내 차를 건다."
"네 차 뭐였지?"
"BMW. 구입한지 1달도 못된 새 거지"
"그래. 그거 잘됐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새차가 갖고 싶었는데. 그 차 곧 내차지가 될테니 그때까지 잘 타고 다녀. 흠집내지 말고"
"너...넌 정말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냐?"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주차장으로 갔다.
"이 노래, 소화해낼 가수가 있을까?"
"조금 어렵기는 하지?"
"웬만하면 큰 곳에서 가수를 찾지 그래?"
"싫어. 그냥 적당히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면 되"
예전에 네가 알던 이른바 라이벌 같은 녀석들이 네 노래를 부르는건 싫다 이거지.
".........넌 그럼 평생 노래 안 할거야?"
"...........그, 글쎄. 지금은 좀 무리가 아닐까...."
"말은 잘하잖아. 그거면 안돼?"
"하지만 소리가-"
"지금도 충분히 좋아. 예전과 자꾸 비교하지마."
".................."
"넌 가수였잖아. 그것도 프로."
"....하지만.."
"네가 정말 가수라면 죽을 때까지 노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할수 있다며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각오도, 근성도 없는 인간이 아니잖아 너는?"
"................"
"난 더 이상 알아봐 줄 수 없어. 이건 네 노래야. 네가 가장 잘 부를 수 있어. 네가 노래해."
"승현아."
"너 그 인간 사랑하지?"
갑작스러운 엉뚱한 질문에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건 당연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우물쭈물한다. 넌 원래 뻔뻔스러운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언제까지 그 사람한테 죄책감 느끼게 할래?"
".......그건....."
"뭐 그 인간이야 그래도 싸지만 네 입장에서 볼 때 그건 아니야. 네가 사랑한다면 적어도 조금쯤 편안하게 해줘도 좋잖아."
"내가 노래를 부르는게 그를 편안하게 해주는 거라고?"
"적어도 네가 다시 재기할 수 있다면 많이 안도하겠지."
쳇. 은성이를 재기하게 하기 위해 그 인간을 들먹여야 하다니......
"그를 위해서라도 시작해봐"
으윽. 넘어올 것 같다. 그 싸이코를 위해서라니.....젠장 이승현 네가 이런 말까지 하다니 역시 넌 연기자야...
라며 감격하고 있을 때, 막 입구 쪽에 들어오는 일행들에 눈이 멎었다.
브라콤과 그 형.
자기 형을 보고 헤벌레 웃고 있다.
여전히 웃음이 헤픈 녀석이군.
"나 언제 가게 해줄 거야 응?"
"글세, 다음에."
"매일 다음이라는군. 그리고 그 애인도 이제 소개시켜 줄 때 됬잖아."
"다음에."
"혀어엉"
자기보다 더 작은 사람에게 달라붙어 애교떠는 꼴이라니....
하긴 저렇게 생긴 형이라면 좋아죽을 만도 하지.
핫-
내가 무슨 생각을. 젠장 하도 변태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상상도 이제 그런 쪽으로만 되는군. 쳇.
"나 가야겠다. 그럼 결정하는 대로 연락줄게"
"아? 그, 그래?"
정신없이 생각에 빠져있는 틈에 은성이는 벌써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다.
입구까지 배웅하기 위해 일어서서 함께 나갔다.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그 쪽으로 시선 주는 것을 잊지 않고.
"어? 왜 여기서 기다려?"
이시현. 놈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던 길이었어. 네 약속 장소가 여기였다는 게 생각나서 같이 들어가려고."
아이구 열부 났네 열부 났어.
"바쁠 텐데-"
"아니 바쁘긴. 아, 오랜만이군요. 승현씨"
"그렇네요."
"저 그럼 이만"
한번 야려줄까 했지만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은성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조심스레 차에 태워주는 모습에 순간 전의를 상실했다.
살짝 차 문을 닫고 녀석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아, 사실 요즘 은성이가 체력이 딸리는 것 같아서 신경이 많이 쓰여요."
라며 살짝 입술을 들어 웃어 보이고-
제, 젠장 저 자식!!!!!!
그런 말을 내뱉고 저렇게 색스럽게 웃다니. 지금 네가 한 정력 한다고 자랑하는 거냐? 응?
질렸다.
열받는데 저 꼬마나 골려줄까?
"여전하구나. 브라콤."
순간 얼어붙어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슬쩍 몸을 돌려 나를 노려본다.
"여긴 웬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우연이지뭐. 그쪽은 형님하고 데이트?"
"그런 셈이죠"
말투에 가시가 베어 있군.
"그런데 형님은 벌써 가셨네?"
"쯧쯧. 그 나이 되도록 여자친구가 아니라 형과 데이트를 하다니..."
"그러는 선배는요? 선배야 말로 데이트라도 하시지 않고 혼자 뭐하시는 겁니까?"
오호, 비꼬기 까지?
"나? 나야 물론 데이트상대가 없는 건 아니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쉴 필요도 있거든"
"..................."
화났나?
하지만 그렇게 입 꼭 다물고 노려보는 게 너무 귀엽다.
"너 많이 좋아졌더라?"
순간 표정이 약간 흔들린다.
역시...
"흐음, 노력은 하고 있나보군."
"쳇. 두고보라구요. 곧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을 때가 올 테니."
계속 실실거리며 웃음이 비져나온다. 젠장, 왜이렇게 귀엽냐.
이건 놀리는 재미가 장난 아닌데?
"당신이 말한 대로 완벽한 걸 보여드리죠. 그럼 그때는 지금처럼 오만하게 말할 수 없을 껄요?"
"네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이야?"
"난 타고난 연기잡니다. 뼛속까지 연기자라고요!"
"그래?"
"두고보세요. 당신을 무릎 꿇게 만들 테니. 절대지지 않을 거라고요."
"두고보자는 사람 안무섭다지만-"
"아뇨 난 해낼겁니다. 당신에게 진짜 연기가 뭔지 곧 보여드리죠."
눈이 빛나고 있다.
"좋아, 아주 좋은 근성이야"
"에?"
"난 말이지 근성있는 놈이 좋아."
이번에는 입까지 벌리고 벙찐 표정을.....젠장 너무 귀엽잖아!
"못 알아 듣냐? 그런 말에 상처받고 삐져서 남을 미워하는 걸로 끝나거나, 의기소침해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면 별 볼일 없겠지만 오히려 그걸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해내겠다고 싸우는 녀석은 흔하지 않지. 그런 점에서 너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에?"
"가자 그런 기념으로 내가 멋지게 쏠테니"
멍청해져있는 녀석을 잡아끌어서 내 차로 태우고 단골 바로 출발했다.
자식, 아주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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